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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연상이랑 결혼해서 너무 잘 사는 친구

ㅇㅇ |2021.10.08 12:00
조회 16,344 |추천 39
고등학교 동창인데 예쁘고 공부도 잘해서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근데 성격이 약간 모난 데가 있고 자존심이 엄청 강해서 점점 얘를 미워하는 애들이 많아지더니 나중엔 약간 은따같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친한 애들은 한두 명 있었어요.
저는 그리 친하진 않고 인사만 하는 정도였고 저랑 친한 그룹에서는 얘 별로 안 좋아하는 애들이 아직도 있어요.

공부를 워낙 잘해서 스카이 무난하게 가는 성적이었는데, 고등학교 중반 무렵에 아버지 하시는 일이 어려워졌나 봐요. 집안 형편 때문에 전액 장학금 주는 곳으로 낮춰서 들어갔어요.
그래도 야무져서 직장도 좋은 곳 들어가고 눈이 높아서 남자들도 아무나 안 만난 걸로 알아요.
애들 결혼식 때나 행사 때 가끔 만났고 소식도 간간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 얘랑 제일 친했던 베프가 저랑 같은 동네 살아서 종종 보거든요.

근데 얘가 몇 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돈 많은 20살 연상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우리는 얘랑 별로 친하지도 않고 결혼식을 하와이에서 한대서 결혼 소식만 들었지 초대는 못 받았어요.
고등학교 친구는 베프 한 명만 참석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그때 술자리에서 다들 씹고 난리였어요.
뭐어디 팔려가냐 부터 시작해서 할아버지랑 그러고 싶냐, 비위도 좋다, 남자 나이가 그 정도면 성관계가능하냐, 세컨드나 불륜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더라고요.
아무리 돈 많아도 할배랑은 못 산다고, 그렇게 도도한 척 하더니 돈 보고 팔려가는 속물이라고...

아무튼 그러다가 최근에 제가 얘한테 직접 연락을 받게 되는 일이 있었어요.
제가 설탕 공예를 전공해서 케이크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인스타에서 나름 조그맣게 알려져서 찾아주시는 분들이 꾸준한 편이에요.
근데 얘가 카톡이 온 거에요. 급한 부탁이 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혹시 안 돼도 부담 전혀 갖지 말고 거절해도 괜찮고 오랜만에 이런 걸로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아주 정중하게 묻더라고요.

얘기 들어 보니까, 얘네 아들이 생일이라 영어 유치원에 보낼 케이크를 유명한 곳에서 주문했는데 자기가 보낸 도안이랑 아예 다르고 이름 스펠링까지 틀리게 만들어 놨더래요.
근데 거기서는 그냥 환불만 해주고 케이크는 폐기 처분하라면서 그 어떤 후속 조치도 안 해주더래요. 당장 내일이 행사 당일인데.

저도 애 키우는 입장에서 얼마나 그 마음이 급하고 속상할지 이해가 돼서 제가 다시 만들어 준다고 했어요.
부랴부랴 작업 들어가서 늦지 않게 보내줬더니 덕분에 생일 파티 무사히 치뤘다고 이쁜 사진들 보내줘서 저도 뿌듯했어요.
돈은 안 받겠다고 했는데 카톡 송금하기로 30만 원이나 보내길래 거절했고요.

그럼 밥이라도 사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진짜 무슨 연예인이나 재벌 며느리 보는 줄 알았어요.
몇 년 전 친구 결혼식 때 보고 처음 보는 건데 그때보다 더 어리고 더 예뻐졌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원체 예쁜 얼굴이었지만 어릴 때는 약간 날카롭고 그늘 진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피부에서 반들반들 속광이 나고 성형도 한 것 같지 않은데 이목구비가 묘하게 확 이뻐져서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고 옷도 엄청 고급스럽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티가 흐르고 진짜 빛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저 에르메스 버킨백 실물 처음 봤어요.
찬사를 퍼부었더니 웃으면서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는데 진짜 넋을 잃고 보게 되더라고요.

그간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하고 남편 얘기, 육아 얘기, 시댁 얘기...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거고 또 둘이서만 보는 거라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재밌게 수다 잘 떨고 왔어요. 조만간 또 보자고 했는데 전 그렇게 비싼 밥은 못 사는데..ㅠㅠ

스시 오마카세 진짜 맛있었고.. 친구네 집이 근처라서 끝나고 친구 남편이 데리러 오셨어요. 친구가 운전할 때 쓰는 안경을 애기가 부러뜨려서 당분간 운전 못 한다고, 올 때도 남편이 데려다 주셨대요.

남편분이 시간이 여유로우셔서 낮 시간에도 부부끼리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남편분 정말 동안이시고 귀티 나고 자연스러운 매너가 흐르고 친구를 진짜 사랑하고 아끼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꿀이 뚝뚝.. 키는 친구랑 비슷하시고 (친구가 키가 커요)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남자답게 생기셨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어딘가 여유롭고 되게 있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멋있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게, 얘 결혼할 때 신랑 나이 많아서 서긴 하겠냐고 제일 심하게 비웃던 애가 지금 결혼 5년째 불임이거든요.
근데 얘는 결혼하자마자 아기 가지고 연년생 딸도 낳고 지금 애가 둘.. 둘 다 한남동에 있는 영어 유치원 다닌대요.

얘랑 만난 얘기 친구들한테 아직 안 했는데 다음주에 만나서 얘기하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요. 저는 그냥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에요. 제가 보고 느낀대로.

어찌됐든 전 그 친구가 참 부럽네요.
경제적으로 아무 제약 없는 게 제일 부럽고 남편한테 지극정성 사랑 받는 것도 부럽고..
우리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자기랑 비교하나 싶어서 기분 나쁜 눈치길래 귀여워서 꼭 끌어안고 뽀뽀해줬어요. ㅋㅋ 저야 뭐 우리 남편이 최고라고 여기고 살아야죠.

드라마 같은 데서나 보던 세계가 제 주변에 있는 게 너무 신기해요.
추천수39
반대수13
베플무슨|2021.10.08 12:30
굳이 그 친구 이야기 다른 친구에게 전할 필요가 있나요?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그 사람 없는 곳에서 안주거리처럼 이야기 하는거 별로에요
베플남자|2021.10.08 19:07
자작같음. 친구 인적사항을 저렇게 누군지 딱 들어내게 인터넷에 글쓴다고? 20살 차이 부자 남편. 설탕 공예 직업. 유치원생 아들. 집 청담동. 남자 너무 따지지 말고 늙은 남자라도 돈있음만나라 이런 느낌
베플ㅇㅇ|2021.10.08 14:24
아니 그 친구보다 저는 쓰니 너무 고맙네요. 전날 케이크 주문 진짜 쉬운게 아닌데, 읽어보니 친구 욕도 아니고... 우리애 생일에 케이크 그랬으면 속상했을텐데... 친구한테는 비싼밥 먹기 어려운 사정 솔직히 말하고 그냥 잘 지내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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