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재수한다고 바쁘게 살았어 15살 때부터 조울증 약을 먹었거든 일상생활 잘하고, 약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웃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알바도 하고. 나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내가 버겁지 집에 와서 방문 열면 그냥 쓰레기장이야 소주병이랑 담배 쌓여있고 술 안 마시면 잠이 안 와 약 먹고 술 마시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렇게 안하면 못 자겠더라 가끔씩 아침에 눈 뜨면 아 내가 드디어 죽었구나 싶을 때가 있어 손가락 하나 못 들겠고 눈만 끔뻑거리는 그런 날이 있어 매일 내일 죽자, 하루만 뒤에 죽자, 하고 꾸역꾸역 살아 버겁고 지겹고 대학이야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데 가족들은 대학 가면 다 나을 것처럼 말하니까 그것도 서운하고 나 죽기 싫거든 아픈 것도 무섭고 가족들 우는 것도 지겨워서 근데 내가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가끔 너무 불안해
또래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
익명이고 다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냥 안부 물어보고 싶어
잘 지내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