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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제가 아프다고 하면 화내네요

동그라미 |2021.09.26 17:55
조회 807 |추천 0
안녕하세요 올해 18살인 여자 고등학생입니다
어디 말할 곳도 없고 오늘따라 많이 서러워서 푸념처럼 여기에다 몇 자 남겨봅니다 카테고리 잘못됐으면 알려주세요
네이트판은 예전에 한 번 글 남긴 것밖에 없는 초보이고 글재주도 없어서 말하는 게 두서없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14살 때부터 자해를 했고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랑 의견 차이도 있고 여러가지 싸우다 보니까 병원은 2년후인 16살때부터 갔어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꽤 나아진 상태입니다
그때부터 정신과를 꾸준히 다니고 폐쇄병동에 입원도 두 번 하면서 지금까지 약도 꼬박꼬박 먹고 있어요
자살시도나 자해는 이제 안 한지 1년 넘은 상태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는 안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가출도 하고 방황도 하고 많이 헤맸는데 지금은 학교도 안 빠지고 잘 나가고 있습니다 나름 좋아하는 것들도 하면서 살고 있고요

그런데 나아지지 않는 것은 저랑 엄마의 관계 같아요
저랑 엄마는 기본적으로 성향이 안 맞는 사람입니다 엄마는 무뚝뚝하고 매사에 이성적이고 늘 시간과 계획에 맞춰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반면에 저는 감성적이고 여리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사람이에요 이러니까 우울증에 걸려서 이러고 있겠지만요
싸우고 화내고 서로 충돌하는 것도 거의 다 이런 차이에서 비롯했습니다 제가 우울하고 힘들어서 엄마한테 위로를 바라면 제 잘못을 지적하시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말해주시니까 저는 그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큰 걸 바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힘들다고 하면 힘들겠다는 말만 한두 마디를 바랐는데 엄마는 그게 아예 안 됐나 봐요 자기는 그런 걸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셨고요
머리로는 무슨 소리인지 알겠는데 늘 너무 속상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에게 속상한 걸 털어놓고 같이 놀면서 어느 정도 스스로 풀기는 했지만 부모님한테 감정적으로 의지하고 싶은데 그게 하나도 안 되니까요
게다가 학교 친구들에게는 제가 우울증이 있다거나 그런 얘기를 쉽사리 할 수 없었어요 실제로 밝혔다가 제가 이상한 애 취급을 받거나 팔목에 있는 상처를 들켜서 그 날로 멀어지는 애들을 지켜봐야 할 때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할 사람은 가족밖에 없는데 가족한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정말 서럽네요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저도 스스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으니까요... 잘만 있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서 손끝 하나도 못 움직이겠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스스로가 정말 너무 미워져요

그래도 이런 증상들은 약을 먹으면서 많이 나아졌습니다 예전처럼 모든 걸 팽겨치고 누워만 있지도 않고요 학교도 다시 빠짐없이 잘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정말 많이 이겨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안 고쳐지는 건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저는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좀 더 잘 받는 편인데 그게 쌓이면 바로 몸에 그게 나타납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거나 배가 아프거나 실제로 열이 나기도 해요 그런데 스트레스 반응이라 그런지 일반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도 없다는 말만 계속 들었습니다
저도 제가 무의식적으로 꾀병을 부리는 건가 싶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아무 이상 없다는데 스스로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그런데 정신과에 가보니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나는 거라고 하더군요
약도 없어서 아플 때마다 그냥 진통제 먹으면서 삼켰습니다 이런 반응은 16살때부터 있었는데 아픈 게 점점 심해져서 결국엔 아플 때마다 학교를 안 갔어요
제가 그렇게 안 가니까 엄마는 저를 아예 안 믿으시더라구요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갔는데도 일반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까요 정신과에서 말한 걸 아무리 말씀드려도 오해는 잘 안 풀렸습니다
속상했어요 나는 정말 아픈데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요 스스로 내가 미쳤나 싶기도 했고요
17살까지 그렇게 빠질 때마다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했어요 2021년 들어서는 정말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파도 그냥 약 먹으면서 학교 다니고 학원 다녔습니다 트라우마랑 스트레스의 원인을 극복해서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도 있고요

그런데도 정말 아픈 날이 있어요 오늘 같은 날
저는 이제 아프단 말을 하기가 무섭습니다 말하면 화를 내고 저는 그게 너무 서러워서 싸우게 되거든요
제 생각 내지 바람으로는 아프면 아프냐고 걱정해주는 게 정상인 것 같은데 화만 내시네요
제가 너무 어린 걸까요 안 그래도 제 스스로가 너무 이 집에 민폐 같아서 버거운데 이런 걸 바라는 게 잘못된 걸까요
걱정의 방식이 화를 내는 거라고 해도 이해가 안 되고 이해를 노력해도 안 됩니다 화내는 건 결국 화내는 거라고 저한테 받아들여져요 제가 너무 일차원적인 걸까요
이제는 이해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포기했어요 이해 못 하겠고 미친 애 취급해도 별 수 없는데 그냥 아프다고 하면 걱정하는 한 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운 걸까요 이럴 때는 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가 이대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그런 기분이요
어쩌면 투정을 부리고 싶은 걸지도 몰라요 나는 아프니까 그걸 알아달라고요 나는 괜찮냐고 물어봐주기만 해도 나는 정말 괜찮아질 것 같은데 가족마저 안 그러면 저한텐 뭐가 남은 걸까요 다시 열심히 살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려워요 저는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제 꼴이 참 우습네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썼는데 내일이면 또 울다가 학교 가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고 나니 참 쓰레기네요
행복하세요 이런 글 읽게 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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