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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서 너무너무 행복해요 ㅜ

한치두치 |2021.10.22 02:14
조회 190,552 |추천 1,442

허구한 날 지지고 볶고 싸우는 엄마아빠,
여름에 비가 오면 방에 물이 줄줄새서 대야를 몇 개씩이나 받쳐두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입김이 눈에 보이던 집.
가난하고 어둡고 지긋지긋한 유년시절이었어요.



공부를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방대를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게 돼서 저도 대학이란 곳에 들어갔습니다. 학자금대출에서 지원해주는 생활비를 받고, 알바를 하고, 휴학해서 돈벌고.. 이런 식으로 겨우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졸업한 후에 바로 취업을 했어요. 열심히 살면 인생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줄거라고 믿고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알바도 두 개씩, 본업을 하면서 부업을 하고있고.




몇 번인가 남자친구를 만나 연애도 했지만, 제가 너무 가난하고 가진 게 없다보니 누군가를 만나는 게 겁이 났어요. 주눅이 들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 남편을 만났어요.





그리고 결론은 어릴 때 고생한 거, 지금 남편 만나서 다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행복하려고 어릴 때 눈물을 많이 흘렸나싶을 정도로.. 남들 앞에서 이런 자랑하면 넌씨눈일까봐 다 말 못했는데. 여기선 내 맘대로 글 쓸 수 있으니까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실컷 자랑할래요 ㅎㅎ



저는 일을 늦게 시작하는 편이라 남편이 출근할 때 항상 자고있는데, 대신 남편이 아침밥을 먹고갈 수 있게 국 한가지랑 반찬 한 가지 정도를 식탁에 차려둡니다. 남편은 아침먹고 출근 전에 꼭 저한테 와서 뽀뽀하고 발과 종아리를 주물러주고 가요, 아침 잘먹었다는 인사도 해줘요.




제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있으면 과일을 깎아서 갖다주고,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 냉장고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해줘요. 퇴근길에 마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주전부리를 잘 사와요.



제 엄마아빠가 이혼하셔서 따로 사시거든요. 가끔씩은 나도 내 부모지만 따로 찾아뵙는 게 귀찮고 피곤한데, 남편은 "당연히 찾아봬야지" 하고 말해요. 시키지 않아도 전화도 엄마한테 아빠한테 따로 하구요. 우리집 가난한 게 싫고 괜히 남편한테 신세지는 게 자존심상해서 내가 돈 버는 동안에는 우리 부모님은 내가 챙길게, 했는데 명절 때 장인장모님 용돈을 드리라고 현금을 주는 거에요.




반찬을 해주면 가타부타 말없이 늘 맛있다고 잘 먹어주고요.



피부에 뾰루지가 나서 속상해하고있으면 오빠가 카드 줄테니 피부과나 관리샵가서 긁어라, 너 하고싶은 거 하라고 말해줘요. 여자들 관리샵이 얼마나 비싼지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기는 한데 ㅎㅎ그래도 말이라도 너무 고마워요.



본인한테는 돈을 잘 안 쓰는데도 제가 사고싶어하는 건 잘 사줘요. 우리가 부자는 아니라서 명품이나 비싼 브랜드 옷, 신발을 사진 않지만 그래도 2,30만원어치 되는 옷을 제가 결제하려하면 선뜻 잘 안되는데 남편은 잘 사줘요. 니가 비싼 옷 사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고민하냐면서.





제가 뭐 먹고싶다고 하면, 주말에 먹으러 가자! 우리 누구가 먹고싶다하는데 먹으러가야지, 라고 해요.



주말에 집청소하기랑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비우기가 남편이 담당하는 집안일인데, 청소도 깔끔하게 너무너무 잘해요. 안 시켜도 소파 들어내고 먼지털고, 다 하고나면 청소기 청소까지 싹 해놔요.





제가 뭐 해주면 늘 '고마워'라고 해요. 제가 출근할 때 입는 옷을 다려주는데 그것도 고맙다고하고, 남편 영양제나 물을 챙겨주면 그것도 고맙다하고 ㅜ ㅜ




"으이구 귀여운 것" "이뻐죽겠네"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말도 듣기좋아요. 제가 특출나게 이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남편이 이쁘다 귀엽다 해주니까 정말 내가 고운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친구만나러 나간다고하면 본인이 더 신나서 오빠 카드 줄테니까 니가 친구들한테 밥사라, 재밌게 놀다와라고 해요 ㅎ저 없는 동안 자기 맘껏 자유시간 누리려는 것도 있겠지만 제가 결혼하고 친구들을 잘 안 만나니 걱정돼서 그러는 거 같아요.






같이 데이트하고 놀러나가면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이쁘게 찍어주고, 어디 놀러가자하면 군말없이 따라나서요.





너는 나한테 너무 과분한 여자인 것 같아. 나는 사실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하거나 친구들이랑 술 먹고 다니는 게 다인 삶이었는데 여보를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여행도 다니고 하니까 세상에 이렇게 좋은 게 많구나싶어, 여보랑 같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너랑 결혼해서 너무너무 행복해.





어제 남편이 이런 말을 하는데 보잘 것 없는 제 인생이 이 남자로 인해서 이렇게 귀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늘 월셋방을 전전하며 다음에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하고,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불투명한 인생을 두려워하며 살았는데 이제 남편이 있으니 외롭지가 않아요. 이게 신혼의 달콤한 꿈이라 해도, 2년밖에 안 돼서 그런 거라 해도 제게 저런 사람을 허락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결혼이란 참 좋은 거였어요.


참 따듯하고 좋은 거네요.



*어머나 새벽 늦게 쓴 글이라 다시 읽으니 좀 민망..한데 많은 분들이 따듯한 격려 공감 응원의 말씀 해주셨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이쁜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개인사로 인해 신상이 노출될 염려가 있어 앞부분은 살짝 지웠습니다.
추천수1,442
반대수85
베플별이몬|2021.10.22 04:54
과일깎아 갖다주는 남자 울남편만 그런 줄 알았는데 여기도 있네 ㅋ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런 사랑꾼 남자들은 패턴이 다 비슷한가봐요. 아마 평생 그럴거예요. 울 남편도 결혼 십년 넘었는데 와이프 극진히 챙기는게 한결같아요. 저도 쓰레기장에 가본 적 없고 화장실 청소도 해 본 적 없어요. 이상한 남자들 많은 세상에 부모님만큼 혹은 그 이상 나를 위해주는 남편이랑 산다는 건 남편복있는 거죠. 늦잠자고 너무 편하게 살다보니 새벽에 판보다 댓글달고 자는 것도 재미네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남편 오래 살길 바래야죠^^
베플ㅇㅇ|2021.10.22 16:55
2년인데도 저러면 앞으로도 잘살겠네
베플아이구|2021.10.22 02:27
축하해요 이쁘게 사세요~
베플ㅎㅎㅎ|2021.10.23 01:05
좋은 사람이니깐 좋은 사람 만난거예요
베플남자쩜쩜쩜|2021.10.22 17:27
여기서 이런이야기 하지마세요.... 열등감에 베베꼬인 사람들이 님은 특별히 운이좋은거다 어렸을때 워낙 바닥을쳐서 좋게 느껴지는거다 하면서 비혼이답이다를 그건만이 진리다 하면서 ㅂㄷㅂㄷ 될텐데.... 결혼해서 후회하는 사람들보다 좋고 행복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텐데ㅋ왜 그들은 자기들이 보고싶은것만보고 듣고싶은것만 들을까요ㅋㅋ그분들은 이글에도 뭔가 불편해서 비공을 무척이나 박을것같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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