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말 너무 잘함
GQ 요즘 일상이 반짝인다고 느끼는 순간 있어요?
RM 아···. (반짝이는 눈)
반짝인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 식대로 표현하자면 이런 거예요.
자신에게 충실한 순간들.
작업할 때, 매일 하는 운동을 하면서 루틴을 지키는 내가 되었을 때
나 잘 살고 있나 보다, 생각하게 돼요.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요.
시계 볼 틈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게 너어어무 아까운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반짝인다고 느껴요.
GQ RM이 쓴 가사를 읽다 보면 풍경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단지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공간 안에 들어가 서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RM 제가 좋아하는 페인터가 대개 그런데, 정신적인 체험을 하게 해줘요.
작품 앞에 서면 어떤 순간으로 데려다주는 기분. 여백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자꾸 보고 좇으면서 저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질감, 음악적인 텍스처를 여러 감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 해보고,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GQ 과연.
RM 사랑을 예로 들어볼게요. 사랑 안에도 여러 주제가 있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붙잡으려고 이별한 남자가 쓴 곡이구나’,
누가 봐도 짐작할 정도로 납작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추출해 형상화하고 싶은 욕심이 커요.
추상이라고 하면 뿌옇고 자신 없어서 애매한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페인팅 역사로 보면 구상 뒤에 추상이 등장했어요.
구상만으로는 표현이 안 되니까 색이나 형태만 추출해서
본질을 압축한 것이 추상이라고 생각해요.
1 더하기 1은 2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괄호가 있을 수도 있고, 부등호가 있을 수도 있고···.
여백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해 볼 여지가 있는 편이 제겐 점점 더 흥미로워요.
GQ 음악이 다양한 표정을 갖는 비결이군요.
RM 예전에는 강해지고 싶다, 증명할 거다, 다 제압하겠다,
그런 센 단어를 자주 구사하는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일단 뱉고 나면 스트레스는 풀리죠.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점점 디테일에 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제압할 건데? 진짜로 제압할 거야?
대체 어떤 게 제압하는 건데?
문장 뒤에 오는 행간들에 대해서요.
GQ 스스로 나 멋있다, 쩐다 느끼는 순간 있어요?
RM 뭣도 모르는 시절에는 많았죠.
지금은 눈도, 귀도, 취향도 굉장히 기준이 높아졌어요.
안목이 높아지니 제 자신에게도 엄격해지더라고요.
GQ 그래도 김남준에게만 있는 멋은 뭘까요?
RM 메타인지를 잘해요.
이슈나 해프닝, 제 스스로에 대해서도 여러 방식으로 응시해요.
현상이 있으면 그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려고 하고, 제 스스로 납득도 당해보죠.
거기다 마인드 컨트롤까지 잘 되면 참 좋을 텐데.(웃음)
어쨌든 무수한 검증 절차가 제 무기예요.
대상에 대한 장단점을 쉽고 빠르게 찾고요.
“사람들에게 먹히는 포인트는 이거, 단점은 이거.
그런데 내 눈에는 단점이 부각돼서 내 테이스트는 아니야.”
GQ 판단은 하되, 좇지는 않는다?
RM 굉장한 소신이 있다기보다는 자기 객관화가 잘돼서요.
어떤 생각이 들고 나면 편견화, 고착화되기 쉽잖아요.
저는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 해요.
GQ <Break the Silence> 다큐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 고백했어요.
‘Always’란 곡은 힘든 감정을 기록해둔 가사로 후에 만든 곡이고요.
두려움과 공포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기록해 공유하는 것이 RM에게는 왜 중요한가요?
RM 와. 이건 너무 허를 찌르는 질문이네요. 이에 대한 딜레마가 계속 있어요.
왜냐하면, 만만하게 보이니까.
여전히 많은 연예인이나 스타, 혹은 아티스트가 신비주의를 택해요.
많은 상처가 있어서일 수도,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팬들에게 우리의 ‘Pros and Cons(장단점)’,
우리가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드리워진 그림자를 공유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방탄소년단의 주식이
항상 우상향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해체까지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만,
때로는 어떤 고백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해요.
다만 당장 토로하지는 않아요.
감정이 지나가고 여과된 뒤에, 감정을 뒤돌아보며 느끼는 잔상을 추출하고
잘 다듬어 전달하면 “이들도 사람이구나” 하면서
아티스트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절한 배출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신념이에요.
그러면서도 사실 무서워요.
절 만만하게 볼까 봐, 이 고백들이 나중에 약점이 되어 역풍을 맞을까 봐.
GQ 무서운 한편 자유롭나요?
RM 쾌감이 있어요. 한번 카드를 뒤집으니 계속 뒤집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그것이 예의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꼭 숨기고 나서 “저희는 늘 좋았어요”라고 하는 것보다는.
대신 그 방식이 어른답고, 직업인으로서 윤리적이라야 좋지 않을까요?
책, 다큐, 인터뷰, 음악···. 음악이 가장 좋겠죠.
제가 그랬듯 청자도 거기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고,
2차적으로 인생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요. 멋진 방식의 배설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GQ 아미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앞으로 아미와의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RM 우리의 상호관계,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건
조금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인생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모르니까요.
아미는 이제 ‘어떤 사람’으로 특정할 수 없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우리의 사랑에 대해 특정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
저도 거기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해요.
저는 아미처럼 누군가에게 꾸준히,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해본 적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그 대단한 수백만의 덩어리가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어놨어요.
저는 그들을 진심으로 리스펙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그들의 팬이죠.
이런 소망은 있어요.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응원하면서,
지금의 거리를 유지해가는 평행선 같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감탄만 나옴
이번 알엠 인터뷰보면 또 성장한게 느껴질 정도야
일단 어휘력이 어나더고
저런 단어를 사용해서 유려하게 바로바로 문장을 구성해서
내뱉을 수 있다는 게 진심b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