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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남편이 폰중독 같아요 결혼하면 다 이런가요?

ㅇㅇ |2021.07.20 17:02
조회 1,993 |추천 1
연애 4년하고 결혼했어요.
원래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고 제가 말 좀 하라고하면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도 사람이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제 이야기 잘 들어주고 기억했다가 다음에 꼭 해주고, 다정다감한 성격이 좋았어요.

문제는 남편이 결혼하고나서 집에 둘이 있을때도 거의 대화를 안해요.
매일 얼굴보는 가족이 뭐 그리 할말이 많겠냐 하겠지만 저도 매일 수다를 엄청 떨고 그런걸 바라는건 아니에요. 말없는 사람인거 알고 결혼했으니까요.
남편은 일단 퇴근하고 집에 오면 6시반-7시 정도. 부엌에 가서 저녁을 합니다. (남편이 저녁식사 담당이고 저는 나머지 집안일 모두 담당이에요)
요리할때 옆에서 알랑거리면서 말거는거 신경쓰인다고 싫어해요. 그래서 요리할땐 말 못해요 ㅠㅠ
밥차리면 식탁에 앉아서 드디어 이야기를 해요. 오늘 있었던 일, 회사는 어땠는지, 유튜브에서 뭘 봤는지 등등
근데 밥 길게 먹어봐야 30분 아닌가요? 밥 다먹고도 저는 식탁에 앉아서 좀더 수다 떨고 싶은데 남편은 그뒤에 본인이 할일(?)이 있으니 왠만하면 바로 일어나서 치우는 편이에요.
그럼 하루 중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 끝 ㅠㅠ

그 다음부터 남편은 마루에 앉아 세가지를 동시에 해요. 티비에 유튜브 틀어놓고 보면서, 탁자에 본인이 좋아하는 게임 스트리밍 채널 틀어놓고, 동시에 핸드폰으로 게임하거나 메신저하거나 해요. 제가 시끄러울까봐 심지어 소리도 죽이거나 에어팟으로 들으며 하니까 (저를 배려한다고;) 집은 조용하고 남편은 같은 공간에 있는데 딴세계에 가있는거죠. 언젠가 제가 왜 세가지를 한꺼번에 하냐고 물어봤더니 보던 유튜브 컨텐츠가 좀 늘어질때는 게임 스트리밍을 보고, 게임 스트리밍이 좀 지루해질땐 핸드폰을 봐야해서, 이 정도 멀티가 딱 안지루하고 좋대요.
저도 물론 티비 드라마 보면서 가끔 100% 집중안하고 폰하기도 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가끔 밖에 나갈때도 잠깐 저와 대화가 끊어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하거나 하면 무조건 폰을 봐요. 진짜 단 1초도 가만히 있는걸 못견디고 폰을 꺼내니 저게 정상인가, 혹시 폰중독이나 ADHD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더라고요. 말이 약간 샜는데, 하여튼 이걸 거의 7시 좀 넘어서부터 밤12시 넘어서까지 하루 평균 5시간씩 합니다. 주말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딱히 저랑 밖에 나갈 약속이 없는 한 하루종일 저러고요.

또 다른 문제는 저런 상태에서 제가 대화를 더하거나 장난치거나 하려고 다가가면 받아주긴 하는데, 정신은 이미 세가지 매체에 빼앗겨 있기 때문에 대답이나 리액션이 건성인게 다 드러나죠.
저는 하루종일 못봤기 때문에 (아직 신혼이거든요 ㅠㅠ) 의미있던 없던 같이 뭔가를 하고 싶은데, 솔직히 같이 티비나 넷플릭스를 같이 보더라도 남편은 폰으로 두세개 다른걸 동시에 보고 있어서 제가 본 장면에 어머 여보! 하면 딴거보느라 놓친적이 부지기수에요. 같이 보는지를 모르겠어요.

