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에 앞서 전 남자라는 것을 밝힙니다. 남자가 판에 들어와서 글 쓰는 것이 불편하신 분이 있다면 미리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먼저 이 사회에 경력단절, 취업 시 불이익과 유리천장이나 잔존해 있는 가부장제 등 여성들이 받는 차별에는 깊이 통감하고 한시바삐 부조리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따금씩 청원으로 올라오는 성범죄나 부당한 성차별과 관련된 것들에도 틈틈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안산 선수 논란 때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 문제 아닌 것 같은 일에 금메달을 (당시 시점에서) 2개나 딴 선수를 그렇게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직 대회가 다 끝나지도 않은 선수를 그렇게 욕하는게 제정신인가 화도 났고, 열등감 넘치는 한남 따위로 욕을 먹어도 큰 할 말이 없다고 전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를 욕하는 것이 일종의 허수아비 때리기라고 생각하고요.
남초에서 그렇게 패는 "페미"들의 사례가 극단적인 것들이 꽤나 많기에, 물론 이들 사례만 놓고 보면 분노를 충분히 자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소수 케이스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군인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은 가져주심이 어떤지 부탁드리고 싶네요. 여성 징병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아무리 빨리 진행이 되어도 현 10대 초반 이상은 징병 대상에서 제외되니까요. (물론 주변 국가들과의 상대적 군사력 측면에서 여성 징병제나 국방세 등 그에 준하는 해결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은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논점에서 벗어나니...)
다들 아시는 이론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군대는 국가 자체를 지탱하는 조직 중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사람들이 착하거나 양심적인 사람들이어서 대한민국에 침공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적국이 아닐지라도 중국과 일본과 우리가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경제력과 더불어 군사력의 지분이 매우 큽니다.(평소엔 잘 느낄 수 없겠지만 말이죠.) 성별적인 관점을 넘어서, 지금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저를 포함에서 우리나라의 모두가 침대에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것이 군인들이 밤낮으로 고생해가며 나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한남들도 막상 군대 가려하면 울며불며 가기 싫어한다" "전쟁은 지금껏 전부 남자들이 일으켜놓고 여자들 군대 끌고 가려 한다" 이런 글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군대에 가기 싫은 것은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이며, 한국전쟁은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이 일으킨 전쟁입니다. 이런 댓글들을 보면 우리가 이런 평화적인 자유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마치 세계의 기본 법칙인 양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이 씁쓸하네요.
성평등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고, 여성 분들이 무분별하게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일부 남성들을 향해 분노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군대는 '기회의 평등', '페미니즘', '유리천장' 등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쟁점들보다 훨씬 근본적인, '생존권'과 직결된 조직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징병제에 지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현 10~20대는 어차피 안 가기는 하지만) 군대 가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군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군인들 덕분에 이 자유 세계가 유지되고 있구나, 우리가 매일 거리를 걷고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며 문명화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거저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군인들이 밤낮으로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구나 이 정도 사실만, 그냥 막연하게라도 인지하고 최소한의 존중만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