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이제 10개월 됐어요.
제가 다른 건 다 잘 먹는데 딱 하나, 굴을 못 먹어요.
그냥 싫어서가 아니라 고딩때 잘못 먹고 노로바이러스 걸려서
그때 시험도 다 망치고 암튼... 진짜 트라우마 엄청 쎈 음식..
그 사실 남편 시어머니 시누이 모두 알고 있어요.
어느 정도냐면 한 식탁에 내가 안먹더라도 굴이 올라와 있으면
대체적으로 입맛이 뚝 떨어져요...
그리고 사실 굴 요리 올릴 정도면 그게 메인인 경우가 많아서
다른 반찬들은 그냥 밑반찬이나 국 밖에 먹을게 없잖아요..
그런데 결혼하고 지금까지 딱 5번 시댁에 갔는데
결혼 전 처음 식사하는 자리 빼곤 죄다 굴요리였어요.
신랑은 처음엔 저 굴 못먹는데 엄마 왜 그랬냐 따져줬고
시어머니가 능청스럽게 어머 맞다. 내가 깜박했어~~ 이러는데
저보다 7살 어린 시누이랑 눈이 딱 마주치자마자 알았어요.
아.. 일부러 저러시는구나.
시누이가 굉장히 착하고 여린 사람이라 그때
내가 아까 말 해짜나.. 새언니 굴 못먹는다니까.. 하더라구요.
시어머니가 팔꿈치로 시누이 옆구리를 찔러 대는데 헛웃음이...
그래서 일부러 저러는데 나도 그냥 당해줄 순 없으니까
괜찮아요~ 저는 저대로 먹으면 되죠~~ 하며 중국음식 시켰어요.
그때 굴이 철도 아닐때라 맛이 별로였는지
넉넉히 시킨 제 중국음식이 더 인기가 좋더라구요ㅋ
시누이가 유린기를 얼마나 잘 먹던짘ㅋㅋ
근데 그 이후에도 어김없이 굴 요리가 한두가진 있더라구요.
대신 제가 다른 요리 시키긴 애매하게 약간 사이드로?
신랑도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라서 두번째 가서 굴전 있는거 보고
엄마 일부러 이래?? 원래 굴 자주 먹지도 않으면서 뭐해 지금?
이러고 싸우려는데 제가 오늘은 그냥 가자 해서 나왔고
세번째는 시어머니가 몰래 굴국 끓여놓고
저희 다 식탁에 둘러 앉고 나서 태연하게 음식 꺼내시길래
신랑이 열받아서 싱크대에 국 다 쏟아 부었어요.
그러고 저한테 집에 가자는 거 저도 약이 올라서
왜 가. 나 배고파. 먹고 가자. 하고
어금니 가는 소리 들릴 만큼 열 받은
시어머니 앞에 두고 밥 먹었어요. 하하호호 웃으며.
시어머니 그날 당신 밥 그릇
깨질듯 싱크대에 던지시며 방에 들어가시더라구요.
이쯤 되니 신랑은 다시는 시댁가서 밥먹지 않겠다 했어요.
저도 그러자 했죠. 그러다 시어머니가 시누이 통해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왔어요.
신랑이 살가운 아들인 적이 없는데 저한테 잘하는 거 보고
불효막심한 아들(?) 가르칠 심산으로 저한테 못되게 군거라며ㅋ
시누이가 시아버지 돌아가신지 4년인데
엄마가 오빠부부 사이 좋으니 이상한 투기를 부리는거 같다며
자기 봐서 한번만 더 봐달라고 하더라구요.. 추석이기도 했고..
그래서 가서 얘기 했어요.
제 신랑은 앞으로도 저한테 잘 할거라고.
그리고 어머님이 저한테 못되게만 안구셨어도
신랑은 고마운 마음에 어머님한테 잘했을 건데
어머님이 악수를 두셔서 신랑이 더 엇나가게 된거라고.
제가 남편 잘 구슬려 부모님한테도 잘해~ 라고 하길 바라신다면
죄송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그럴 맘이 생기진 않는다 했어요.
그러니 각자의 위치와 자리에서 도리 하면서 지내다보면
신랑도 마음 다시 먹는 날이 올 수 있으니 잘 부탁드린다구요.
네 알아요. 저 한마디도 안졌어요.
시켜 먹어서 죄송합니다. 안 먹고 그냥 가서 죄송합니다.
신랑이 국 버렸는데 기어코 웃으며 밥 먹고 염장질러 죄송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도 안했어요. 신랑한테도 사과 안한다 선언했었고.
그때도 말 끊어 먹으려고 하시는데 옆에서 아들딸이 다 눈치주니
혼자 쌍심지 켜고 있다가 나중에 되게 여유로운척 하시며
알았다. 잘 지내보자꾸나^^*** 이러시더라구요..
약간.. 유치하다.. 라는 생각을 어른한테 처음 느껴본거 같아요..
그래놓고 밥 먹자고 앉았는데 이번엔 어리굴젓이 있네요ㅋㅋㅋ
또 어머 젓갈이라 거기까진 생각 못했다 연기를 펼치시기에
괜찮아요~ 딱 봐도 깜박하신것 같은데요 뭐^^ 했어요.
제가 열받아 날뛰면 그게 원하시는 시나리오일듯.. 해서..
그러다 시이모님이 김장김치 주셨다고 가지러 오라며 신랑통해 전하셨어요.
근데 김장하면 굴 쓰는 집 많잖아요. 영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이번에도 굴이네.. 하면서 기분 상하긴 싫었어요.
김장이란 굴 내 놓을 좋은 핑계거리도 있고..
그래서 그럼 수육 거리는 저희가 해간다고 시어머니께 말했는데
김장김치 먹으면서 고기도 안삶겠냐며 그냥 오라대요..
신랑도 저도 쎄해서 가지말까...? 하다가
솔직히 이쯤되니 얼마나 더 유치해질까 궁금하기도 했어서
약간 시어머니 속 다 보이는 쇼 보러 가는 셈치고 갔어요.
아니나 달라.. 고기 삶는걸 깜박했다며 오쪼지??ㅠㅠ 하..
식탁에는 정말 말 그대로 생굴하고 겉절이가 출렁대고 있구요.
근데 그럴거 같아서 근처 시장에서 수육 샀어요
아니 고기 삶는댔는데 어찌 사왔냐길래
이럴거 같아서 사왔다고 신랑이 대답했어요.
그리고 시이모님이 우리집꺼라거 크게도 적어주신 김치통 들고
그대로 나와버렸습니다.
그 이후엔 애초에 전 전화 톡 모두 차단했고
시누이 통해 오라 한다 해도 신랑 한테 토스했고 안갔어요.
신랑도 같이 안갔구요.
그러다 곧 설인데 지인짜 안올거냐 신랑한테 오늘 톡이 왔나봐요.
그래서 왜? 이번엔 굴떡국이라도 끓이게???
라고 답 했대요...ㅋ
제가 설에 어떡할거냐고 물어보니 대답한 말이에요.
애들은 애들이니까 유치하네~ 하고 상대하면 되는데
한참 어른이 이토록 유치하게 구는걸 상대하는게 처음이라
제대로 대처한게 맞는지, 나은 방법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시어머니 안계신 곳에서 만날때 저희한테 면목 없어서
어쩔줄 몰라하는 시누이 보고 잇자니 좀 짠하기도 하구요..ㅠ
뭐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요? 역시 이게 최선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