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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끝

0513 |2021.06.21 01:19
조회 876 |추천 6
너와의 4년을 추리고 추려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 2136장.

클라우드에 방치되어 있던 그 사진들을 오늘 다 지웠다.

평생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너의 결혼식 사진을 보게되었으므로.

헤어진지도 또다시 4년이 훌쩍 지났건만, 한장한장 지울 때마다 어느덧 나는 어제일처럼 생생한 그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너의 무릎 아래 엎드려 처절하게 울고 있던 그날을 지나 너를 슬프게 했던 그날, 좀더 가니 한껏 취해 함께 미친듯이 웃었던 그날, 그 이전에 너무나 힘들어하는 너를 그저 말없이 껴안고 있을 수 밖에 없던 그날, 디즈니랜드 정문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언제 그랬냐는듯 행복하게 놀이기구를 타던 그날, 그 많은 날들을 지나 결국 처음 본 그날까지 가버렸다.

지금껏 수백번도 더 떠올렸던 그날.

살면서 제일 잘했던 일이 날보러 소개팅 자리로 나왔던 그날이라고 했던 너의 말이 맴돌아 또다시 무너진다.

2136장을 다 지웠지만 딱 한장,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이는 우리 둘의 그 사진 한장은 차마 지울 수가 없어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왠지 모르지만 넌 꼭 내게 돌아올 것만 같아서, 무언가 그 끈이 아직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서, 나중에 결혼식에 쓸 사진을 너와 같이 고르려고 지우지 않고 놔뒀던 2136장.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남동생 번호와 카톡을 지우고, 사진도 모두 지우고 나니 이걸 왜 이제껏 못했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행복해보여 다행이다.

헤어지기 전에, 아니 헤어지고 나서도 너와 내가 다시 만날 기회는 여러번 있었는데, 그때 내 인생을 걸고 너를 잡지 못했던 걸 오늘 또 마지막으로 후회해본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의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때까지 기다리는게 이별일텐데.

이제 그 바다같은 사랑을 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니 잠시 눈이 부실지언정 앞을 향해 한발씩 내딛을 생각이다.

눈이 부시니 아주 잠시만 눈을 감았다가.

넌 이미 행복하니 굳이 닿지 않을 인사는 생략할게.

행복해야지 나도 이제.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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