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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시누이의 자세

시누이자 올케 |2008.12.12 11:02
조회 60,787 |추천 1

톡 됐네요!!

제 글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니 너무 기뻐요.

한편 걱정도 되네요.

그 친구(미래의 올케)가 읽으면 안 되는데.... >_<

이때껏 쿨한 남친 누나로 처신했건만 이미지가 와르르~~

 

00야!

그때 잠~~~깐만 그랬던 거야.

나는 바라는 거 하나도 없다.

고집불통에 시니컬하고 짜증대마왕인 내 동생...

모쪼록 혹.독.히 훈련시켜서 잘 살아주기 바란다.

(미안하다. 그노마는 요리도,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할 줄 모른다.

엄마가 그렇게 키울 때, 그때는 내가 어려서 뭘 몰랐다.

지금은 내 말을 들어처먹지를 않는구나.)

바라는 게 없다더니 너무 큰 걸 바라는구나.

제발 버리지 말고 델꼬만 살아주라.

요즘 남자들 장가 못 가서 난리던데

너 없으면 내 동생.... 지는 인기 많다고 빡빡 우기지만

내가 볼 때는 장가 못 간다.

부탁한다. ㅠㅠ

 

**********************

 

톡톡 보며 가끔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하고 짜증도 내는 평범한 톡커입니다.

결혼을 하고보니 다른 채널보다  '시친결'에 더 눈이 가더군요.

특히 개념 밥말아 먹은 시집 식구들....

일일연속극, 욕하면서 본다고들 하지요?

저에게 시친결이 딱 그렇습니다.

뭐 저런 황당구리하고 짜증나는 일이 다 있다냐? 하면서도 자꾸 눈이 갑니다.

내 일도 아닌 남의 이야기에 왜 이리 흥분이 되는지.... ㅡ.ㅡ

어제도 올케에게 '이년, 저년' 했다는 시누이 이야기를 읽었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어제 읽은 그 톡 때문입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사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구요.

그저 제 경험을 통해 시누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이중의 입장'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제 남동생의 여친에게는 '시누이'이자,

저 역시 시누를 '셋'이나 두고 있는 어느 집안의 올케입니다.

남편에게는 누나가 둘,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세 분 다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제 나이 그닥 적지 않은 서른둘이건만 그 중 두 분이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엄마가 굉장히 많이 우려하셨는데

제가 '운'이 좋은 건지 이때껏 시누이 때문에 마음 고생한 적이 없습니다.

시누들이 특별히 저에게 잘해준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원래 참 '경우가 바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의 '처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어찌나 중간역할을 잘하는지....

언제 한 번 제 남편의 처신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네요.

 

이만 잡설은 그치고....(이 글의 요점은 그게 아니니까)

 

시누이의 입장에서 제가 빠졌던 함정에 대해 말해 볼게요.

저는 평소 제가 참 '생각 똑바로 박힌',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나 생각들에 대해 그닥 의심을 품지 않았지요.

그런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저 역시 '시'자 붙은 그 잘난 여자들 행세를 하고 있지 뭡니까.

예, 바로 그거였어요.

시누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

글쎄,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된 양 남동생의 여친을 '평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 만남에서 서로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동등한 위치에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평가하고 평가받는)

마치 미스코리아들 쭉 늘어놓고 코가 어떠니, 눈이 어떠니, 몸매가 어떠니 점수 매기는 것처럼

그러고 있지 뭡니까.

막말로 내가 델꼬 살것도 아니면서.... ㅡ,.ㅡ

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은근슬쩍 남동생, 또는 주변사람들에게 흘리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더 웃긴 건 제 자신은 그래도 끝까지 시누이 행세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더군요. 그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처럼....

이때껏 배운 논리적 말하기를 이런 데서 써먹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된 어떤 계기가 있습니다.

저는 스무살 때부터 쭉 서울에서 살았는데 몇 년 전 동생이 지방에서 여친을 데리고 제 집으로 놀러왔습니다.

둘 다 집에는 출장 간다고 뻥치고요....

참 순진하지요. 저 같으면 어디 좋은 데로 단둘이 밀월이라도 떠났겠건만... ㅡ.ㅡ

여기까지는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식사를 하고 나면 설거지거리가 쌓이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했습니다.

동생 여친이 와서 '언니, 제가 할께요~~' 하더군요.

'됐다'고 했습니다. 그냥 편히 쉬라고요.

