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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낚는 남자

럽이 |2006.11.16 10:33
조회 16 |추천 0

고래를 낚는 남자

정채운


날마다 몸집을 키워가는 건물 둘레에
푸른 바다가 열리며
사내가 그물을 던지고 있다
망을 던질 때마다 출렁이는 파도
지켜보던 태양이 포획을 피해
옆으로 반짝 비켜서자
금세 하얗게 걸려드는 은빛 물고기떼
사내는 그물을 끌어올려 비늘을 툴툴 턴다
그물이 한 번씩 끌려 올라갈 때마다
팽팽하게 터을 넓히는 바다
지그재그형 미완의 계단을
모랫바람 날리며
관절이 닳도록 나르는 등짐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고사리들의 꿈을 위해
어깨가 휘어지는
벅찬 포획도 감당해야 한다
한 모금 담배 연기에
잠시, 삶의 무게를 날려 보내던 사내가
고래를 향해
힘껏 배수진을 치고 있다
어둑해질 무렵
그의 그물망 안에는
고래가 완전하게 걸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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