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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 우울해

쓰니 |2021.09.13 01:02
조회 335 |추천 0

일단 난 올해 고1이야.
중학생 때 애니메이션 더빙같은거 많이 했어서 꿈을 성우로 잡아놨었어. 근데 성우 하는 방법이 그냥 학원 다니고 연습 엄청 하는 것 밖에 없거든. 많은 대학에 성우과가 있는것도 아니고 해서 나는 근처 성우학원 다녀서 성우 하고싶었어. 그런데 내가 사는 지역이 지방이라 성우학원이 단 하나도 없단 말이야? 아무리 알아봐도 안나오는거야..ㅋㅋㅋ그래서 중2때 어린 마음에서 나온 자신감으로 혼자 연습해서 성우 공채 봐야지!! 이런 생각으로 막 유튜브 더빙팀에 들어가서 연습하고 그랬어. 처음엔 어린 친구들이 호기심에 아니면 자기 최애를 직접 더빙해보고 싶어서 시작하는 작은 팀에서 했었는데 중3 2학기 초 쯤 에서 고1로 올라가는 시점에 좀 더 본격적으로 하는 팀으로 갔었단 말이야. 거긴 거의 다 성인이고 규모는 많이 안컸는데 구독자 100명 조금 넘는 채널이었어. 그 팀에서 내가 막내였음..ㅋㅋ
어쨌든 중1때는 내가 엄청 더빙을 잘하고 발음도 좋고 그런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할만한 이유가 있는게..내가 변성을 어릴때부터 할 줄 알았거든 목소리 분위기 바꾸는거 있잖아! 그래서 난 내가 엄청 특별한줄 알았어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지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중학교 1~2학년을 보내고 중3 2학기 때 규모가 큰 곳에 갔다고 했잖아? 거긴 다 성우지망생에다 한예진 성우과 진학한 사람에다..다들 학원도 다니고 연습도 많이 해서 엄청 멋진 사람들밖에 없는거야. 사실 그 때 주눅이 좀 들긴 하더라. 그래도 열심히 했어. 내 배역 대본 뽑아서 읽고 줄치고 필기하고...그런데도 하나도 안늘었어.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해서 고등학생이 된거야. 주변 친구들이 다 바빠지기 시작하더라. 난 부모님이 학업에 대한 터치가 없어서 학원을 따로 안다녔거든. 내 하루일과는 학교 갔다가 집 가서 녹음하고 폰하고. 그게 다였어. 근데 친구들이 바빠지니까 너무 불안하더라고. 친구들은 이미 저 앞에 가있는데 나만 너무 동떨어진 기분이 들어서ㅋㅋㅋ
심지어 더빙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온 완성본에선 다른사람들이 훨씬 잘하고. 내가 그 팀에 걸림돌이 된 기분이더라. 나 말고 이 배역을 다른 사람이 했으면 더 좋은 퀄리티로 나왔을텐데 하면서ㅋㅋㅋ
아마 그 때가 아직 17년 정도 산 삶 중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일거야. 너무너무 힘들더라. 이대로 아무 진전 없이 나이만 먹어서 부모님 돈 빨아먹는 괴물이 될까봐 불안하고 무서웠어. 그 와중에도 살 길은 찾아야겠어서 두세달 전에 음악을 시작했어. 다행히 나는 어릴 때 피아노 기타 드럼 이렇게 세가지를 배웠거든. 너무 오래전이라 막 잘하진 못하지만 내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자신감이었어. 음악입시준비를 시작하니까 조금이나마 친구들이랑 비슷해진 기분이 들어서 안심이 됐어.
그런데 있잖아.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하고있으면 앞방 뒷방에서 피아노 치는 소리가 다 들리거든? 내가 하는 연주가 너무 초라해지더라. 하나에 오랫동안 집중하는게 어려워서 피아노 치다보면 자꾸 딴생각 들고..연습하다보면 자꾸 속으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데 피아노를 잘친대...부럽다..피아노 어릴 때 열심히 할걸..이런 생각으로 새다가(진짜 이 생각 했었어.걔 피아노 엄청 잘 치더라) 난 의지없는 사람이야 부터 시작해서 대학도 못가고 나이만 먹는거 아닐까..공부를 중학생때라도 열심히 할 걸...엄마가 셋째를 (내가 셋째야) 한달만 더 늦게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안좋으면 생각을 과하게 우울하게 해서 무섭고 불안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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