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 사귄 커플들 대부분은 미성년자나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사귐.
2. 시간이 흘러 이별의 고비도 몇 번 넘기고 이젠 너무 잘 맞아져서 싸울 거리도 딱히 없는 연애 한 4~5년차가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결혼 생각이 듦.
3. 서로 편해지고 사랑이 조금 식은 것 빼고는 나름 정도 의리도 생김.
4. 그러다 7년이 되고 8년이 되고 10년이 넘어가는거임. 이젠 몇년 만났는지 누가 물어보지 않는 이상 굳이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내지도 않음.
5. 첫만남에 불같았든 은은했든 관계없이 그만큼 만났으면 결혼이라는 고지가 눈 앞에 보임.
6. 상대도 나도 점점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 근데 주변에서 하는 말이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온다는데 글쎄... 잘 모르겠음.
7. 내가 처음에 얠 어떻게 만났더라? 첫눈에 결혼할 사람이라는 직감이라는 게 오긴 왔었나? 와 우리가 벌써 n년이나 만났구나. 세월 빠르네...
8. 분명 상대방이 싫거나 질린 건 아닌데 남들이 말하는 깨볶는 결혼 생활이 그려지지 않음.
9. 너무 오래 만나서 그런지 신혼도 지금이랑 별 다를 거 없을 것 같음.
10. 원래 결혼을 이런 식으로 하나? 이게 맞나? 수십번 더 고민함.
자 여기서 두 가지 갈림길이 나옴.
-첫번째는 남녀 둘 다 이런 생각을 했을 경우
1. 서로 원도 미련도 없이 사랑했다면 사랑했을 사이이기에 어느 한 쪽이 시간을 갖자든지 헤어짐을 고하면 다른 한 쪽도 군말없이 받아들임.
2. 둘 다 헤어지고 나서도 미련 따윈 없음.
3. 서로 자연스럽게 다른 이성도 만나면서 좋은 추억으로 묻어둠.
4. 전 애인이 친구로 지내자면 지낼 수 있을 정도임.
5. 그리고 한 이성을 오래 만나봤기 때문에 다른 이성을 만나도 딱히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듦.
6. 그래서 새로운 이성과 연애 기간이 짧아도 길게 만나봐야 별 볼일 없다는 걸 알기에 상대가 어지간한 하자가 없는 이상 바로 결혼할 수 있는거임.
-두번째는 한 쪽만 이런 생각을 했을 경우
1.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람 보는 눈 없이 사귀다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는 생각이 듦. 흡사 발목 잡힌 느낌.
2. 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떠올려봄.
3. 그러다보니 주변에 다른 이성들이 눈에 들어옴.
4. 눈에 들어오는 이성마다 미래를 한 번씩 그려봄.
5. 누굴 만나도 지금 만나는 상대보다는 색다르고 새로울 것 같음.
6. 결국 상대에게 시간을 갖자거나 헤어짐을 고함. 절대 상대가 싫어져서 그런 건 아니지만 약간의 이기심으로 나의 방황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정도?
7. 그러나 상대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함.
8. 아... 이 순간만이라도 타이밍이 좀 맞았으면 싶은데 역시 그동안 성격이 잘 맞아서 오래 만났던 게 아니라 여태 내가 많이 참아준 거라는 생각과 함께 상대가 질리게 느껴짐.
9.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sns에 나오는 깨 쏟는 커플처럼 내가 그렇게 잘해주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나만한 사람이 없으니 지금까지 내 옆에 붙어있었겠지 하는 생각과 주변에 얼마나 들이대는 이성이 없으면 이 순간에도 나 밖에 없다는 소릴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듦.
10. 상대가 나를 잡거나 말거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이성을 물색하기 시작함.
11. 헌팅도 해보고 소개팅도 해보고 주변 이성들에게 추파도 던져봄.
12. 그러다 한 명 얻어걸려서 썸도 타봄.
13. 역시 전 애인과 연애할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맛이 있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설렘이라는 감정도 오랜만에 느껴봄.
14. 데이트도 몇번 함.
15. 역시 더 좋음. 그래서 사귀기로 결심함.
16. 근데 사귀고보니 전 애인과는 없었던 눈치게임이 시작됨.
17. 밥값, 커피값부터 시작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부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발생함.
18. 아 전애인이랑은 처음부터 누가 할 것 없이 더 내려고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얘는 왜 이렇지?
19. 그런 신경전이 거슬려서 몇 번 더 내주다보니 점점 내가 더 손해보는 것 같고 을이 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듦.
20. 이젠 얼마 만나지도 않았는데 상대가 벌써 결혼 얘기부터 시작해 내 조건, 내 연봉까지 은근슬쩍 혹은 노골적으로 건드림.
21. 아니 뭐가 이렇게 급하지? 걘 안 그랬는데. 아씨 이러다 애먼 사람한테 코 꽤는 거 아냐?
22. 이런 생각이 드니까 당연히 관계에도 영향을 끼침.
23. 당연히 상대는 불만을 토로함.
24. 그럴수록 드는 생각은 그냥 편하게 좀 보면 안 되나? 새로운 것도 좋지만 모름지기 연애는 편해야되는데... 맞춰가는 과정이 귀찮기만 함.
25. 상대를 만나면 만날수록 맞출 필요 없던, 아니 너무 잘 맞아져있던 전애인이 더 생각나기 시작함.
26. 보통 1년 미만으로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전애인에게 연락함.
27. 헤어질 때도 그렇게 나를 잡았으니 당연히 받아줄거라 생각함.
28. 그런데 웬걸, 상대는 이미 애인이 생긴 상태임.
29. 이런 ㅅㅂ 나 없으면 곧 죽을 사람처럼 잡더니 뭐지? 나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꼴에 탐내는 이성이 있었던 모양이네.
30. 이제서야 눈 앞이 아득하고 아찔해지기 시작함. 약간의 위기감과 분노도 생김.
31. 그래도 상대도 나 같은 줄 알고 예전처럼 잘해주면 돌아오겠지 싶어서 열심히 삽질을 시작함. 늘 맞춰줬던 마음 넓은 나니까 지금 전애인이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도 인심써서 용서해줄 의향이 있음. 나도 그랬으니까 금방 정신차리고 돌아올거라 생각함.
32. 어? 삽질 몇번이면 넘어올 줄 알았는데 갈수록 내가 매달리는 것 같고 전애인은 나한테 별 미련없어보여서 괘씸함.
33. 혹시 모르니 전애인이랑 같이 알고 지낸 지인들한테도 사실 내가 매달리는게 아니라 전애인이 다른 이성을 만난거라고 밑밥도 깔아둠.
33. 그러던 중 전애인의 결혼 소식이 들려옴.
34. 충격받아서 연락해보니 이젠 차단까지 당함.
35. 믿어지지 않아서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3년간 전애인을 탓하며 폐인처럼 살아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함.
36. 성격이 잘 맞아서 오래 연애했던 게 아니라 사실은 전애인이 내 성격을 맞춰주고 있었다는 것, 나 같은 인간에게도 맞춰주는 인성이라면 다른 이성들 눈에는 천사처럼 보였을 것이라는 것, 전애인 주변에는 다른 이성이 없었던 게 아니라 다른 이성이 수 없이 들이대도 그냥 내 옆에 있어주었던 것이라는 것.
37. 그래서 꼴에 '벌써' 다른 이성을 만난 게 아니라 수 많은 이성이 나와 헤어지기만을 기다리다 '이제야' 전애인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림.
두번째 경우엔 거의 대다수가 먼저 이별을 고한 쪽이 후회하고, 이별을 당한 쪽이 빨리 결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