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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레즈연애하는 드림 2







유미르와 이런저런 일이 있고 며칠 후, 너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음. 자꾸 유미르를 의식하게 되어버리는 거였음. 유미르가 지나갈 때마다 힐끔힐끔 보게 되고, 유미르가 다른 사람들과 신나게 대화하고 있으면 왜인지 짜증이 났음. 유미르가 웃을 때, 유미르가 너에게 말을 건넬 때마다 차갑게 굴면서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쿵쾅대었음.






왜 이런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던 너에게 불현듯 한 가능성이 떠올랐음. 보통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질투가 난다던가 그 사람이 신경 쓰인다던가 그 사람만 보면 심장이 뛴다던가, 이런 증상들은 좋아하는 사람한테 일어나는 거잖음? 그러니까 너도 혹시 유미르를...






"...이, 이런 ㅁ친... 아니야!!!!!!"






너는 황급히 소리 지르며 일어나서는 손에 쥐고 있던 펜을 집어던졌음. 얼굴이 빨개지고 절로 심장이 쿵쾅거렸음. 그래, 내가 유미르를 좋아할 리 없잖아. 너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얼굴을 손에 묻고는 다시 천천히 앉았음.






애초에 유미르도 여자, 너도 여자. 절대 네가 유미르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음. 벽 안은 동성애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미르를 떠올릴수록 심장은 떨리고 괜히 부끄러운 마음만 생겨났음. 너는 현실부정을 하며 애써 잠에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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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훈련을 마친 병사들은 오랜만에 모여서 몰래 같이 간식이라도 먹기로 했음. 너는 사양하려 했지만, 룸메이트가 억지로 너를 끌고 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끌려가게 되었음.






"으... 빨리 먹고 각자 갈 길 가자."






"아, (-) 너도 좀 먹어! 술도 몰래 챙겨왔다니까?"






당연하다는 듯 품속에서 싸구려 술 몇 병을 꺼내는 동료를 본 너는 어이가 털렸음. 애초에 들키면 안 되는 일인데 베짱있게 술까지 챙겨오셨다... 너는 한숨을 푹 쉬었음.






"야, 이거 간부들한테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거 참 말 많네. 안 들킨다고. 여기 맨 끝 방이고 늦어서 확인도 안 해."






동료는 너에게 툴툴대며 가져온 술들과 음식들을 작은 테이블에 짜증내듯 내팽겨쳤음. 그 때 그걸 조용히 보던 유미르가 한 마디 툭 내뱉었음.






"(-)말대로 들키고 싶어? 진짜로 들키면 우리 다 망하는거니까 대충 조심 좀 하자 다들~"






팔짱을 낀 유미르가 미묘한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음. 그저 어, 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아까보다 덜 히스테리적인 손동작으로 음식을 세팅하였음.






"먹자! 이게 얼마만의 만찬이야."






동료들은 모두 신이 나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음. 시장에서 헐값에 파는 피자, 파이, 썩어가는 것을 뭉텅이로 사온 과일들과 술까지. 무의식적으로 유미르가 볼이 빵빵해진 채 우물대며 먹는 것을 보던 너는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음.






"...그냥 나도 먹을래."






너는 옆의 컵에 담겨있던 미지근한 술을 단숨에 들이켰음. 목구멍에 따끔거리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전해졌고, 너는 파이도 한 조각 집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음. 아마도 훈련하느라 네 몸은 많이 허기졌던 모양이었음.






"...아까까지 안먹겠단 애 맞니? 천천히 좀 먹든지."

유미르는 혀를 쯧 차고는 네가 파이를 가져오느라 흘린 부스러기를 슥 밀어 바닥으로 떨어트렸음. 너는 어쩌라는 듯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왜인지 빨개지는 얼굴을 무시하며 술을 쭉 들이켰음. 네가 술이 약해서인지 벌써 알딸딸해지는 감이 오기 시작했고 기분좋은 어지러움이 느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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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모두 웃고 떠들며 마시고 먹다 보니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음. 너는 술에 취해 비틀대며 잘 먹었다는 인사를 끝으로 홀랑 방을 나가 버렸음. 이렇게 취해 버리면 내일 골치아픈데... 너는 한숨을 쉬면서도 비틀비틀 벽을 짚으며 네 방을 찾아가기 시작했음. 그런데 이게 웬 낭패인지, 너무 술에 취한 너는 네 방이 어디인지도 까먹은 것이었음.






"...아... 방, 내 방... 어디지이..."




너는 풀린 발음으로 중얼거리며 너와 룸메이트의 방을 찬찬히 기억 속에서 떠올려 봤음. 하지만 난잡한 머릿속은 도통 정리가 되지 않았고 너는 여기가 어딘지도 가물가물해 거친 한숨만 폭폭 내쉬었음.






"...네 방 안 가고 뭐해? 여기 죽치고 앉아서는."





그 때, 갑자기 유미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놀란 너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음.






역시나 유미르였음. 단숨에 심장이 쿵쿵 뛰었고 너는 짜증나면서도 좋은 감정에 고개를 푹 숙이곤 중얼거렸음.






"아, 몰라아... 내 방... 어디야..."






벽을 짚고 입을 오물거리며 말하는 너를 웃음기어린 얼굴로 잠깐 내려다 본 유미르는 푸핫, 너털웃음을 터트렸음.






"얼마나 취했으면 네 방이 어딘지도 몰라? 데려다 줘야 하나..."

유미르는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데굴 굴렸음. 그러고는 축 늘어진 너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거의 들어올리다시피 자세를 바로잡았음. 괜스레 심장이 두근두근 떨렸고 취기로 이미 붉은 얼굴도 더 붉게 달아올랐음. 무엇보다 이 상황이 싫지 않았음. 그 때 무의식적으로, 그 이성을 반쯤 놓은 상황에서 자신이 유미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음.






"으... 데려다 조... 어딘지 모르닉까안..."






유미르는 그런 너를 향해 다시 피식 웃더니 너를 천천히 부축했음. 네 방 위치를 알고 있는 것 같았음.






"앞으론 너 술 마시지 마. 데려다주기 진짜 귀찮으니까..."






다시 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런 너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미르는 약간 웃음기가 어린 무표정으로 너를 방까지 안내해 주었음. 후들거리는 다리로 방에 도착한 너는 곧장 쓰러져 자기 시작했고, 그런 너를 잠시 보던 유미르도 이내는 살금살금 방으로 돌아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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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었음. 네가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제 일은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끼리만 공유하고 있었음. 한 마디로 안 들켰다는 거였음. 너는 멍하게 어제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음.






그러던 중, 갑작스레 너에게 어제 유미르가 너를 데려다주었던 기억, 취해 추태를 부렸던 기억이 확 몰아쳤음. 동시에 때늦은 숙취도 한꺼번에 전해졌음. 머리가 후끈대듯 아프고 속도 안 좋았음. 몸 상태 때문인지 어제 일 때문인지 너는 또다시 얼굴을 붉혔음.






유미르와의 감정에 대해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음.










좀 오랜만에 늦게 올려서 미안 ㅜㅜㅜ 봐줘서 고마웡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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