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unlucky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랜디 : 경쾌하게 시작하는 피아노를 배반하듯 앨범의 첫 트랙을 여는 첫 가사는 체념을 말한다. 그렇지만 그 체념에서 이제껏 얼마나 사랑하려 기를 썼는지, 행복하려 매일 애썼는지가 들린다. 아이유가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가로 썼다는 가사는 수고하는 삶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할 보편적 이야기를 담는다. 약간의 체념은 전적인 포기가 아니라는 것, 잔뜩 들어간 긴장을 내려놓고 일상을 믿어보자는 것. 지독하게 지친 영혼에 끼얹는 따뜻한 목욕물 같다.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아티스트가 있어 덕분에 힘을 얻는다. 노래 덕에 잠에 들고, 내일 아침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레드벨벳 – Psycho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
스큅 : 꿋꿋이 ‘레드’와 ‘벨벳’의 양갈래길을 나란히 개척해온 그룹의 맥락 위에서 이 구절은 또다르게 읽힌다. ‘행복’과 ‘Be Natural’, ‘Ice Cream Cake’와 ‘Automatic’, ‘Dumb Dumb’과 ‘7월 7일’ 등 데뷔 초에는 이중 컨셉으로서의 당위성이 개연성을 앞지른다는 평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The Perfect Red Velvet”은 벨벳 콘셉트의 가능성을 역설했고, “The ReVe Festival Finale”는 ‘Psycho’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며 두 콘셉트의 완전한 융화를 설득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답게 가보자”는 구절은 지난했던 역사에 대한 자축이자 미래에 대한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에도 “맞아 Psycho”라 응수할지언정 결코 고집을 꺾지 않는 태도야말로 이제껏 레드벨벳을 레드벨벳답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여자)아이들 – Lion
“이제 환호의 음을 높여 모두 고개를 올려
어린 사자의 왕관을 씌우니”
랜디 : 음악적 요소로 가사의 표현을 극대화 하는 워드페인팅의 좋은 예. 1절 내내 반복된 인터벌이 2절 두 번째 버스에 와서는 한옥타브 위에서 반복 된다. 민니가 호령하듯 외치며 스스로 머리에 왕관을 씌우는 장면은 가히 2019 케이팝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 할만하다.
트와이스 – Feel Special
“그런 날이 있어”
스큅 : 때로는 감정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서툴게 툭 털어놓는 편이 훨씬 더 와닿을 때가 있다. 자세한 부연이 뒤따르기도 전에 “그런 날이 있어”라는 첫 한 마디만으로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 한 마디가 구원해준 “그런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세븐틴 – Hit
“Let me drop the 음악”
심댱 : 분위기가 차츰 고조되다 터지기 일보 직전, 영어와 한국어가 기묘하게 조합된 문장이 튀어나온다. “Let me/Drop/The/음악” 순으로 멜로디가 껑충껑충 뛰어가는데, 무대 위를 성큼성큼 뛰어다니는 몸짓과 어우러진다. 세븐틴 특유의 경쾌한 에너지를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펀치 라인.
이달의 소녀 – Butterfly
“시작은 작은 날갯짓
이제 내 맘의 Hurricane”
마노 : 적절한 반복으로 착착 감기는 리듬감까지 갖춘 이 짧은 문장은 그 자체로 이달의 소녀가 ‘Butterfly’를 통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요약한다. ‘작은 날갯짓’에 불과했던 움직임으로 기어코 케이팝씬에 나비효과를 몰고오고야 만 그룹의 서사를 이토록 적확하게 표현할 한 줄은 없을 것이다.
CL – +처음으로170205+
“처음으로 돌아가자”
스큅 : 오랜 엽서에 꾹꾹 눌러담은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다짐, 제안, 혹은 주문은 그에게도, 그를 하염없이 기다려온 팬들에게도 가장 절실했던 한 마디였을 것이다. 긴 한숨처럼 쏟아내는 노래를 들으며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도 그런 심정이었을까.
설리 – 고블린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난 여기 있는데”
스큅 : “해리성 자아를 가졌던 한 사람에 관한 내용”, 혹은 “‘나’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가사 행간의 ‘진의’를 감히 넘겨짚어보려는 마음은 없다. 용의는 물론, 그러한 권한도 내게는 없기에. 다만 “난 여기 있는데”라는 그 한 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왜곡된 거울 미로 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거울 뒤편에 숨은 이름 모를 이들에게 “그냥 인사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던 그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