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에서 이제 하녀로 무참하게 전락해버린
가 쓴
[클릭] 덜 취하고 싶나요? - 연말이라 술약속들 많으시죵? 속 안버리려면 이정도는~ㅋ 를 보셨나요? 글을 보다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그렇습니다.(뭐가?) 저는 월요병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학교로 가게 만든다는 그 킹사이즈 잡지(엥?)에서 대학생 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기획기사로 팔도소주 시음기를 쓴 적이 있었죠.![]()

다시 마셔볼 용기는 나지 않고...그래서 그 잡지 바로 410호에 실렸던, "팔도소주 시음기" 기사를 소개해볼까 해요~ 덜 취하더라도, 일단 기분이 알딸딸~하게 좋아질 정도로는 취해야 초큼 더 광란의 연말을 보낼 수 있겠죠. 그나저나 저 멀리서 또 콘텐츠 날로 먹는다고 울부짖는 한 마리의 산짐승,
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군요.
시음에는 세 명이 참여했는데, 모두 서울 거주라서 초큼 많이 주관적일 수도 있어요. 냐항~
(원래 평점 옆에 이름도 적혀 있었는데, 뺐어요 ㅋㅋ 욕먹을까봐?
)
참이슬 | 서울 • 경기도, 20.1도
B+ 서울 사람이라 그런지 이게 오리지날 같군
A 소주 하면 떠오르는 그 맛
A 익숙하다. 친근하다. 술도 情이다
소주 맛은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안에 몇 방울 들어가는 순간 어느 새 내가 이 소주에 길들여져 있음을 알았다. 그나저나 원래 알고 있던 술이라 그런지 뭐라고 딱히 맛을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 들이켰더니 쓰고, 삼켰더니 짜릿한 내가 아는 원래 그 소주다. 서울 사람에겐 가장 익숙한 술일듯. 누군가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맛만 보려니까 이것도 썩 좋은 경험은 아니다.
처음처럼 | 강원도, 19.5도
B 처음은 장대하지만 끝은 미약하리라
C+ 소주에 담긴 청량감이라
B+ 이효리처럼 흔들어 먹었어야 했나?
소주 자체보단 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이효리 누님의 ‘가슴으로 흔들기’ 신공이 뭇 남성의 시선을 끌었다. 첫 맛은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뒷맛은 썼다. 소주가 원래 쓴 거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캬~’소리가 나오는 개운한 쓴 맛이 아닌, 뭔가 ‘씁쓸한’ 여운을 준다고 해야 하나? 때문에 혀끝에 댔을 때의 기대감이 목을 넘어가면 여지없이 무너졌다. 자고로 뒷심이 중요한 법이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마무리를 잘 하는 게 좋을 듯.
숲속에서 맑을 린 | 충청남도, 19.5도
C 생각보다 강한 맛에 느꼈던 배신감
C+ 19.5 그건 단지 숫자일 뿐이다
B 맑은 건 소주 색깔 뿐
소주 이름이 참 예쁘다. 숲속에서 맑을 린, 리듬감 있게 읽히는 상표명처럼 리듬감 있게 스리슬쩍 넘어간다. 싸한 향기가 나는 첫 느낌이 좋다.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보통의 20도짜리에서 고작 0.5도를 뺐을 뿐인데 평소에 즐겨 마시던 20도 소주와 조금은 다르다. 헌데 첫 맛을 생략하고 바로 이어지는 소주 특유의 강한 향이 인상적이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19.5도짜리 순한 소주가 아니다. 몇 모금 이어질수록 보통의 20도짜리와의 차이를 모르겠다. 산소를 주입해서 만들었다니까 0.5도 만큼 숙취가 덜 하려나? 일단 맛만 본 나로서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처럼 맑고 깔끔하게 시작할 수 있는 소주다.
시원(C1) | 부산, 21도
A 이름값 한다. 말 그대로 시원한 목넘김
A 허전한 첫 느낌과 달리 중반이 압권이네
A+ 아자~ 음향진동숙성공법! 적들은 쓰러졌다
“서울 애들은 불쌍타. ‘시원(C1) 소주’도 모르고.”라 할 때만 해도 “우리에겐 ‘참이슬’이 있어”라며 신경도 안 썼다. 그런데 웬걸? 한모금만 마셨을 뿐인데 녀석의 자랑이 수긍이 간다. 소주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적어 불필요하게 코를 자극하지 않았고, 달달한 첫맛과 상큼한 끝맛이 환상의 앙상블을 이뤘다. 시원에 쓰인 ‘음향진동숙성공법’은 주정 발효과정에 음악을 들려줘서 쓴맛을 줄이고 부드럽게 만든다는데,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하여튼 부산 주당들, 복 받으셨다.
