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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 살아와서 너무 슬프다.

ㅇㅇ |2021.05.04 02:36
조회 8,463 |추천 44
난 초중고 내내 전교에서 가장 가난했음.

평생 가난하게 살기는 죽어도 싫어서 취업잘되는 공대 들어가서 장학금이랑 알바로 등록금 생활비 해결하면서 졸업했고, 칼취업함.

그동안 스펙을 위해서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대학생 때도, 사회인이 된 지금도
학점이나 대화활동 스펙, 연봉을 위한 나의 가치, 회사 일 빼고는 모든 면에서 무기력했음.

절약이나 배고프지않다은 이유가 아니라 귀찮아서 밥을 하루에 1끼씩 먹고,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안놀러가고,

아무튼 대학생 때는 학교에서 있는 시간, 지금은 회사에서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먹고,자고,쉬는 것 빼고는 아무런 일을 안함.대학생 땐 공부했고.

나는 내가 게을러서 이러는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태생이 게을렀다기보단 성장 배경 속에서 내 성격이 이렇게 바뀌었나싶음.

왜냐면 어릴 땐 해보고싶은 게 많았는데,
지금은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지도않고, 해보고싶은 것도 없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릴 때 무언가를 하고싶다 말했을 때 그 의견은 항상 무시당했고, 이때문에 의견을 펼치지못했음. 또, 내 취향은 늘 충동으로 여겨졌음. 마지막으로 늘 가성비를 강요받았음.

예를 들면 놀이공원이라는 것을 알게되어서 가고싶다고 말하면
"그런 곳 갈 돈이 어딨어, 차라리 집 앞 놀이터를 가라. 공부하기 싫으니까 잡생각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티비에 햄버거 광고가 나와서 먹어보고싶다고 말하면
"밥을 먹어야지, 저런 거 먹으면 건강만 나빠지고 돈버린다"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왔음.

이렇다보니 돈을 쓰는 것도 무서워졌고, 하고싶은 행동을 하기 전에도 너무 많이 고민하게되어버림.


하고싶은 것들을 바로바로 해볼 수 없었기 때문일까, 어떤 행동(음식점 고르기, 메뉴 고르기, 여행지 고르기, 옷 사기)을 하기 전에 남들보다 시간이 엄청 걸림.
늘 항상 가장 싼 걸 부모님이 사줬기 때문에 내 돈으로 무언가를 고르는 행위가 아직도 어려움.

또 뭔가를 하기 전에 너무 많이 고민하다보니, 고민하다가 포기하는 일도 많음.

고민->포기, 고민->차선
이게 반복되다보니 나 스스로도 지치더라.
처음엔 뭔가 관심이 생기면 그냥 잠깐 관심가지고 포기하게 되다가, 이제는 흥미로운 게 생겨도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경계하고 포기함.
그리고 집에서 휴대폰만함.

적지않은, 아니 나름 소득 높은 지금까지도 난
가난했던 그 시절의 습관에 매여 무기력하게 살고있는 게 슬프다.

돈이 있어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고, 아직도 돈이 무섭다.

나도 뭔가를 하고싶은 게 생기면 의욕적으로 해보고싶은데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어서, 그 방법을 몰라서 못하고있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아서 속상하네.

죽도록 평범해지고싶었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어쩌면, 이런 내 성격이 가난 때문이 아니라 원래 내 성격일 수도 있지만, 가난하지않았더라면 이런 성격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하기때문에 참 아쉽네..
추천수44
반대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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