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한지 4년차 되는 주부입니다.
제 답답한 심경을 공유할 사람이 없어 여러분께 조언 구합니다.
우선 남편은 정말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저를 만나기 약 4년 전에 사별한 경험이 있어요.(참고로 저는 초혼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전처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하나 있고 저와 결혼하기 전까지 아이는 조부모님이 케어해주셨습니다. 점점 아이도 커가니 엄마를 만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강했나봐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 7살 때 저를 만났고 저희는 나이도 있고 남편이 워낙 적극적으로 푸쉬해서 만난지 6개월만에 결혼하게 됐어요.
물론 아이가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남편도 너무 좋은 사람이고 또 같이 노력하면 힘든 상황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결혼하자마자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는 것도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도 예쁘고 남편도 좋아서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부모님이었습니다. 아무 때나 연락 없이 들이닥치고, 내가 아이 밥은 굶기지 않는지, 잘 챙겨주기는 하는지, 살림은 제대로 하는지 하나하나 간섭하고, 또 아이랑 통화하면서 아이한테 은근슬쩍 떠보기도 하구요...(밥은 먹었냐, 뭐 먹었냐 등등)
시부모의 그런 막무가내 행동이 너무 싫고 짜증나서 남편에게 짜증도 화도 많이 부렸지요. 그러면 남편이 중간에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부모님께 큰소리도 내고...그런데 그 분들은 그런게 먹히질 않아요. 남편이 화를 내든, 달래든 어찌됐든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예요...(분들이라고는 했지만 시어머니가 하자 그러면 시아버지는 찍소리 못하고 따라가세요...)
근데 남편도 초반에는 많이 노력해주더니 이제는 자기가 말해도 안되는걸 어떡하냐 본인도 노력하고 있으니 너도 좀 그냥 넘어가라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저는 사실 결혼할 때도 시부모님에게 금반지 하나 받은게 없어요. 남편이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 받긴 했지만, 그건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결혼 자금은 남편과 제가 알아서 했고, 정말 시부모님은 결혼식 때 몸만 와서 축의금만 챙겨가셨어요. 물론 저는 제대로 다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약소하게 예물, 예단 하지말자고 했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자기 형제들한테(9남매) 이불 한 채씩은 돌려야 한다고 말해서 저희 엄마가 그 얘기 듣고 그런 사람은 나중에 뒷말할 수 있다며 혹시라도 나 힘들지 않게 격식 갖춰서 다 했어요. 현금 예단도 부족하지 않게 했고, 어머님 금 팔찌, 금 노리개, 무형문화재가 만든 유기식기 세트부터 정말 꼼꼼하게 다 챙겨주셨어요.
참고로 저희 친정은 너희 세 가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한 만큼, 우선 우리 가족 세명이 친해지고 결속을 다지는게 최우선이라며 한 번도 집에 오신 적도 없고, 명절때나 가끔 뵙고, 반찬이나 음식만 엄청 챙겨 보내주세요....
각설하고 시부모님의 행태가 그러시니 점점 아이도 미워지게되고 남편도 미워집니다. 게다가 요즘엔 남편의 효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남편이 매번 습관처럼 하는 얘기가 부모님이 오래 못사실 것 같다입니다. 그치만 제가 봤을 때 두 분 다 너무 건강하세요. 운동도 진짜 열심히 하시고 밥도 진짜 잘 드시고.... 그러면서 당신들 아들한테 얘기할 때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라면서 남편의 효심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은....결혼하자마자 명절 차례를 지내는데 차례상에 밥그릇을 세 개 올리길래 하나는 누구거야? 라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모른다며 얼버무리더라구요...근데 그게 알고보니 증조부랑 떠난 전처의 제사상이었더군요... 새로 재혼한 와이프한테 전처의 제사상을 차리게 하는게 상식적으로 말이됩니까?? 몇 번의 명절을 보냈는데, 내가 그 제사상 차리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못자고 일하는거 알면서 어떻게 저한테 그럴 수 있죠? 나중에 그걸 알게 됐을 때 남편한테 당신도 알고 있었던거냐 물었더니 자기는 진짜 몰랐대요...그래서 그거 알고 다음부터 차례상은 안차리는걸로 부모님께 말했다네요... 남편이 몰랐다쳐도 그런 사실을 한마디 말도 없이 마치 조상님 제사 지내는 것처럼 꾸민 시부모도 용납이 안됩니다.
이런 사실을 저희 친정에서 아시면 너무 가슴아파하실 것 같아서 이런 얘기는 하지도 못해요 ㅠㅠ 아무튼 이 사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어서 시부모님이랑은 아예 연을 끊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생각하게 됐는데, 그래도 정말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얘기나 한번 해보려구요... 우리 세 가족에게서 시부모님을 완전히 배제시켜주면 난 진짜 아이한테도 당신한테도 잘 하겠다...내가 상처하고 아이 있는 당신을 선택하는게 쉽지 않았던 것처럼, 당신도 어렵겠지만 그렇게만 해준다면 평생 감사하며 우리 세 가족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구요...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남편은 힘들겠지요...우리 가족도 소중하고 시부모님도 그 만큼 소중하니... 그치만 저는 일단 결혼 하고 독립했으면 본인의 처자식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세 가족을 선택해주길 바라지만, 실제 남편 성격으로 봐선 정말 50:50인 것 같아요. 효심이 정말 지극하거든요... 남편이 어떤 선택을 할지, 선택을 하긴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게 맞을까요? 저는 정말 재혼가정이어도, 내 몸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어도 진짜 행복하고 단란하게 잘 지내고 싶어요....남편도 정말 착한 사람이고, 많이 사랑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예요...정말 순둥순둥 순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저 혼자 결정하고 행동하기엔 아직 부족한게 많아 여러분의 중지를 모아보고자 합니다. 부디 좋은 의견 들려주세요.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