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팀장님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강약약강이었어요.
자기랑 이웃집에 사는 제 선임은 무슨짓을
저질러도 인상 한번 안 찌푸리고 다정하게 대해준 반면
평소에 조용하고 마음약한 저에게는 온갖
폭언을 일삼으며 악질 업무를 몰아주기 일쑤였어요.
일례로 저보다 직급 높은 제 선임에게는 담당 업무를
4개인가 밖에 안 주고 가장 말단인 저에게는
담당업무를 12개 주더군요..ㅋ...
말이 12개지 모아두고 보면 거기서 거기라고 하며;;
제 선임이 질투와 자격지심이 굉장히 심했는데
손님들이 처음보는 저를 보며 외모 칭찬을 하거나
학벌을 추켜세워주면 그 때마다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저를 노려보며 뒷담화를 하고 인수인계를
아예 안해주었습니다. 주변 상가 사장님들도
다 아실 정도로 밖에서 제 욕을 하고 다니는가 하면
한번은 상가 안에서 자기 패거리들과 저를
둘러싸고 윽박지르기도 했어요. 팀장 역시 이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언제나 저에게만 화를
냈고, 직장 내 다른 어른들도 이걸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팀장은 제가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면 "그래서 니가 이거 그만두고 갈데나 있냐",
"넌 여러모로 문제아다", "기억상실증 걸린 저능아"
식으로 빈정거리고 조롱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일이 너무 많아서 3달넘게 야근했는데도
"이깟 일 얼마나 걸린다고 이렇게 미루기나 하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요.(막상 팀장과 선임은 칼퇴)
그나마 제 일이 많아진 주 이유가 제 선임이 일을
안하고 남겨놓고 튀는 바람에 그것까지 처리하느라
그런건데..
중요한 거라면, 제가 그동안 저희 팀장이
저에게 한 모든 폭언과 차별들을 녹음
해놨다는 겁니다. 제가 이런 고민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호소하니 하나같이 그러더라구요.
일단 녹음해서 증거부터 쌓아놓으라고.
그러다가 저번주에도 여느때처럼 일을 하는데
팀장이 또 빈정거리고 윽박지르며 언성을
높이더군요. 평소같으면 제가 그냥 녹음만
몰래 하고 참았을텐데 저번주는 이상하게 유난히
화가나서 난생 처음으로 팀장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녹음기를 꺼냈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
생각도 하고있었거든요.
근데;; 그걸 본 팀장이 정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부들부들거리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평소에는 남들한테만 천사같이 상냥하고
제 앞에선 눈 치켜세우고 화내는게 일쑤이던
남자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이악물고는
저더러 녹음기를 내놓으라 하더군요.
그래서 "이건 제 물건인데요? 팀장님이 이런것도
빼앗을 자격은 없는데?"라며 노려보니
"너 혹시 그동안 일도 다 녹음한 거냐,
그래서 못 주는거냐" 식으로 빈정대더니
사무실을 거의 미친사람처럼 돌아다니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이번주가 된건데 그 이후로 팀장님이
천사가 됐어요;;;;; 그냥 상냥한 수준이 아니라
최고어른 모시듯이 저를 대하고 팀원 중 저한테만
깎듯이 존댓말 쓰며 말 가다듬고 눈치보니
이건 또 이거대로 적응안돼서 힘드네요;; 오죽하면
사무실 사람들도 팀장님 왜 그러냐고 하고;;
근데 팀장한테 녹음이 저 정도로 무서울까요?
제 직장 자체가 철밥통으로 유명한 공직이라
어지간한 문제로는 안 잘리는 거로 알거든요.
제가 평소에 말이 적은 편인데 말수가 적으면
폭력에 대해서도 저항을 못하리라 생각해서
그동안 저를 그렇게 갈군건가 싶기도 하고...
도대체 저희 팀장 머릿속이 지금 어떤상태길래
저렇게 돌변한건지 혼동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