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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아!!!”
“쑥쑥아 어딨어!!”
간부조 회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조사병단은 쑥쑥이를 찾느라 뒤집어졌음. 에렌과 미카사는 제대로 정신이 빠진 듯했고 리바이 역시 마른 세수를 몇 번씩이나 하며 쑥쑥이를 찾아 헤맸음. 엘빈은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혀 쑥쑥이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에 흙을 잔뜩 묻히고 뒤뚱뒤뚱 걸어오는 쑥쑥이가 보였음.
“쑥쑥아!!!”
엘빈은 쑥쑥이를 번쩍 들어올리곤 빵빵한 볼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말했음.
“너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엘빈 품에서 꺄르륵 웃는 쑥쑥이를 보자 나 역시 마음이 놓였고 그제서야 리바이를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음.
“어.. 병장님 우시는 건가요..?”
리바이는 너무 놀란 탓인지 혼자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곤 쪼그려 앉아 있었음. 나는 또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음.
한지 역시 처음보는 리바이의 모습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지만 곧 깔깔깔 웃었음.
웃음 소리에 고개를 든 리바이는 누구보다 매서운 눈으로 에렌을 흘겨보며 말했음.
“다시는.. 104기 병사들에게 쑥쑥이를 맡기지 않을거다.”
하지만 엘빈 품에서 나온 쑥쑥이가 리바이를 향해 뒤뚱뒤뚱 걸어가 폭 안기자 매서운 눈은 어디가고 쑥쑥이 볼에다 뽀뽀를 하며 말없이 어디가면 안된다고 다정하게 말했음.
“하지만 병장님, 아기는 아직 말을 못하는데.. 크억”
“코니는 정말 눈치가 없는 거 같아요..! 에렌이랑 같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싶은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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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ㅇㅇㅇ. 빨리 빨리 움직여. 내일이 귀족회의라고. 와인은 모두 준비 된 거야? 참석할 귀족 리스트는 모두 뽑은 거지?”
“와인은 창고에 준비해 뒀고요, 리스트는 지금 뽑는 중입니다..!”
“내일이 회의인데 아직 뽑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리고 투자건 관련 발표 준비는 완벽히 마무리한 거 맞지?”
“아..네 어제 급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급하게 마무리하면 안돼. 완벽해야지. 이번에 잘만하면 귀족 나리들께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뿌리실거라고. 내 월급이 올라갈지도 몰라.”
..자기가 할 발표를 나한테 전부 몰아놓고서는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어째 다들 노는데 나만 일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 한 마디 할까 싶었지만 괜히 욕만 얻어먹을게 뻔해서 그냥 말았음.
“아 맞다. ㅇㅇㅇ. 가장 중요한게 빠졌어.”
“네? 그게 무슨..”
“회의가 끝나고 있을 파티 동안 우리끼리 자그마한 생일 파티를 하려고 하거든. 이번에 너네 반 반장 생일이잖냐. 파티에 쓰일 케이크 한 판만 빼서 작은 파티룸으로 옮겨놔.”
“네?”
“파티룸도 좀 꾸며놓고. 여자애니까 잘할거 아니야? 초도 네가 좀 붙이고 노래도 좀 부르고ㅋㅋㅋㅋㅋㅋ”
ㅅㅂ!!!!!!!!!! 미친건가 드디어 미친거지. 내가 그 새끼한테 맞은 컵 때문에 생긴 상처가 아직도 그대로야.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내가 그 새끼 생일 파티를 준비할 리가 없다.
“그.. 케이크를 빼돌려서 생일파티를 하는 건 좀..”
“티 안나게 잘해. 괜히 귀족들한테 걸리면 우리가 짤려. 알겠어?”
걸리면 짤린다고? 위기는 보통 기회로 다시 찾아보는 법이랬다. 이건 기회다. 나는 순간 빠르게 머릿속에서 작전이 떠올랐고 금세 기분이 좋아졌음.
