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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이 정도면 자유로운 편이냐

ㅇㅇ |2021.05.16 23:16
조회 1,811 |추천 1
매일 매일 수학 영어 정해진 양 풀어야 함 (안 하면 맞음)
방문 닫기 가능
문 잠구기 불가능
휴대폰 방에 두면 안됨
휴대폰 사용 시간 1시간
화장은 안해서 잘 모르겠는데 눈치 많이 봐야겠지만 가능은 할 듯
짧은 치마 불가능
티비 보기 가능, 근데 허락 맡아야 됨
거실 컴퓨터 쓰는 것도 가능한데 허락 맡아야 됨
밤늦게까지 안 자고 있으면 혼 나고 폰 하는 것 아닌지 감시 당함
SNS 가능
밤늦게까지 안 들어온 적이 없어서 통금 없음
용돈 없음 (다 엄카)
엄마 화나면 거실에서 공부해야 됨
연애도 안 해봤지만 눈치 보면서는 가능할 듯, 근데 성적 떨어지면 그걸로 빌미 잡힐 것 같아서 만약 하게 되면 얘기 안 하려고
엄마 화나면 내 머리카락 잘라버림 (장발에서 단발로 댕겅, 바로 어제 있었던 일ㅋㅋㅠ)
엄마가 나한테 화나면 오만 것들로 다 맞음 (가위, 책, 안마 기구, 컵 등등 주변에 보이는 대로 다 던지심)




이 정도면 자유로운 건가? 판에서 보는 비슷한 주제의 글들에는 비할 바가 못되기는 한 것 같다



그래도 크면 독립하려구ㅎ











+) 그냥 쓴 글인데 이렇게 많이 볼 줄 몰랐어... 내가 좀 부정적인 기분으로 글 쓰긴 했는데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는 없어. 매일매일 통제 당하는 건 아닌데 보통 엄마 기분에 따라서 집안 전체 흐름이 결정되는 편이야. 내친 김에 집 얘기를 좀 해볼게... 어디서도 말해본 적 없어.


가족이 같이 티비 보면서 잘 웃다가도 엄마가 갑자기 티비 끄고 책 가져오라고 하기도 하고, 내가 내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불시에 들어와서 검사하고 옷 치우라고 야단 치고 청소 시키기도 해. 근데 난 이런 게 당연한 줄 알았어. 내가 어렸을 땐 오빠가 방황을 좀 했는데 그 방황에 비해서 심하게 맞았던 것 같아.


오빠는 엄마가 숨겨둔 폰 찾아서 게임하거나 학원 빼먹고 피씨방 가고 반항도 했지만 술담배하거나 일진이랑 어울리는 질 나쁜 학생은 전혀 아니었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공부하기 싫은 남자애의 잠깐의 방황이라고 느껴지기도 해. 근데 당시에는 그게 엄청 큰일인 것 같았어. 오빠가 집에 들어오면 엄마는 몽둥이 들고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고, 오빠가 다니는 학원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집안 분위기는 심각해져 있었고, 곧 집안에는 유리나 가구들이 깨지고 날아다닌 흔적이 남아있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오빠가 더 바른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더 방황을 했던 것 같아. 다행히 지금은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이 너무 익숙해진 터라 나랑 오빠는 엄마가 행하는 폭력에도 심각성을 잘 못 느꼈어. 솔직히 말해서 옛날의 나는 오빠를 보며 오히려 한심해 하고, 집 분위기를 망가뜨린 것에 대해 원망했었던 것 같아. 오빠만 조용하면 집 분위기가 화목할 텐데, 어디 멀리 가버렸으면 좋겠다, 이러고. 따지고 보면 집에 오빠 편이 아무도 없었던 거지. 그런데 내가 그 당시 오빠 나이 정도 돼보니까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는 걸 알겠어.


엄마는 그냥 누군가를 혼낼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아. 지금 오빠는 기숙사 학교에 있어서 우리와 잘 안 만나는데 오히려 부모님과 애틋해졌고, 난 오빠가 멀리 가버리자 이제 집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고 진짜 좋아했는데, 엄마의 타겟은 곧 아빠한테 갔어. 그리고 나한테 왔어. 오빠가 있을 땐 엄마가 항상 나와 오빠를 비교하며 나를 칭찬하고 오빠를 깎아내렸는데, 오빠가 없는 요즘은 툭하면 나 보고 오빠처럼 될 거냐고 그래. 그냥 오빠가 첫째여서 모든 비난을 대신 견뎌낸 걸 알게 됐어.


아빠도 엄마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는데, 그렇게 성실하고 성격 좋고 나한테도 두말할 필요 없이 좋으시던 아빠가 성격이 많이 변하셨어. 이건 오빠가 기숙사로 떠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서야. 시작은 돈이었는데, 나중에는 폭력이 되고, 결국엔 아빠가 집을 나갔어. 새 방 구하셔서. 근데 엄마가 아빠를 또 찾아냈어. 그리고 앞에서 무릎 꿇고 빌고 머리를 숙이고 돌아와달라고 했어. 나는 아빠가 혼자 살아서 행복하다면 그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엄마 앞에서는 아빠를 설득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어. 아빠는 그 상황을 다 알고 있었고, 엄마가 흘리는 눈물 보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얘기도 하셨어.

아빠는 긴 설득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고 그럴 때마다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온 나에게 남은 건 엄마의 욕설 뿐이었어. 이기적인 년, 개 같은 년, 더 설득했어야지, 거기서 가만히 멀뚱멀뚱 서있으면 어떡해, 잡았어야지. 그때만큼 엄마가 포악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 진짜 너무 힘들고, 죽고 싶었고, 오빠가 보고 싶었고, 아빠마저도 미웠어. 이 불구덩이에 나만 내버려두고 떠난 것 같아서. 근데 생각해보면 그 불구덩이를 아빠가 이미 20년씩이나 견뎌온 거더라. 그 생각 하니 아빠를 미워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강아지 안고 안고 꼭 버텼던 것 같아. 강아지한테 이런 집에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면서.


아빠는 절대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으셨는데, 그게 내가 볼 때에는 너무 위태로워 보였어. 연락도 잘 안되고, 아빠가 눈에 띄게 늙어가고, 눈에 띄게 언행이 거칠어지셨어. 그 때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이나 태우셨대. 엄마는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내가 혼자 있는 것을 이용해서 아빠가 다시 돌아오도록 하려고 나를 집에 사흘 동안 혼자 내버려둔 적이 있는데, 그때만큼 서러웠던 적이 없더라. 그때 진짜 죽을 만큼 울었던 것 같아.


그래도 이 시기가 끝이 나기는 했어. 그 뒤로 자세하게는 얘기 못하지만 아빠가 다시 돌아왔고, 엄마는 일시적으로 착해졌고, 나는 불안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 근데 몇 달 지나니 다시 원상 복구야. 아빠는 이제 포기하신 듯 해.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면, 20년 동안 참아왔던 아빠도 반항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엄마의 화살은 나한테 쏠렸고, 현재진행형이라는 거...? 그 정도인 것 같네. 그냥 적응하려고 하고 있어. 그렇지만 절대 이 집에서 네 명이서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난 그래도 내가 꽤 좋은 집에서 꽤나 화목하게 사랑 받고 자라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그게 아니네. 얘들아, 나 나중에 꼭 독립해서 아빠랑 강아지랑 따로 살 거야. 댓글들 보니 더 확신하게 됐어. 조언 고마워.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추천수1
반대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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