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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맛에 살지?(5) - 치사해지지 말자.

정향 |2004.02.26 09:53
조회 1,241 |추천 0

"와아~ 정말이야? 그거 상금이 30만원이야. 신난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벤트에 응모한 게 당첨되었다고......

이번 달 영업실적이 없어서 살림비를 카드로 빼려고 했었는데 잘됐다.

약간의 땜질은 되겠지.

 

그런데 마음이 요상하네.

상금 받아서 걍~ 살림비로 써 버릴려니 아깝다.

아들 mp3도 사 주고 싶고, 학자금 통장에 넣어두고도 싶고, 수술비 모으는 통장에 넣어둘까? 예상 안 한 돈이니까 어머님 아버님과 엄마, 아버지 모시고 회식이라도 할까?

애구, 당장 살림비도 없으면서......

 

마음도 다잡고 다잡아도 엉뚱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남편이 제대로 살림비라도 가져오면 고스란히 남는 돈인데....궁시렁 궁시렁~'

 

남편은 몇 년 전에 사업을 하다 실패했다.

맞벌이하며 벌었던 돈은 물론 빚까지 졌다.

게다가 아는 사람한테 돈까지 떼였다. 나에겐 안 빌려 줬다고 거짓말을 하며...가정보다 의리가 중요해?

그 땐 이혼까지 생각했었다. 아마도 내 건강이 좋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이혼했을 거다.

남편의 반성으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절대 나도 그때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 빚을 갚느라 우린 정말 알뜰하게 살았다.

새옷 사 입어 본지가 언젠지? 

자라는 아이들에게 먹는 것만 이라도 풍족하게 먹이자고 하면서도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겨우 모으려나 했더니 무서운 경제한파가 불어 닥쳤다.

근 일년 부스러기 월급을 가져왔다.

그때마다 모자라는 살림비는 모아 돈 돈을 쪼개고 쪼개어 간신히 버텨왔는데,

두어달 전부터는 보험도 해약해야만 했다.

이젠 더 나올곳이 없어서 이번 달엔 카드를 긁어야 한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공짜 아니 생각도 안 한 돈이 생겼다.

어젯밤엔 남편에게 실수를 할 뻔 했다.

"당신이 사업 실패만 안 했어도......."

내가 생각해도 치사하다.

언제까지 지난 일을 떠올리며 탓만 하려는지.....

아직도 살림비는 남자가 벌어다 줘야 한다는 구 시대적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사실 몸이 좋지 않아서 집에만 있는 걸 미안해 하는 나인데......

 

휴우, 후회 안 하려면 연습을 해야지.

 

           "우리 힘든 거 알고 돈이 생기나 봐. 우리 더 힘내서 열심히 살자! 응?"

           "여보야, 고마워! 당신 매달 살림비 때문에 걱정 많이 했지? 힘 내!"

           "못 도와줘서 미안해!"

 

    제발 남편에게 짜증 안내고 성공할 수 있기를.......

 

아, 빨리 상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 안 들게.

 

난 아직도 내 마음을 맘대로 못하니 더 수양을 해야 하나 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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