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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한달 반쯤에 느끼는 것들

ㅇㅇ |2021.08.15 17:39
조회 4,358 |추천 5
정확히 6월 30일에 내가 먼저 놓겠다고 했다.내가 먼저 그 관계에서 지쳐서 나가떨어졌다.늘 내가 기다려야 하는 연애였고, 넌 항상 노력하겠다고 했고, 날 좋아한다고 했지만 언제나 말뿐..달라지는건 없었다.처음엔 그런 말이라도 감사해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점점 그게 그냥 정말 말뿐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그때마다 이게 맞는걸까?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이런 기약없는 기다림과 맹목적인 애정에 대한 보상이 과연 있긴 한걸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력한다던 넌, 날 좋아한다고 했던 넌, 점점 날 뒤로 미뤘다.처음엔 요즘 신경쓸게 많아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신경을 많이 못써준다는 핑계로 날 방치했고, 난 이해해보려했다.바쁜사람한테 다른거 다 제쳐두고 나만 보라고 할 순 없었으니까..그래서 그냥 기다렸다.기다리면 날 찾아주겠지..기다려준 나를 아껴주고 고마워하겠지 하면서..
하지만 바쁜 하루가 끝나고 네가 찾는건 내가 아니라 게임이었고, 그 게임 같이하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동호회 친구들이었다. 난 또 기다렸다. 그래..너도 취미생활은 해야하니까..하면서..그 취미 생활 끝나면 날 찾겠지.하면서..근데 그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내가 기다리다 지쳐 결국 먼저 잠에 들어도 끝나지 않는거더라.넌 새벽까지,어떨땐 다음날 아침해가 뜰때까지 게임을 했고,그렇게  취미생활이 끝난 네가 그다음으로 찾는건 또 내가 아니더라.그땐 나보다 잠을 찾더라.난 기다렸다.그래.밤을 샜으니까 잠은 자야지.난 그렇게 계속 널 기다렸고, 넌 계속 그렇게 날 뒤로 뒤로 뒤로 미뤘다.
그렇게 이게 연애가 맞긴 한건지 싶은 2주일을 기다리고 결국 난 너를 놓기로 마음먹었다.난 내가 너무 연애에만 비중을 둬서 인스타에 자주 나오는 혼자서도 잘 지내야 연애도 잘된다는 그 흔한 글을 실천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간과한게 있었다.내가 백날천날 노력해도 노력할 생각이 없는 상대와의 관계에선 노력한 나만 호구가 된다는것.내 마음이 불쌍하고 가여웠다.이렇게 보잘것 없는 마음이 아닌데..너무 천대받는거같아서 내마음이 불쌍했다.
그래서 널 놓기로 마음먹었다.서운하다고도 말해보고, 타일러도 보고, 이해도 시켜보고, 다른일에 집중도 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건 다해봤다고 생각해서 미련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먼저 놓겠다고 했는데 붙잡는 말도 그 어떤 변명이나 사과도 없이 담백하게 잘지내라는 너의 답장을 보곤 순간 웃음이 났다.이럴거라고, 이럴줄 알았다고,이게 너지 라고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니길 바랐는데 내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너의 답장에 기가막혔다.그냥 나만 놓으면 되는 관계였다는걸 그런식으로 확인사살 당하고 나니 허탈해서 미칠거 같았다.
네가 미워서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니 내가 미웠다.그렇게 날 지치고 힘들게 했던 넌데, 그건 생각이 하나도 안나더라.네가 잘해줬던 기억밖에 나지 않고, 내가 너한테 못해줫던 것만 생각나서 마치 넌 아무 잘못 없는데 나혼자 생각이 많아서 나혼자 북치고 장구치다가 끝낸건가 싶어서 네가 날 미친년으로 기억할까봐 그게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넌 나와 헤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그 게임 동호회 사람들과 밤새면서 게임을 했다.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면서 너무나 아팠다.나만 힘들어 하는거 같아서.넌 너무 잘 지내는거 같고 아무렇지도 않은거 같고 내가 너한테 그렇게 아무 가치도 없었구나,나는 네 인생에 아무 비중도 없는 사람이었구나 싶어서..
그렇게 7월 한달을 통째로 날려먹었다.지금도 기억이 안난다.6월30일날 너와 헤어지고 7월 한달동안 내가 뭘 했는지 분명 공부도 하고 살던대로 살았을텐데 마치 그 한달동안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것처럼 기억이 안났다.너한테 연락 한통 오기만을 미친듯이 기다렷던것 같다.하루에 유튜브 재회관련 타로카드만 매일 20개 정도 본거같다.그정도로 패닉상태였나보다.
근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점차 나아지더라.더이상 너의 연락은 기다리지 않게 되고, 재회관련 타로도 점점 안보게 되더라.그정도가 되니 점차 이성이 돌아오며서 머리가 맑아졌다.하나부터 열까지 내 잘못인것 같았는데 7월말쯤 되니 나도 이제 점점 넌 그럴만 했을 너만의 사정이 있었을거고, 나도 그럴만 한 내 사정이 있었을거다.그걸 서로 맞춰가지 못했던건 그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인연이 거기까지였던거다.라는걸 깨달았다.그래도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네가 꼭 후회했으면 좋겠다거나 네가 밉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이 올라오더라. 결국 이것도 미련이었다.
그렇게 온통 네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너말고 관심가는 사람이 생겼다. 그사람이 나한테 관심있어하는 행동을 보였고, 내머리속은 점점 너말고 그사람으로 가득 채워져갔다.그사람덕분에 너에 대한 남은 미련이 말끔히 지워졌다.더이상 재회의 '재'자도 듣기 싫었고, 유튜브 타로카드도 재회대신 새인연, 솔로연애운,짝사랑 연애운을 주로 보기 시작했다.그런데 8월 15일 오늘 깨달았다.이것도 결국 널 잊기 위한 발버둥이었다는걸..그사람이 나에게 보인 행동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했다는걸..그저 난 너한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너보다 훨씬 다정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언젠가 보란듯이 네앞에서 '나 다른 사람 생겼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거였다.그런 욕심에 나는 그사람 행동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다가 그사람이 나한테 호감이 있는것 같다고 혼자 착각을 하곤 혼자 설레고 혼자 또 바보같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거였다.정작 그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면서 그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 같단 이유 하나로 그사람 생각을 하며 혼자 또 사랑에 빠진거였다.너랑 헤어지고 나서 꼭 다음 연애땐 마음을 절대 쉽게 주지말자고, 너무 빨리 좋아하지도 말고 너무 많이 좋아지도 말자고 그렇게 다짐해놓고서 나는 또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사람 안변한다고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더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난 너와의 연애에서 배운건 그렇게 많으면서 달라진건 하나도 없었다.그래서 이젠 타로카드도 안본다.
근데 그렇게 되니 할게 없다.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도 할게 없어서 무료해서 미치겠다.너랑 헤어지고 나선 하루종일 재회 타로만 보다가, 널 잊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나선 하루종일 연애운타로만 봤는데,이제 그것도 못하게 되니 정말 할게 아무것도 없다.이게 너무 쓸쓸하다.널 만나기 전엔 내가 뭘하면서 하루의 시간을 다 보냈는지 기억이 안난다.도대체 이 긴 하루를 어떻게 다 썼을까?왜 나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할게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걸까?할게 없어서 이 글을 쓴다.
넌 여전히 게임 동호회 사람들과 여전히 같은 게임을 하고 있더라.하나는 확실히 알겠다.널 놓은건 백번 천번 잘한 일이라는걸.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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