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이모에게 들은 조금은 무서운,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
라큐
|2021.06.30 21:29
조회 2,366 |추천 10
요즘 판에 비혼 이야기가 핫해서내가 존경하는 비혼 모델인 이모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싶음
내 성별이 뭔지 알아서 생각하길 바라고어쩌면 진짜 현실적이고비혼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해서 하는 이야기임.
우리 이모는 40대신데,대학로 근처에서 약국을 하고 계심.
약사 자격증을 딴 후에 쉬지 않고 일하고 계시는데목이 좋기도 하고이모도 능력이 좋아서 진짜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버셨음.번 돈을 가지고 오피스텔 임대업까지 하는 나름 건물주임
이모는 2000년대에 비혼 선언을 했고외할아버지는 그런 이모를 어르고 달래다가체념하고 결혼 자금이랑 유산을 미리 물려주셔서이모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안정적이게 자리를 잡은 케이스임.
어쩌면 운이 좋은 것도 있고본인도 노력한 것도 있고암튼 결혼 하지 않고 부유하고 여유롭게 사는 여자임.
혹시 몰라서 우리 이모가 뚱뚱하거나 얼굴이 못생겨서남자에게 선택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 싶을까 말하지만우리 이모는 누가봐도 괜찮고어린 애인까지 있었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심.
이모는 딱히 남자를 혐오하거나 그런건 아닌데결혼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나본인 스스로도 답답한 걸 견디지 못해서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음.
아무튼 나는 이런 비혼 이모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개인적으로 나도 이모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음.이모처럼 머리가 좋지 못해 약대는 못갔지만....
아무튼 우리 이모는 2000년대에 대학 다녔을 무렵에페미니즘 활동을 했었음
당시에는 이렇게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엄청 큰 이슈가 되는 건 아니었고이제 막 자리를 잡고 페미니스트들을 배출했던 시기임.
우리 이모는 그 중 하나였고일부로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여성 시위 같은 것에도 참여하신 전적이 있음.
여성학 주제의 잡지나 발간물에 기고하시고20대 때 동료 페미니스트들끼리 찍은 사진도 있었음.
나는 그런 이모가 대단해보여서지금은 왜 페미니스트 활동을 안하느냐? 라면서 물어본 적 있었음.
그러자 이모는 딱 한 마디 했음.
대학 졸업하고 30살 넘으니까 아무도 안 불러주더라고
20대 때나 젊을 때는뭘 해도 젊은 여성들의 반란! 혁명! 이러면서굉장히 사회적 이슈도 크게 나고유명인도 앞다퉈서 인터뷰 했다고 함.그리고 실제로 이때 유명세로 사업에 뛰어드는 젊은 페미니스트들도 많았음.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나서,30살 넘으니까 이런 이슈나 관심이 뚝 끊김.
대신 자신 아래의 후배들이 자신이 사진찍고 글 쓰고 있던 자리에서 똑같이페미니즘 활동 하는 걸 보고 현타를 엄청 받았다고 함.
심지어 자신이 몸 담고 있던 단체에서도자신을 20대 젊은 여자들을 챙겨주는 물주로 삼거나직장 없고 가난한 30대 여성들은 찬밥취급해서엄청 싸우고 나왔다고 함.
그나마 다행인건 이모는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아서약사 자격증도 따고외할아버지가 지역 유지라 약국 차릴 돈이 있어서30대 무렵에 안정기를 찾았지만그렇지 못한 동료나 친구들은 바로 사회에서 버림받았다고 함.
실제로 사회운동에 투신해서 대학 자퇴하거나이렇다할 스펙이 없거나나이도 많아져버린 후에 가치가 없어지니 내쳐진 페미니스트들이 많다고 함.대한민국 페미니즘 계보가 중간에 끊긴 것도 여기에 한 몫 함.
진짜 안타까운 사례가.....자신이 의지하고 믿었던 리더급 언니가주위의 부추김 때문에 사업을 했다고 함.하지만 사업머리도 없던 언니는 엄청난 빚과 함께 몰락함.
그러다 몇년 후에 진짜 거지꼴이 되어서자신한테 찾아와서 돈 30만원만 빌려달라고사정사정 하는 걸 보고 진짜 충격을 엄청 받았다고 했음.(그리고 걍 50만원 빌려주고 안받았다고 함.물론 그 뒤로 그 언니는 나타나지 않음)
심지어는 어떤 친구가비혼이지만 잘사는 이모가 부럽고 싫어서말도 안되는 루머를 지어내서 이간질을 시키다가나중에 걸려서 소송까지 간 경우도 있다고 함.
그러면 한 번도 같은 여자들과좋은 경험이 없었느냐고 물으니까딱 한 번 있다고 했음....
자기 학회에 말 없고 조용한 여자애였는데,중간에 고시 공부 한다고 탈퇴하고 조용히 연락이 끊김.당시에는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페미니스트들이그 여자애를 배신자니 뭐니 하면서 비웃었다고 함.
그런데 십 몇 년 후에그 여자애가 높은 공무원 직급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고 했음.
정말 한 눈에 봐도 잘나가는게 보였는데,차분한 얼굴로그때 활동했건 이모가 너무 멋있었고~함께 계속하지 못해서 안타까웠고~ 하면서 추억 이야기 하는데본인은 그 아이를 비웃었던 친구들 생각이 나서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함.
아무튼 페미니즘이니 비혼이니 다 좋은데가장 좋은 건 자기 살길을 찾아두는거라고 생각함.비혼 이야기 하는 사람 중에몇 명이나 진지하게 앞날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