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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여자친구랑 전화 하고 엄청 울었습니다

ㅇㅇ |2021.09.27 21:19
조회 7,507 |추천 6
안녕하세요. 현재 늦은나이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중인 25살 남성입니다. 여자친구랑은 1년정도 만났구요, 서로 미래까지 그리며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만났습니다. 여자친구는 26살 직장인입니다. 저는 일단 미국 유학생이구요 여자친구도 미국 국적의 미국인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계획은 제 군 복무가 끝나고 미국에 같이 돌아가기로 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카투사라서 주말마다 나옵니다. 또 다른 휴가도 있어서 대충 한달에 절반은 나와있습니다.

여자친구는 코로나때문에 학교가 닫아서 한국에 있던 도중에 만났구요, 정말 잘 만났습니다. 서로 1년간 한번도 싸우지 않고 엄청 잘 만났습니다. 교제하던중 9개월쯤에 제가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잘 기다린다고 걱정 말라고 하고 인편도 꼬박꼬박 써줬습니다. 그런데 훈련소에서부터 한 2-3주차 부터 우울한 인편이 몇개 오는겁니다. 뭐 예를들어 지금 남자친구가 없는거같다, 나는 왜 맨날 기다리기만하냐 등등 그런데 뭐 그 다음날 바로 어제 예민해서 그랬다고 사과하고 또 잘 지냈습니다. 여름군번이라 훈련소랑 후반기 교육이 너무 힘들고 더웠는데 여자친구만 바라보며 버텼습니다. 군필 분들은 아실거에요 훈련소에서 얼마나 여자친구가 보고싶은지.

자대에 왔더니 여자친구의 태도가 바뀌어있었습니다. 답장도 느리고, 말투도 변하고 그래서 맘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헤어지자고 섣불리 말을 안꺼냈습니다. 제가 놓으면 놓아질 관계란걸 알기에… 그러던중 여자친구가 먼저 이별 얘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일단 잡지 않고 놓아줬습니다. 왜냐면 여자친구가 여지를 줬습니다. 아직 너를 많이 사랑하지만 기다리느라 지친 나를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너 부대 나오자마자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일주일 뒤에 바로 외박을 나가서 곧장 여자친구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딱 얼굴을 보자마자 느꼈습니다. 아 끝났구나 하고.. 그 표정과 말투가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저는 2달반만에 봐서 껴안고 그런 상상을 했는데 제 예상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날이 저녁에 좀 쌀쌀해서 여자친구가 자기 집 안에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너무 다행이였습니다. 여자친구랑 관계할 생각은 단 1도 없었고 그냥 얘기가 너무 하고싶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침대에 누워있고 저는 침대 끝에 앉아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그냥 침대에 누워서 저랑 눈도 안마주치고 폰 하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일으켜 세웠습니다. “00야 앉아봐 나랑 얼굴좀 보고 얘기하자 나 너랑 하고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 라고 했더니 일어나서 “나 지금 여기 너랑 이러고 있는거 되게 불편하거든? 나 너랑 있으면 오늘 잠 못잘거같아” 라고 해서 제가 “그치 오랜만에 내 못생긴 머리 없는 모습 보니까 어색하고 이상하지 나도 이해해” 라고 했더니 여자친구가 “내가 방금 한 말 못들었어? 그냥 나가라고 우리 집에서” 이러는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눈물을 쏟았겠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반응에 저는 “아 그래? 알았어!” 하고 거실로 가서 주섬주섬 군복으로 갈아입었는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피부는 다 타고, 살은 빠져서 볼폼없고, 머리는 짧고. 결국엔 집을 나와 1층에서 한시간정도 울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이후에 전화도 몇번 해보고 붙잡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다시 만날 일 없으니까 기다리지 말랍니다. 그래서 제가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만에 너의 마음이 확 바뀐 계기가 뭐냐고 했더니 그냥 서서히 감정이 사라졌다는데 제가 계속 추궁한 결과 새로운 남자가 생겼습니다. 원래같으면 화도 나고 배신감이 들어야 정상이지만 여자친구를 이해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그래 직장인이 무슨 대학 졸업도 안한 군인을 기다려 그건 말이 안되지” 부터 시작해서 합리화를 하는데 합리화를 할수록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해집니다. 제가 지금 계급도 낮은데다가 헤어지고 멘탈이 나가서 선임들한테 구박받고 살도 13키로가 빠졌습니다 한달만에 하루 한끼도 겨우 먹는 수준이고, 제가 원래 친구들 없이 못사는 사람이고 항상 여러명의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데 사람들 안만난지도 오래됐습니다. 여자친구를 너무 붙잡고싶어서 방금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어 그래 몸은 좀 어때? 지낼만해?
여자친구 - 할얘기 있어서 전화한거야? 뭐야?
나 - 아니 그냥 난 너가 그렇게 갑자기 바뀐 이유가 진짜 남자때문인지 너무 궁금해서 그랬어
여자친구 - 그게아니라 내가 죄책감이 너무 커서 너랑 연락하면 연락할수록 내 죄책감이 더 커지는거같아서 한번에 끊어내고싶었어
나 - 너가 죄책감 들 일이 뭐가있어!
여자친구 - 너도 알잖아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저는 여기서 계속 저를 비하했습니다)
나 - 내가 진짜 못된 남자친구여서 미안해

여자친구 - 너 그런 소리좀 그만해 제발 나 화날거같아. 넌 나한테 상처준적도 없고 나를 이해 못한적도 없어. 못해준건 난데 왜 너를 자꾸 깎아내려? 제발 그소리좀 듣기 싫어 이제

나 - 근데 너 새로 만나는사람 너한테 잘해줘? 군대는 갔다왔대?

여자친구 - 응 잘해주고 군대도 갔다왔어(말투가 되게 약간 대답하기 힘든 말투로 말했습니다) 근데 자꾸 이런거 알아서 뭐하려고 이런것좀 알려고 하지 마

나 - 난 군인이라 너 옆에 못있어주잖아 미안해

여자친구 - 그건 상황이 어쩔수없는거잖아 그리고 너 제발 나한테 세상 최고의 사람이라고 그만좀해 나 그말 들을때마다 죄책감들어서 죽을거같아 (제가 헤어질때 계속 그랬습니다. 넌 이세상 최고의 사람이니까 기죽지 말고 잘 지내고 죄책감같은거 갖지 말라고. 너가 나쁜사람이 아니라 내가 너랑 멀리있어서 널 바람피게 만들었다) 라고 매번 했습니다.

나 - 난 진심인데 어쩌라고(여기서 엄청 울었습니다). 나 진짜 유일하게 너 생각 안할수 있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인데 너가 매일 밤마다 꿈에 나와서 내가 하루에 5번씩 깬다고 진짜 나 너무힘들어 근데 잡을수도 없는게 내가 볼폼없는 군인이라 아무것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 하고 끊었습니다. 전화 끊고 30분은 운것 같네요.

이 여자 진짜 죄책감때문에 저런 말을 한걸까요? 아니면 새 남자 핑계대기 좀 그래서 그런걸까요?

죄송합니다. 지금 마음이 이상해서 두서없이 글을 쓰다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제일 허무한건 제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모든것들, 운명, 소울메이트, 사랑, 어렸을적 동심을 가지고 읽었던 이솝우화 따위가 다 거짓임을 알게될때 또한번 사람이 무너지는거 같습니다.

제가 첫사랑을 3년반을 사귀고 바람맞고 2년간 연애를 못하다가 드디어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돼버렸네요.

정말 사랑이란게 있긴 한걸까요?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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