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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부모님

ㅇㅇ |2021.12.27 03:51
조회 13,936 |추천 60

술 마시면서 쓰는 거라 오타가 있을 수도 있고 앞뒤 문맥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속상하고 힘들어서 주절거리는 거니 글이 길어 불편하시다면 지나가셔도 좋고,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위로 한마디, 혹시 제게 문제가 있는 거라면 인생 선배로서 쓴소리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20살 여자이고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예전부터 조금 가난한 편이었습니다.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고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유롭진 못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구요.위에 오빠 하나 있고,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남아선호사상이 좀 있으셨어요.
이제는 뭐 나름 차별 안 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고, 저도 차별한다고 징징거리기엔 나이가 차버렸는지 덤덤하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가 서운함에 네이트판에 찾아와 주절거리는 이유는 바로 이틀 전 25일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 때문이랍니다.
앞서 말했듯 유복하지 못한 가정환경인지라 현재 용돈벌이 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교통비, 식비, 휴대폰비, 용돈 그런데에 쓰려고요. 알바비가 적어서 그런가 모으진 못합니다.
네 남들 다 하는거긴 해요.
하지만 솔직히 크리스마스에 알바하는건 좀 서럽긴 하더라고요.
SNS에 친구들 파티하는 사진, 놀러 간 사진 올라오는 거 알바하면서 보고 있으니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뭐 성인이나 됐는데 캥거루처럼 부모님께 계속 매달릴 순 없으니까 티 내진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끼리 다 같이 저녁 먹으면 된 거지 생각하며 퇴근시간만 기다렸습니다.
평일에는 다들 바쁜 편이라 다 같이 밥 먹기가 좀 힘들거든요.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저녁이 제가 못 먹는 음식이더라고요.
알레르기 그런 건 아니긴 합니다. 먹으면 토하고 그래요. 말하자면 편식이죠.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왔는데 저녁이 제가 못 먹는 음식이었다면 여러분은 서운하지 않으세요..?
서운한 마음에 나 이거 못 먹는데.. 하니까 아버지가 그냥 먹으라고 뭐라 하셔서 그냥 안 먹고 따로 먹겠다 했습니다.
어머니가 그럼 넌 뭐 먹을래 먹을 거 없다 하시기에 그냥 컵라면 끓여먹겠다 했고요.
서운했어요.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했는데.. 퇴근하고 저녁으로 컵라면이나 먹는 제 모습을 보니까 진짜 속상하더라고요.
여기서 더 속상했던 건 다들 밥 다 먹었길래 거실 소파에 앉아계신 어머니께 밥 있냐 여쭤보니 어 있어 하면서 냉장고 가서 밥 꺼내주셨어요..
오빠가 먹다 남긴 밥이요 ㅋㅋ..
멍하니 그릇에 반 정도 남은 밥을 보고 됐다며 다시 방에 들어왔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일요일, 그러니 어제죠.
퇴근하고 돌아오니 어머니가 저녁 하시면서 어제 일을 언급하시며 뭐 그런 일로 그렇게 화를 내냐며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말투가 좀 딱딱하긴 했었어요.. 서운한 마음에 평소처럼 행동할 수 없었거든요..

가족한테 무심한 오빠를 대신해 착한 딸 예쁜 딸 역할 해내며 부모님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었어요.
부모님이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좋아할까 매일매일 고민하면서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왔어요.
지금도 부모님이 좋아하는 게, 싫어하는 게 뭐야 하면 바로 줄줄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 달달 박아두고 있습니다.
월급날에 부모님 좋아하는 음식 사가서 드리는 것도 제 일과랍니다.
그런데 정작.. 부모님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시더라고요..
저녁에 조용히 물어봤어요.. 내가 뭐 좋아하는지 알아..? 내가 무슨 색 좋아하는지 알아..?
무심하게 툭 던지듯 말씀하셨어요..모른다고..ㅋㅋㅋ...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지금 속상한 마음에 술 마시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편식이나 하는 제가 나쁜 거겠죠 ㅋㅋ 고작 음식 하나 때문에 이러는 제가 찌질한 거죠?

아직도 기억이 나요..ㅋㅋ
오빠가 편식할 때는 먹지 말라고 쿨하게 넘어가셨던 어머니가 내가 편식하니 언성을 높이시며 억지로 입안에 그 음식을 쑤셔 넣던 것이요.. 토하면서 울었던 어린 제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진 않아요. 분명 저를 사랑하실 거예요..
자식 키우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하셨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속상하네요..
중학교 입학한 뒤로 이런 일들 때문에 마음의 병을 좀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솔직히... 정말 죽고 싶어요..
뭐하나 제대로 못해내는데.. 가족들한테까지 별 도움도.. 관심도 못 받는 제가.. 너무.. 싫어요..
인생 선배님들.. 제 잘못이 뭔가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고작 음식 하나 때문에 술 먹고 질질 짜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진짜.. 어떻게 해야 하죠...


추천수60
반대수8
베플ㅇㅇㅇ|2021.12.28 17:50
고작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고 관심이죠. 그동안 혼자 배려하고 노력하느라 많이 외롭고 힘드셨죠? 너무 애쓸 필요 없어요. 그냥 직장 상사려니, 학교 선생님이려니 생각하고 딱 기본예절만 지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강해지세요. 해 줄 말이 이것뿐이라 미안해요. 마음이 단단해졌음 좋겠네요~
베플Aa|2021.12.28 18:20
저는 서른일곱인데 저도 아직도 부모님이 제가 뭘 못먹는지 모르세요ㅎㅎ 감정불능 부모님께 방임과 학대를 같이 받으며 자랐는데 부모님은 그게 학대인줄도 잘 몰라요 초등학생 되자마자 학생이 알약 못먹는다고 주전자째로 앞에 두고 계속 물마시는 물고문 당한적도 있어요 암튼 대학 졸업후부터 동생이랑 저랑 부모님 넷이 사이좋게 살려고 저 하나라도 무진 애썼는데 소용이 없었어요 이제 동생은 완전 남남됐고 저도 드디어 올해 봄에 포기했어요 십년 넘게 노력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조금 일찍 부모님이 변할수 없는걸 인정하고 포기했으면 내가 내 삶에 일찍 집중했을텐데 아쉬움이 있네요 저는 진짜 잘 맞는 상담사님 만나서 심리상담 받기를 추천해요 성인대상보단 가족 청소년 전문 상담사 추천하네요 개인적으론 평범한 엄마같이 따뜻한 여자상담사님이 좋을것 같아요 저는 처음엔 가족상담으로 시작했다가 부모님이 전혀 변화없으셔서 저만 상담 몇년 받았어요 힘든 시간을 거쳐 모든 기대를 버리고 정신적으로 자립했는데요 지금은 따뜻한 배우자를 만나서 이게 가족의 사랑임을 느끼며 잘 살아요 근데 저는 진짜 가정에서 배운게 없다보니 상담을 안받았으면 좋은 사람 못알아보고 부모님같은 사람 만났을거 같아요 아무튼 지금 너무 마음이 괴롭고 힘드시겠지만 일단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해야 이 슬픔을 공감받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게 전문가라면 정말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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