그 다음번에 또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할께요~~' 라는 말도 하지 않더군요.

그냥 묵묵히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 이상하지요. 슬슬 신경질이 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니, 내가 지들 밥해주는 사람이야? 설거지 정도는 눈치껏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은근히 공주과 아니야? 손윗사람이 설거지하는데

지는 남자친구 옆에 찰싹 붙어앉아서 저러고 싶나? 내 옆에서 거들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일이 있고 나서도 한동안 저는 제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제가 아주 웃기는 짬뽕이었다는 것을요.

첫번째 함정, 가족인 '남'동생한테는 안 그러면서 엄연히 손님인 남동생의 '여'친은 설거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남녀차별은 차후로 밀어두고라도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제 마음은 싹퉁바가지 시누이가 되어 있지 뭡니까.

그럴 거였으면 처음에 한다고 했을 때 시키던가. 됐다고 됐다고 착한 척은 다 하고선 뒤에서 호박씨나 까고 있다니. 안 그래도 가시방석인 남친 누나 집에서 남친 옆에 찰싹 붙어 있지 않으면 뭘 어쩌겠어.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축구라도 찰까.

정말 웃기더군요.

 

그리고 또...

동생과 그의 여친, 그리고 제 남자친구(그때까지만 해도 결혼 전이었습니다.)와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갔습니다.

신나게 놀았지요. 그런데 동생의 여친이 영~~~ 못 노는 겁니다.

머리 아프다 그러고, 피곤하다 그러고.... 나는 간만에 동생도 만났겠다, 신나게 놀고 싶은데

동생은 여친 챙기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하더군요.

젊은 애가 뭐 저리 부실하다냐~~ 영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제 남동생도 고깝게 보이는 겁니다. ㅡ.ㅡ

제 남동생이 참 까칠한 녀석인데.... 가족한테는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녀석이

지 여친은 저렇게 챙기다니. 괘~~씸한 놈!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네, 바로 두번째 함정에 빠졌던 거지요.

가족한테 못한다고 지 여친한테도 못해야 쓰겠습니까. 그런 놈을 어디 써먹겠습니까. 그리고 가족보다 지 여친이 좋은 게 당연한 거지요. 가족은 가족일 뿐이지만 여친은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이잖습니까.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여친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지요.

그런데 저는 은연중에 저울질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제 동생 여친에게 샘을 냈던 거지요. 

저희 엄마도 가끔 이런 소리를 하십니다. 제 동생의 쌀쌀맞기 그지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거저거, 저러면서도 결혼하면 지 마누라한테는 잘하겠지? 그 꼴을 어찌 본다냐?"

그럴 때마다 엄마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당연하지! 우리한테 하는 것처럼 굴면 어느 여자가 같이 살아줘? 엄마는 **한테 고마워 해야해. 저 성격 드러분 놈이랑 같이 살아주는 게 어디야? 사랑은 아들한테 말고 아빠한테나 찾으셔~~~."

 

놀이공원을 다녀온 후 저는 한동안 남동생의 여친을 탐탁치않게 생각했더랬습니다.

놀라고 데려간 놀이공원에서 제대로 놀지도 못해? 덩치는 좋은 애가 저리 비실비실해서야~~.(여기에서 외모 차별적인 생각까지...ㅜㅜ 남한테는 안 그러면서 왜 유독 남동생 여친에게는 온갖 편견과 차별을 가하는지)

바로 세번째 함정에 빠졌던 거지요.

나야 '호의'였지만 남동생 여친에게도 어디 그랬겠습니까.

남친과 오붓하게 놀고 싶었을 텐데 서울까지 와서 남친의 누나와 함께 놀이공원을 가다니..... 무슨 시골애들 수학여행 온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고 한들  어디 그게 편하겠습니까.

한 공간에 있는 것만 해도 불편하지요.

나는 왜 즐겁게 못 노냐, 못 노냐 하지만, 어디 즐겁게 놀아질 수가 있겠습니까?

친구라면 모를까 남친 누나와 무슨 재미로 놀이기구를 즐기겠습니까?

게다가 놀이기구를 좋아하는지 묻지도 않고선 무작정 끌고 가다니~~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남들도 좋아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전날 남동생과 그의 여친은 남동생의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더랬습니다. 5시간 동안 버스 타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요. 가뜩이나 원거리 여행에 피곤한데다가 처음 보는 남친 친구들과의 술자리까지 있었는데, 남친의 누나라는 사람은 꼭두새벽부터 놀이공원 고고씽~~~이나 외치고 있고... 이건 남친과의 즐거운 서울 나들이가 아니라 극기훈련이었던 셈입니다. 몸살 날만도 하지요.

