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입니다.
저희 집은 아빠, 엄마, 언니, 본인, 동생까지 총 5인 가족이며, 현재 24평 집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이사를 가 본 적이 없이 쭉 같은 집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좁은 집에 사람도 많고 살림의 양도 엄청납니다.
부끄럽지만 저희 집은 가족 간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대화가 없고, 어릴 땐 아빠의 가정폭력에 시달렸습니다. 또 아빠는 집안일을 한 적이 없고, 엄마는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식사 준비, 설거지, 빨래처럼 최소한의 집안일을 하셨고 저와 형제들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십몇년을 살았습니다. 집에 친척도 친구도 아무도 들이지 못한 채로요.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지 않다보니 무시하며 살다가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제서야 우리 가족 모두의 무기력증, 우울증이 집 청결과 관련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빠는 끔찍한 효자이며, 할머니의 음식 외에는 밥을 먹지 않을 정도입니다. 할머니는 손도 크시고 농사를 지으셔서 친가를 방문할 때마다 차 트렁크는 물론이고, 차량좌석 아래까지 발을 두지 못할 정도로 음식으로 꽉꽉 채워 주십니다. 아빠의 할머니댁 방문 주기는 2주입니다. 그런데,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밑반찬을 먹지 않습니다. 먹지도 않는 음식만 가득 가져오는 거죠. 티 안 나게 버리는 것이 아빠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런 아빠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냉장고를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주째 비워도 저희 집은 여전히 더러워요. 엄마는 저장강박증이 의심됩니다. 어릴 때 8남매로 자라, 유복하지 못해서 항상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못 봅니다. 그래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합니다. 아빠의 직업 특성상 거래처로부터 받는 사은품을 많이 받아오는데 그 물건들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쌓아만 둡니다... 예를 들자면 수건 세트를 받아오면, 헌 수건은 버리고 새 수건을 쓰면 되는데 새 수건은 나중에 집을 고치거나 이사를 가면 쓴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여있는 수건만 40개가 넘어요. 유통기한이 지난 샴푸는 세제로 쓴다고 합니다. 근데 이런 물건이 한두개가 아닌 게 문제예요. 비누는 100개 가량, 샴푸 린스가 20개 치약이 40개 세탁세제는 20년째 사본 적이 없고 주방세제랑 수세미는 50개입니다. 창고는 10년 전부터 문이 열린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 모든 물건이 집에 굴러다닙니다.
저희 집은 깨끗해질 수 있을까요?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바쁘다는 핑계로 집 청소도 하지 않습니다. 저 혼자 2주간 쓸고 닦고 버리는 중인데 슬슬 무릎도 아프고, 손목도 시큰거려서 지칩니다. 이런 집에서 살다간 내가 죽어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