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됐을 이유
ㅇㅇ
|2022.01.10 23:30
조회 649 |추천 0
10년전 그 때
만약 우리가 연인이 되기로 했다고 하자.
아마 얼마 못가 난 취업준비반이 되고, 넌 그 학교에 입학했을거야. 그랬다면 내 주변에서 우리 만남을 만류하겠지. 난 귀가 팔랑이며 더 진취적이고 눈이 반짝이는 남자선배들 틈바구니에서 너의 존재감을 지워갔을거야.
그리고 내가 그 회사에 실제 그랬듯 취업을 했겠지. 그 무렵 회사생활에 재미를 붙인 새 너는 그 즐거운 대학 신입생이 되어 동갑 소녀들과 어울리고, 우리는 각자 생활에 젖어들며 자연스레 멀어져 헤어졌을거야.
그렇지 않았더라도, 넌 흘러가듯 1학년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을거야. 한참 세상이 재밌는 사회초년생인 난 그 때 제대가 2년 남은 널 답답해했고 너를 버렸을 게 분명해. 만일 그 때 너와 함께하길 택했다면 지금 현실에서 있던 내 유학은 물건너갔겠지.
만약 그런 고비도 넘기고 끝내 제대한 너와 다시 잘 만난다고 하자. 우리 만남은 이미 더이상 반짝임과 설렘 없이 그저그런 시간이었을거야. 유학을 가지 않은 나는 그 무렵 이직을 했으려나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내 인생이 크게 또 바뀌어 너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몸과 마음이 멀어졌을테지.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회사가 이 삶이 맞나 치열한 고민을 하며 괴로워했을거야. 나보다 사회경험이 덜한 너가 난 답답했겠지.
이러나 저러나 우리는 끝이 났을거야.
너가 내 인생에 스쳐간 짧은 시간 끝 10년이 지난 이 시간 내 인생에 마찬가지로 넌 없었을거야.
난 내 지난 연애들이 전혀 그립거나 아련하지 않아. 너와 연애를 어찌 했더라도, 끝까지 함께해본 너와의 시간은 이 맘때 쯤이면 그 연애들 기억처럼 흘러가고 없었겠지.
니가 이렇게 오래 나를 아프게 하는건 너와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일거야. 너무 많이 사랑했거나, 니가 내 이상형이었거나 한 뭐 그런 이유는 아니었을거야.
너와 사랑하지 않았던 그 뿐이야. 니가 내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은.
하지만 너와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었다면...
만에 하나 너를 따라 내 모든걸 버리고 미국에 가길 택했다면.
많은걸 내려놓은 지금보다, 너 하나 보고 바닥에서 시작하는 그 삶을 난 그래도 조금은 사랑했을까.
난 불행했을까.
그 불행이 이렇게 너의 기억만 붙잡고 사는 삶보단 그래도 좀 나았으려나.
너와 시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끝난게
제발 내가 덜 아팠던 길이었길 간절히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