아무튼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편하다고 해서 상대방도 편한 건 아니다.

가끔 제가 집에 내려가면 아빠가 **도 불러서 같이 밥 먹을까 하실 때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부르라고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아빠야 이제 한가족이다 싶어서 부르는 거지만 걔 입장에서야 어디 편하겠느냐고요. 만약 선약이 있으면 괜히 빼는 것 같아서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스케줄까지 미루며 달려와야겠습니까. 

아빠한테 그랬습니다. 결혼해서도 자꾸 부를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 가족에 새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남동생이 우리 가족을 떠나 새 가정을 꾸렸다고 생각하시라고요. 다행히 저희 아버지는 제 말 뜻을 이해하시더군요.

저 역시 제 남동생이 결혼을 하면 올케와 최대한 거리를 둘 생각입니다. 가족이라는 허울 좋은 말 아래 예의를 차리지 않을 거면, 차라리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깍듯하게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동생 여친은 저나 저희 부모님과 가족이 될 생각으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남동생과 가족이 될 마음으로 결혼하는 거니까요.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쓰다보니 굉장히~~~ 긴 글이 되었네요.

아무튼 제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시친결에 등장하는 그 수많은 '악녀(시누이)'들도 제가 함정에 빠졌듯 

본인들 자신은 제가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를 거라는 겁니다.

아마 자신들은 자기들이 아주 상식적이고 생각 똑바로 박힌 이들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가끔 올케 욕하는 글 올렸다가 되려 욕 얻어먹는 시누이들도 많잖습니까.

우리가 21세기를 살고 있다고 해서 우리의 사고방식도 21세기인 것은 아니지요.

아마 은연중에 우리 무의식에는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사고가 뼛속 깊숙이 박혀 있을 겁니다.

단숨에 뜯어고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 두 가지만 노력한다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째, 입장 바꿔서 생각하기. 둘째, 나 자신을 의심하기.

 

그리고 설사 올케가 정말 싹퉁바가지라고 할지라도

결국 나의 남자형제와 살아주는 것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평생동안 올케 대신 오빠나 남동생과 살 거 아니면 올케가 어떻든 말든 신경 쓰지 맙시다.

올케가 못돼처먹었든 되먹지 않았든 개념 밥 말아먹었든

그래도 내 오빠 혹은 남동생은 그 사람이 좋다잖습니까, 같이 살고 싶다잖습니까.

내가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신경 쓰시나요. 오빠 혹은 동생이 알아서 살아가겠지요. 괜한 분란 만들지 말고 그냥 둘이 알아서 하도록 합시다. 두 사람의 관계를 끝까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언제까지 배 내놔라 감 내놔라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리고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엄마들 좀 어떻게 해보세요. 제가 저희 엄마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남동생 이름)랑 연애하냐? 그냥 자식눔이거든? 애인 아니거든? 그러니 삐지지 좀 마세요." 

 

추천수1
반대수0
베플|2008.12.12 11:20
님글 완전공감이에요...^^
베플매력적인ユ녀|2008.12.15 10:42
우리 가족에 새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남동생이 우리 가족을 떠나 새 가정을 꾸렸다고 생각하시라고요. 이말이 제일 공감간다.. 새가정을 꾸린거라고~~!!
베플공감|2008.12.12 16:40
▶그리고 설사 올케가 정말 싹퉁바가지라고 할지라도 결국 나의 남자형제와 살아주는 것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평생동안 올케 대신 오빠나 남동생과 살 거 아니면 올케가 어떻든 말든 신경 쓰지 맙시다. 올케가 못돼처먹었든 되먹지 않았든 개념 밥 말아먹었든 그래도 내 오빠 혹은 남동생은 그 사람이 좋다잖습니까, 같이 살고 싶다잖습니까. 내가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신경 쓰시나요. 오빠 혹은 동생이 알아서 살아가겠지요. 괜한 분란 만들지 말고 그냥 둘이 알아서 하도록 합시다. 두 사람의 관계를 끝까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언제까지 배 내놔라 감 내놔라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리고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엄마들 좀 어떻게 해보세요. 요부분 완전공감인데요~~ㅋㅋ 저도 시누이자 올케인데 저런맘을 갖도록 노력해야겟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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