“넵!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귀족 회의 아니 파티날 아침이 밝았음. 사실상 말이 회의지 돈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파티를 즐기려는 목적이 더 컸음. 나는 새벽부터 파티 준비를 끝내고 발표를 점검하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한 상태였음.
“크로텐 가문의 영부인께서 들어오십니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자 하나 둘 귀족들이 화려한 복장을 하고 넓은 회의실로 들어왔음. 나는 긴장이 되어 떨리는 손으로 진정제와 함께 물을 두 세번 정도 삼켰음. 점차 시야가 흐려지고 귀에서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음. 커튼이 쳐지고 조명이 오롯이 나를 비추기 시작하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함.
“제 16회 헌병단 본부 재건축 및 물품 투자건에 대한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도 불이 꺼진 탓에 관중석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음. 점차 나는 발표에 탄력을 붙이기 시작했고 중반까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음.
“그리고 다음은 입체기동입니다. 입체기동 장치 가스통의 크기는 늘리는 반면 무게는 감소하는 기술을 공장단지에서 개발했습니다. 이 신 입체기동 장치를 헌병단에 우선 보급을 할 예정인데요, 이에 대한 투자 금액은...”
“잠시만요. 신 입체기동 장치를 왜 헌병단에 우선 보급하는거죠?”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꽤나 젊은 남자 귀족인 듯 했음.
“사실상 입체기동 장치를 가장 많이 쓰는 건 조사병단일텐데요. 안 그런가요?”
귀족들은 대부분 조사병단을 세금 낭비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순간 당황했고 손에는 땀이 차기 시작함.
“네..어..음.. 그러니까 조사병단이 가장 입체기동 장치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맞습니다. 목숨을 걸고.. 음..”
한순간 옆을 보자 헌병단의 고위급 간부들은 이미 썩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위안이 되어주었던 깜깜한 관중석은 나를 점점 옥죄어왔음.
“그나마 내지에 있는 헌병단에서 시험을 우선적으로 해보는거겠지. 주둔병단에 보급할 만큼 양이 많은 것도 아닐 테고 거인 바로 앞에 있는 우리가 먼저 쓰다가 괜히 입체기동에 문제가 생기면 여럿 죽을테니까.”
익숙한 낮은 음성. 리바이였음. 리바이의 말이 끝나자 젊은 남자 귀족은 납득한 듯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나 역시 남은 발표를 다시 하기 시작함. 이미 한 번 흐름이 깨졌던 터라 더욱 더 긴장한 나는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 발표를 마쳤음.
발표가 끝나고 혼이 빠져 나간 채로 회의장을 나가는 귀족들을 배웅하는데 누군가 내 앞에 섰음.
“안녕하세요. 아까 많이 곤란했죠? 그런데 꼭 물어보고 싶었던거라..”
사근사근하게 웃는 얼굴에 약간 긴 앞머리,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나비 넥타이를 한 젊은 귀족이었음.
“아.. 아뇨 괜찮습니다. 좋은 질문이었어요.”
“네 발표 잘 들었습니다. 좋았어요.”
그 젊은 귀족 남자는 나에게 몇 마디 더 건네고 싶은 눈치였지만 나는 밤을 새고 방금 긴장도 풀린 탓에 그와의 대화에 전혀 집중을 하지 못했음. 더군다나 바로 반장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러 가야했기 때문에 마음만 조급할 뿐 이였음.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나는 반장의 생일파티를 할 파티룸으로 갔음. 파티룸은 귀족들이 파티를 즐길 연회장 안에 있는,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큰 소음은 귀족들이 잘 들을 수 있는 곳이었음. 나는 헌병단의 병사 몇몇에게 파티룸 안에 숨어 있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 한 후 반장을 부르러 갔음.
한창 젊은 여자 귀족과 이야기 하고 있던 반장에게 내가 말을 걸자 그는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음.
“반장님, 급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같이 잠깐만 가주실 수 있나요?”
