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니 우리 모두의 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어?
그게 안 보여?
그냥 집에 가고 싶은 거잖아
가로로 세로로 여덟 걸음 밖에 안되는 작은 방안에 갇혀서
매일 해 뜨면 알람 소리에 일어나
이불도 안 개고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키고
교복 상의를 걸쳐 , 입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걸쳐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런 옷 입기 싫거든
더이상 맞지도 않고
어디 가는 데도 없이 종일 남의 집에서 , 방에서 먹기만 하는데
그 오래전 옷이 더이상 맞을리가
다른 사람들 , 다른 것들은 다 그대로인 거 같은데 나만 이렇게 변한 거 같아서
남들은 각자 집에서 , 방에서 자기만의 새로움을 찾아가는데
괜히 나만 눈치없이 음식만 축내는 식충 같아서
아무리 내는 돈에 따르는 응당한 권리라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할까?
아무리 옷장을 채우고 , 온갓것들에서 내 냄새가 나도
그게 과연 “내” 것일까?
그냥
당연한게 필요한거야
세상 사는데 당연한게 뭐 있나 싶겠지만
우리 아직 어리잖아?
나 아직 어리잖아
누가 그렇다고 좀 얘기 해주면 좋겠다
아침엔 매정하게 보여도
반복되는 알람 소리가 아닌 누군가가 열어놓은 커튼 밖 찬 바람에 깼으면 좋겠고
“ 뭐 먹을까 “ 하는 생각을
휴대폰 배달 어플이 아니라 냉장고 문을 열며 했으면 좋겠고
아무리 스크린 속의 내 십대여도
사람 소리를 들으려 하루 종일 유튜브 영상을 켜지 않았으면 한다
화장실을 갈 때도 기웃거리지 않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세탁기를 켜달라는 말을 못 해서 샤워 후 다시 땀을 흘리며 손빨래를 안 했으면 좋겠다
세제와 비누는 생각보다 비싸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을 “ 권리 “를 희망하며
삶을 연장 시키려는 행동을 위해
이 현실에서 달아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않다
인간이란 연약해
감정에게 지배당하는 순간마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떠넘길 무언가를 찾곤 한다
그래서 난 뻔뻔해 지기로 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나온 세상은 여전했고
도달은 곳은 하얗다
전엔 도망쳐 숨은 곳이 엘리스가 오른 나무 위라면
이번엔 어두컴컴한 토끼 굴 이었다
호기심에 따라갔지만
언젠가 나와야 하는 걸 아는
어쩌면 그걸 이미 알고 있는지도
그러던 중 청소부 사자가 와 눈 앞의 길을 지워버리면
주위 모두들 내 노랫소리에
눈을 붉히고 바라만 볼 뿐
정작 아무도 도와주지는 않는
난 그걸 행복이라 생각하고 불렀다
언제나 그랬듯이 행복은 찰나일 뿐인데 말이다
그렇게 난 다시 길 위에 남겨졌다
꽤 갑작스럽고.. 추하게..
그러곤 세뇌 당했다
넌 그들이 싫은 거다..
넌 다시 그 곳을 가기 싫은 거다..
넌 다사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다신 그들과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정작 난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그렇게 또 한 겹의 시간을 보낸 후
내 시간은 그렇게 다시 원래의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런걸 바란적은 없지만
난 만족한다고
그리고 몸소 깨달았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눈으로
귀로 확인하고 나서야
난 다시 떠돈다
그렇게 정착아닌 정착을 한게
이 여덟 발 자국의 우물이다
물이 한데 고여 썩듯이
난 여기 지금도 썩어가고 있다
달력의 넘김이 조금 빠르다 느껴질 정도로
바삐 보낸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이 그러길 거부한다
약국을 갈 때면 수면제를 묻는다
밤마다 남의 고통으로 하여금 나 자신을 잠들게 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유리창에 비친 해를 보고 서야
잠에 든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다
곧 외면하고 잊는다
잊혀진다 할 때 쯤
전화가 울린다
전화라기 보단
그냥 나 자신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런 나는 감정이 없다
그런건 있으면 안된다고 듣는다
보이듯이 잔인하기만 한 말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위로의 말 일수 있다
하지만 내겐 잔인하기만 하다
차라리 누구를 향해 슬퍼하라고 말을 해 줬으면 좋겠다
울어도 되지만 나랑 있을 때만 그러라고
말 하는게
차라리 듣기 좋았을 꺼다
하지만 결국엔 듣지 못 했고
대신 내 잘못이라 들었다
너가 그러면..
너 그렇게..
너까지..
그러다보면 감정따위 알량하게 보인다
정말로 세뇌 당하는 거다
어느 순간 내 자신 또한 그러고 있는 걸 깨닫는다
그런가?
이 정도면
나 정도면
이란 말을 달고 산다
그리곤 또 알람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아침에
컴퓨터를 킨다
이렇게
나는 이 우물 안에 앉아있다
-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