한번은 남편이랑 장난치다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저는 집에 있는 반려견같은 존재라고. (제가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해서 집에 있어요)
집에 오면 강아지처럼 반갑게 맞아주고, 열심히 밥해서 먹이면 맛있게 먹으니 보람되고, 옆에서 재잘대거나 장난치면 좀 놀아주다가, 자기 할일 하고 있으면 옆에서 계속 놀아달라고 낑낑거려서 귀엽다고.
남편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를 케어하고 아끼는 건 알겠지만… 기분이 좋아야 하는지 나빠야 하는지는 헷갈리는게…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부부는 이런게 아니었거든요.
하루 30분 대화하고 각자 폰 붙들고 있으면 왜 같이 살아요?
근데 남편은 각자 할일하고 말은 안해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게 더 중요한가봐요. 무슨 말을 꼭 해야하냐고, 할말도 없고 그냥 같은 집에서 따로 뭐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그말도 맞아요. 근데 같은 공간에 있어도 어차피 이어폰 끼고 있어서 제가 무슨 말하면 세번은 말해야하고, 본인이 보던게 있어서 대답도 건성이거나 귀찮아해요.
제가 결혼전에 3년을 자취했거든요. 매일 집에서 혼자 유튜브나 티비보고 살다가 결혼하면 배우자와 살아서 좀 달라질줄 알았는데 똑같아요.
내 외로움을 남편에게 기대지 말자 싶어서 운동도 끊고 친구도 만나고 남편이 폰 볼때 저도 방해안하고 이어폰 꽂고 폰 보는데…. 일 끝나고 그렇게 폰보면서 시간 보내고 잠들려고 하면 정말 허무하고, 마음 한켠이 빈것 같고, 같이 있어도 외롭고… 심지어 남편은 좋아하는 게임 스트리머가 미국인이라 밤늦게까지 봐서 제가 자자고 하면 보던거 안끝났다고 먼저 자라고 해요. 그렇게 먼저 혼자 침대에 누우면 대체 내가 왜 결혼했나 이건 내가 원한 결혼생활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은 출근하고 저는 일 시작하기 바쁘고요.

결혼 결심하고 예비시댁에 잠깐 들린적도 있는데, 그때 눈치챘어야 했던건가요… 시댁 집안 분위기가 특이했어요.
세식구이고 사이가 안좋은 집은 아닌데, 그냥 어머님이랑 남편 둘다 말수가 없고 그냥 밥먹어 응 하고 생존(?)만 확인하는 수준… 아버님이 그나마 말씀을 하시는 편인데 나머지 두사람이 워낙 조용하니 다들 각자 방이랑 마루에서 각자 티비보고 핸드폰보고 랩탑보고 하더라고요. 집안이 티비소리만 꽉 차있었어요. 각자 보는 세가지 티비 소리요.
저희 친정은 저녁식사 하면서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 서로 이야기하고 밥다먹으면 마루에 나와서 아빠랑 티비보면서 리모콘 빼앗고 웃고 엄마가 깎아온 과일 먹으면서 밤늦게까지 같이 있다가 각자 한명씩 방에 들어가 자는 분위기거든요.
그래도 각자 집은 각자 가풍이 있는거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제가 며칠전에 참다참다 남편한테….
나 너무 외롭다 그리고 당신 폰중독인것 같다
저를 봐서 조금만 고쳐달라고 했어요.
남편이 알았으니 가이드라인을 달래요.
근데 다 큰 성인인데 제가 게임방송이랑 폰은 하루 몇시간만 해라 할순 없는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밤에 적어도 12시반 이전에는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줬으면 좋겠다 했더니 알았대요.
나랑 밖에서 밥먹을때 데이트할때도 게임하거나 폰 안봤으면 좋겠다 했더니 알았대요.
그리고 왠만하면 집에 있을땐 티비나 폰을 좀 줄이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 했더니 알았대요.
그게 며칠째인데… 티비나 폰을 안한다고 저와 대화를 더하는게 아니라… 집에서 하루종일 잡니다.
폰과 티비 없이는 집에서 뭘 해야할지 어쩔줄을 몰라하는것 같아요.
제가 이런저런 말도 걸어보고, 같이 스트레칭도 하고, 이런저런 음식도 같이 만들어먹자, 산책도 하자고 했는데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재미가 없는게 너무 역력해요.
제가 폰이나 티비를 아예 보지말라한게 아닌데, 본인이 어느정도 제재하는지 잘 이해를 못하거나 아님 일부러? 저보라고 멍때리는건지 ㅠㅠ 하여튼 사람이 혼이 나간 사람 같아요. 저는 농담으로 그거 폰중독에서 벗어나는 금단현상이라 하긴 했지만 속으로 너무 안쓰러워요. 그래서 티비 보라고 했는데도 니가 싫으면 됐다고 그냥 계속 멍때리거나 잠을 자요.