구겨지는 반장의 표정에 여자 귀족이 겁을 먹자 반장은 애써 다시 웃으며 나를 따라왔음.
“ㅅㅂ. 야, 너 지금 뭐하는거야. 분위기 좋은거 안보였냐?”
“분위기 그닥이던데. 돼지 같은 반장님 누가 좋다고 살랑거릴까봐요.”
“뭐? 이게 미쳤나.”
작은 소리로 속닥이던 반장은 나의 도발에 순간 목소리가 커졌음. 화가 제대로 난 거 같은 반장은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내가 준비해 놓은 가까운 파티룸으로 나를 끌고 갔음.
쾅
“뭐? ㅅㅂ 다시말해봐. 돼지 같다고? 내가? 드디어 미쳤니? 네가 내 손에 정말 맞아죽고 싶은거지?”
“무슨 소리세요..? 제가 반장님이랑 화해하고 싶어서 케이크까지 준비한 걸요.. 돼지고기도 준비했고요.. 저 저번에 반장님께 혼나고 마음이 정말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나 둘 셋
속으로 내가 카운트를 셋까지 세자마자 굳은살이 잔뜩 베긴 굵은 손이 내 뺨을 내리쳤음.
짜악
마침 밤도 새고 지칠 대로 지쳐있던 탓이라 나는 정말 큰 소리를 내며 쿠당탕탕 넘어졌음. 입에서 비릿한 피 맛이 돌았고 새삼 며칠은 제대로 된 밥을 먹긴 글렀구나 싶었음.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반장에게 미안한 척 말했음.
“저는 일부로 반장님께서 돼지고기를 좋아하신다길래 돼지고기를 준비해놓은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화내실 일인가요..? 제 진심도 몰라주시고 조금 서운하네요.. 그래도 돼지고기를 준비한 제 잘못이 커요..”
그리고 반장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덧붙임.
“하기야.. 동족끼리 잡아먹는 건 좀 더럽다. 그쵸?”
내 마지막 말에 반장의 얼굴을 새빨게지더니 아까와는 다른 힘으로 내 얼굴을 내려치기 시작했음.
한 번, 두 번, 세 번..
점점 소리가 요란해지자 숨어서 도와주긴 커녕 낄낄대던 병사들은 귀족들이 들을세라 반장을 말리려고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음. 하지만 이미 파티룸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수많은 귀족들은 내가 맞는 걸 보고 경악을 하고 있었음.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나를 때리고 있는 반장의 손을 막은 건 리바이였음. 놀란 기색도, 화난 기색도 없는 차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겉옷을 벗어 내 얼굴을 덮어주었음. 그리곤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나를 부축하여 빈 방으로 데려갔음.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이게 최선이었어요.”
“기다려. 약을 구해올테니까.”
*
짜악 짜악 소리가 한 번, 두 번, 세 번 큰 연회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화내는듯 한 음성과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평화롭던 연회장은 한 순간 시끄러워지기 시작했고 리바이는 그 소리의 원인을 작은 파티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독한 건지, 멍청한 건지. 입술에서 피가 나고 얼굴에 멍이 들 지경인데도 왜인지 모르게 웃음을 숨기는 네 모습에 리바이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저게 뭐하는..!”
리바이 뒤를 이어 아까 발표 때 질문을 했던 젊은 남자 귀족이 들어와 상황을 막으려고 했다. 리바이는 서둘러 그의 팔을 붙잡았다.
“사람을 더 모아와.”
리바이는 동료가 쳐 맞고 있는데 숨어서 구경이나 하는 병사들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파티룸 문을 활짝 열었고 귀족 남자는 하나 둘 귀족들을 모아왔다. 이만하면 그녀가 원하는 상황을 잘 만들어 주었겠거니 하고 떠날 참이었던 리바이는 멀리서 걸어오는 엘빈과 맞닥드렸다.
“제길..”
리바이는 다시 뒤돌아 파티룸으로 향했다. 그리곤 돼지 같은 그의 손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