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의 아침과 시인의 유산
돈 벌러 가는 아침에 가난한 시인의 혼이 생각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탐욕의 축적이 아닌 그날의 양식을 떳떳하게 하늘에게 요구하여 내딛는 발길에 새벽별 초롱초롱 달려있다.
나의 가난은 /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 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한 끼니의 점심에 배부르면 배고팠던 방금 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던 시인도 이런 아침에 기지개를 켰을 것이다. 그리고 평생 근무했던 가난이라는 직장에서 그토록 지독한 춥고 배고픈 보너스와 월급을 받아가면서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며 사표를 썼으니,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은 삶보다 영혼이 아름답고, 지나간 길이 풍성하다. 굶주림에 쓰러져 시립정신병원까지 끌려갔던,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이 유고시집을 발간했었고, 간암으로 한 달도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 기적처럼 6년이나 더 살다 간 사람은 오늘도 봄바람처럼 거리를 거닐고 있다.
바람에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가난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여 맑은 영혼을 보급했던 시인은 죽지 않았다. 막걸리에 취하여 옆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했던 걸인, 가난한 아내를 그토록 속 썩이던 지지리도 못난 남편, 자식이 없어서 뒷걱정도 없다던 태평한 시인은 간암에 술을 퍼붓고, 담배연기를 퍼붓다가 노을빛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바람길 따라 엄마 품으로 갔다.
그리고......
엄마 젖을 빨다만 입술을 닦으며 내려와, 아침의 햇살 타고 잠시 이 거리를 같이 걷는다.
시인님, / 당신이 일했던 가난의 공장에서 / 당신이 잡았던 톱과 망치로 / 영혼의 별장을 투닥투닥 지어서 /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초대한 / 이 아침, 한 잔의 커피, / 당신이 결코 가난하지 않았던 것처럼 / 나도 부유한 창가에 앉아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