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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안보는줄 알았는데 잘생긴 남자가 좋긴 하네요

ㅇㅇ |2021.10.17 13:30
조회 10,847 |추천 14
어릴적에는 제가 어딜가나 예쁘단 소리를 들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부모님이 그런말 하는 주변분들에게 화내는걸 보면서 나는 예쁜 아이가 아니구나 생각했었어요

집에서도 부모님이 다른 칭찬은 해도 예쁘단 말은 안해주셨고 오히려 너보다 예쁜 애들 널렸으니 항상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살아야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게 말씀 하셨거든요

자존감이 낮아져서 그런가 저는 이성 얼굴 전혀 안본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연애도 다.. 친구들이 왜 저런 남자랑 사귀냐고 너 진짜 눈이 발에 달린거냐, 시력이 없는거냐 할 정도였거든요

얼굴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은 착하고 좋은 사람일것이다 라는 전제가 제 마음에 늘 깔려있었나봐요

그래서 못생긴 남자가 몇번씩 고백해오면 나를 정말 좋아하나보구나, 순정남이구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랑 연애하면 나도 행복하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남자들이 저랑 사귄 후에는 헌신하고 잘해주진 않더라구요

처음엔 저한테 목매고 좋아한다 고백하고 울고불고 난리쳐서 받아주면 변하더라구요

친구들이 저렇게 생긴 남자 만날거면 최소 명품 가방은 받아야한다 했을때 사랑하는 사이에 그게 뭐가 필요하냐고 했어요 등신처럼

전남친들이 3~11살 많았는데 데이트 비용도 꼬박꼬박 반반 냈네요 등신처럼

스킨십 할때마다 갑자기 화가나고 다운되길래 아 나는 스킨쉽 싫어하고 성욕이 없는여자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관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손잡는건 그렇다 치는데 키스 하려고 얼굴 들이밀면 기분이 확 다운되서 차마 관계까지는 생각도 안해보고 살았어요

또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가 없길래, 아 나이차가 나서 그런가? 취향이 달라서 그런가? 싶어서 나름 맞추려고 엄청 애썼는데 데이트 하는 날마다 시간이 느리게 지나는거 같고 핑계대고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갈 생각만 들고 헤어지고 버스탈때가 제일 행복할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어요

첫 연애부터 그런 남자랑 하다보니 뭐가 잘못된건줄도 몰랐어요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요

그냥 내가 연애가 익숙치 않아서 그런가보다, 나는 개인주의 성향이 큰 사람이구나 했어요ㅋ

그렇게 못생긴 남자와 세번의 연애끝에 헤어지고 그 후로는 못생기든 덜 못생기든 고백해오는거 다 안받아줬어요

세번의 연애로 너무 지쳤고 데이트 하는것도 재미없고 그냥 같이 대화하는거 조차도 재미가 없으니 쫌 무섭더라구요

나는 혼자 살아야 할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했던거 같아요

그러다가 회사를 시내쪽으로 이직했는데 확실히 시골 촌구석에 있을때보다 잘 차려입은 분들이 많더라구요

친구들은 저게 정상이라고, 저 남자들이 특별하게 잘 챙겨 입은게 아니고 니가 똥물만 보다가 와서 정신 못차리는거라 그랬어요

아무튼.. 그렇게 지내다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잘생긴 남자분이랑 안면 트고 인사하는 사이가 됐어요 (친구들도 보고 잘생겼다고 함. 드디어 저보고 정신 차렸냬요)

그분이 제가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주셨는데 감사해서 커피 기프티콘 보내드리면서 카톡도 하게 됐고 출퇴근 길에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된거죠

그런데 저렇게 잘생긴 남자랑 나랑 인연이될리 없다고 생각해서 초반에 되게 밀어냈어요

카톡 답장도 잘 안하고 마주쳐도 어색하게 눈 인사만 하고 그렇게 또 한달을 지내다가 그분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더라구요???

거절 했는데 기다린다고 해서 회사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었는데
살면서... 남자랑 하는 대화가 그렇게 재밌고 즐거운줄 처음 알았어요 ㅠㅠ

그분이 말을 재밌고 센스있게 하는거라 생각해서 친구들한테 늘어놨는데 친구들이 재밌는지 모르겠대요

한 친구가 "야 그거 니 전남친이랑 했던 대화 아니야?" 라고 해서 엄청 놀랐죠

그 후로 그분이 자주 권해주셔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었어요

그분이 퇴근하고 만나자고 하는 날이면 설레서 일에 집중이 안되고
자꾸 웃고 있고 저도 처음보는 제 모습이 낯설어서 미치는줄 알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깨달았어요

그분은 정말 일상적인 대화를 늘어놓는거고 특별히 유머러스하거나 센스있는 말솜씨를 가진 분이 아니라는것을요

전남친들이랑 대화하는 내용은 거의 똑같았어요 ㅠㅠㅠㅠㅠㅠ
친구말대로요...

그분 얼굴이 잘생겨서 재밌게 느껴졌던건가봐요

가끔 그분이랑 식당이나 길 걸을때 손이 스치는 경우가 있는데 남자랑 손잡고 싶다고 생각한적은 처음이에요

그분은 제가 반응이 귀여워서 좋다고 하셨는데 고향에 있는 여동생 생각하시는거 같아요

무슨 말 할때마다 자기 여동생이랑 똑같다고 좋아하시거든요ㅠㅠ

제가 칼퇴를 못할때가 간혹 있는데 근데도 저 데려다주겠다고 주차장에서 한시간이나 기다린적도 있고 ㅜㅜ

우유부단해서 메뉴 결정도 잘 못하는 저를 위해 식당 예약도 해주시고 심지어 지금까지 갔던 식당들이 다 맛있었어요

갑자기 비오던 날 비 맞고 뛰어가서 우산 사오던 뒷 모습에 마음이 훅 넘어갔어요

회사 근처에서 친구들이랑 저녁 먹을때 몰래와서 밥값 계산해주고 가신적도 있고

그냥 잘생겼고.. 저랑 한살 차이고... 옷도 잘 입고.. 매너도 좋고...
다 너무 좋아요....

그러고보면 저 돈도 못 쓰게 하네요

한살 차이밖에 안나는네 자기가 오빤데 어떻게 얻어먹냐면서, 가끔 커피나 사라고 하셨는데 카페 가면 또 자기가 계산....

선물이라도 하나 하고 싶은데 부담 가지실까요? ㅠㅠㅠ 주유권 기프티콘이라도...

노잼 아재 개그를 하는데도 제가 웃고 있더라구요

잘생긴 남자가 하니까 그냥 재밌네요

집에 돌아오면 현실 파악 되서 가끔 슬플때도 있어요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나한테 잘 해주는 이유는 여동생을 닮아서겠지 싶어서요

살면서 고백 해본적이 한번도 없지만 용기내서 한번 도전해볼까 싶은데 까일거 같아요

그럼 지금처럼 연락하고 밥먹고 그런 사이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겠죠?

제가 얼굴을 엄청 따지는 사람이라는걸 이제야 알았네요

저도 다른사람들처럼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왜이리 죄책감이 느껴질까요

잘생기고 예쁜거 좋아하는거 정상 맞잖아요 ㅠㅠ? 그쵸?

얼굴값 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잘생긴 분이랑 연애하고 싶네요

추천수14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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