이제는 잘 모르겠어요. 제 요구가 맞는건지 과한건지.
저도 폰보고 유튜브 봅니다. 정말 많이요.
대신 남편이 옆에 오면 남편에게 온신경이 집중이 돼요. 티비나 폰은 덜 재밌어요. 근데 남편은 안그런가봅니다 ㅠㅠ 게임이나 인터넷 세상이 저보다 훨씬 재밌고 자극적이고 그렇겠죠. 그런 미디어는 가뜩이나 말수없는 남편보고 말하라고 리액션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으니 편할거고요. 제가 너무 들들 볶는거 아닌가 죄책감이 들면서 결혼하면 남들도 다 이러고 사나 나만 유난인가 싶고….

제가 더 내려놓아야할까요? 제가 좀 유별나게 요구하는건가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사세요? 이건 폰중독 미디어 중독이 아닌가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요새 문득… 아기때부터 별생각없이 티비만 보여주며 키우면 우리 남편같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ㅜㅜ

———-
남편이 사랑하는게 맞긴하냐는 댓글들이 있어서….
말하는걸 힘들어하고 수다는 못떨어도 애정표현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야근을 하든 저녁약속이 있든 꼭 정해진 시간에 집에 들어와서 제 저녁을 차려주고 다시 나가고요. (안그래도 된다고 했는데도 저 대충먹거나 안챙겨먹을까봐 걱정된다고…)
집에 들어올때 항상 제가 좋아할것 같다며 간식이든 뭐든 한가득 들고 들어와요.
워낙 말없고 내성적이라서 밖에 나가다니는걸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지만, 제가 어디 가자하면 꾹 참고 검색해서 데이트하러 가는 편이고요. (물론 투덜대긴함)
술담배 하다못해 커피도 안마시고 친구도 별로 없고 일 끝나면 바로 들어오는 모범생입니다.
기본적으로 혼자 오타쿠처럼 게임보거나 유튜브볼때 제일 편하고 행복한가봐요.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호텔에서 2주 자가격리한적이 있는데 다들 힘들다던데 제 남편은 세상 편했다 했거든요;;
혼자살지 저랑 왜 결혼했냐고 물으니까, 그냥 자기는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거 하면서 있는거 자체가 좋답니다. 저를 사랑하니까 제가 곁에 있는거 자체가 좋대요. 대신 같이 뭘 하자고 하면, 대화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고… 티비는 같이 볼수있는데 하나만 보라하면 너무 지루해서 자기한테 고문이니 폰으로 다른것도 같이 보게 해달라 이건데… 그거 외에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거나 뭘 하는것도 좋으니 뭐하고 싶은지 알려달라 그러면 예약을 하겠다는거에요. 근데 이건 특별한 이벤트고 데이트지, 부부가 소통을 하기 위해 매번 계획하고 돈을 쓸순 없잖아요? 저는 그냥 일상생활에 마루에서 딩굴딩굴하면서 귤까먹고 수다떨고 싶은건데…. 결혼전에 같이 살아보질 않아서 이 정도일줄은 몰랐어요. 애없는 다른 부부들은 평소에 어떻게 살고 얼마나 대화를 하세요? 그리고 남편이 말은 잘 듣는 편이라 제가 이렇게 해달라 하면 그대로 해주는데… 그래서 한 며칠 제 부탁대로 집에서 티비안보고 폰 안보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대화가 는건 아니지만 ㅠㅠ 뭔가 제 요구가 핀트가 안맞는걸까요? 제 친정은 가족 분위기가 늘 함께 있고 이야기하는게 자연스러워서…말없는 남편이랑 살면… 부부가 이걸 어떻게 함께 만들어가야할지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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