천년잎새 | 전남, 22도
B 지킬박사(단맛)와 하이드(쓴맛)의 묘한 조화?
B 내일 수업이 1교시라면 부담 될 텐데
C+ 이름에 홀리면 아니 되옵니다
괜히 22도가 아니다. 술은 입에도 못 댄다고 하는 일부 심신 약한 대학생들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냄새만 맡고도 취할 듯하다. 신입생들이나 대학 저학년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소주의 도수는 최근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전통적 소주애호가들이 예전 소주 맛을 돌려달라며 슬퍼하고 있었는데 그에 부응해 만든 상대적으로 쎈 소주라고 한다. 전통 소주에는 안주도 전통적인 게 좋다. 삼겹살, 돼지갈비 같이 좀 기름기 있는 안주면 OK.
하이트 | 전북, 19.5도
B 맥주 이름과 같아서일까. 굉장히 톡 쏘는 알코올의 향
B+ 달달한 뒷맛 때문에 한잔 더
B+ 맥주랑 이름이 같다고 얕봤다가는 큰일
업체 사람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하이트하면 맥주만 떠오른다. 그래서 하이트 소주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이트 소주를 입안에 머금은 순간 알코올 냄새가 톡 쐈다. 우선 냄새는 무난했다. 즐겨마시던 참이슬 정도? 첫맛 역시 흠 잡힐 정도는 아녔다. 다만 끝 맛이 쌉싸름해서 목 넘김이 부드럽진 않았다. 맥반석으로 한번 참숯으로 다시 한 번 걸렀다는데 그래도 쌉싸름한 걸 보니 어디다 하나 더 걸러야겠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소주 특유의 풍류가 살지 않는다.
더 블루 | 경북, 17.9도
B 소주에 물을 타서 마신 것 같은 심심함
B 새내기의 풋풋함이 떠올랐다
B+ 푸른 병에 담긴 정체모를 어떤 것
도수가 절대적으로 낮다. 평소 낮은 도수의 소주를 즐겨 마셨기에 기대가 남달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알코올 함유량에 심심함이 느껴졌다. 마치 소주 값이 모자라 남은 소주병에 물을 넣고 희석시킨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푸른 병에 담긴 <더 블루>는 유리병에 담긴 특이한 맛의 생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낮은 도수에 비해 맛은 써서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다. 그런데 파란색의 컨셉트는 젊음인가? 공감이 별로.
한라산 | 제주, 21도
C 청정지역에서 날아 온 핵폭탄
A 순간의 쓰라림을 참아낼 수 있는 당신에게
C 몸속에서 한라산이 활화산 되어 폭발하듯
팔도에서 올라온 소주 중에 유일하게 물 건너(?) 온 소주라서 그런지 외관부터 심상치 않다. 투명한 저 술병을 야심한 밤 자취방이 아니라 화창한 날 성산봉이 보이는 해변가에 놓고 마셨어야 했다. 소주가 원래 ‘무색유취’ 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유난히 더 투명해 보인다. 살짝 갖다 댄 코끝이 찌릿찌릿 하다. 마셔보니 은근히 독하다. 신촌의 퓨전 주점보단 바닷가에서 어육과 함께 먹어야 어울린다. 취향에 따라 호오(好惡)가 크게 갈리는 소주.

사실, 뭐 어떤 술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죠?
폭주는 금물입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독거노인처럼 되는 수가 있어요!! (2008년 최고의 저주)
어제부터 갑자기 너무너무 추워졌던데, (추운거 너무 싫어요
)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경북은 참소주"라는 날카로운 민원이 들어와 이렇게 팔도소주들이 다 모인 지도를 입수했습니다!
제가 시음했던 소주에서 빠진, 경북 참소주, 경남 화이트소주, 충북 시원한 청풍, 전남 잎새주, 전남 천년의 아침(생산중단), 제주 한라산물 순한소주를 즐겨 마시는 애주가 여러분들에게 심심찮은 사과 말씀 전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