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중학생이 쓴 판 글에 충격받아 10년동안의 응어리를 써 볼까 합니다.
생전 처음 이런곳에 글을 써 보느라 회원가입을 하고 글을 써 보니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글의 요지는 엄마가 전업주부인데 집안일을 안 해서 불편하다는 거고 엄마의 변명(?)은 아이들 어릴 때 독박육아를 했기 때문에 이제 쉬어도 된다 라는 글이었는데,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일색이어서 너무 충격이었어요.
제 미래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저희의 근본적인 원인은 짧은 연애로 급히 결혼하고 세상 물정 몰랐던 제 탓 이에요.
연애때 남편은 직장과 집이 멀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고(알고보니 소개받을때도 재택근무 중) 결혼즈음엔 직장이 폐업 직전이라 남편은 백수였어요. 임신 중에 제가 버는돈과 남편이 벌어놓았던 돈으로 생활했고, 입덧에 힘들어 버스를 몇 번씩 내렸다 타고 출퇴근해도 백수인 남편은 항상 자고 오후 두시쯤 일어났어요(잠이 정말 많아요)
그러다 임신 중후기에 남편이 취업을 했는데 때려치고 사업하고 싶다며 근무시간에 매일 수 번씩 전화를 했고, 저는 남편이 또다시 백수가 될까 임신한 몸으로 항상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결국 아이 출산하는 날 남편은 또다시 백수가 됐습니다.
아이가 작아서 만질수가 없다며 신생아 목욕도 저 혼자 시켰고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고 분유 한 번 먹여주지 않고 저는 100% 독박육아를 했지요. 사정상 양가 도움은 받질 않았습니다.
아이가 잠도 없고 예민하고 제가 아니면 만지지도 유모차도 못 밀게 해 키우기 많이 힘들었습니다.
당시 남편은 개인사무실을 얻어 의미없이 일주일에 1~2회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잤어요(잠이 정말 상상초월 많은 사람입니다)
아이가 네 살 즈음 우연히 한 아이템으로 월 천만원이상의 수입이 생겼고 둘째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일년반정도를 벌다 하루아침에 사업이 쫄딱 망했고, 충격으로 정신적인 병을 얻은 채 그 이후로 지금까지 딱히 직업이 없어요.(천만원을 벌어오는 동안 유세가 얼마나 심한지 수백만원 룸살롱을 갔다 아침에 들어와도, 출산한 산모 침대에 저대신 자리바꿔 누워있어도, 100일아기 폐렴으로 입원한 침대에 아기대신 누워있어도 당당했습니다)
지금은 소소히 벌어오는 돈으로 근근이 먹고 살고는 있으나 항상 먹고 사는 걱정을 합니다.
남편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기 원했고 큰아이가 키우기 힘든 아이라 육아휴직 후 퇴사했습니다.
저는 결혼전 랑콤 시슬리 등 백화점 화장품만 사용하며
로드샵 화장품을 사용하는 기혼직원들을 보며 얼마나 못났으면 저런 남편을 만났을까 구질구질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저는 5천원 폼클 하나도 고민하며 내려 놓습니다.
과거 자만하고 거만했던 벌을 받는 거라며 지금의 경제적 힘듦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재 체념한건지
직업이 없거나 수입이 없거나 가난하거나 그럴수도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독박육아는 힘이 들고 화가 납니다.
큰 아이는 11년동안 단 한번도 목욕시켜 준적이 없고, 작은 아이는 지금까지 10번정도 해 줬습니다. 큰 아이가 여덟살때 처음으로 아이들 손발톱을 깎아줬습니다.
아이들 둘 등원 등교 준비 해준적 없고, 제가 애들준비할 동안 대부분 화장실에 있거나 잡니다.
지금까지 미용실은 큰아이 한 번 작은아이 한 번 가줬고,
소아과는 단 한번도 가준 적이 없고 밤새도록 열보초 해도 교대 한 번 해 준적 없습니다.(애들 남들만큼 병치레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데리고 자고 남편은 혼자 방에서 잡니다. 큰 아이가 예민해 저는 지금도 편히 못 잡니다.
남편은 잠이 많아 대부분 늦잠을 자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매일 한시간 이상씩 소비하고,
술 마신 날은 다음날 항상 어둑해져야 일어납니다.
여행은 일년에 한 두번 일박으로 가는데
항상 늦잠자기 때문에 제가 일어나 아이들데리고 조식먹으러 가거나 아침을 챙겨줍니다.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운전도 제가 합니다.
똥손이라 하수구 뚫기나 랙 같은것도 제가 설치합니다.
공원이나 나들이 등은 일년에 한 두번 가줍니다.
마트는 두 달에 한 번정도 같이 가주는데 가도 제가 카트 밀고, 남편은 뒷짐지고 다닙니다.
주말에 놀이터에 가면 우리 아이들은 모르는 다른 아빠들이 놀아주고, 공원에 가면 모르는 아빠가 불쌍히 보며 저희 짐을 들어 줍니다.
저는 과부처럼 항상 아이들데리고 씩씩하게 여기저기 다니는데 화가나서 미칠 것 같고, 사실 같이 간다해도 짐 정도나 들까 딱히 도움되는 포인트도 없고
아이들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유투브나 틀어주고
무엇보다 저질체력에 드러누워 있기 일상이라 별 필요가 없습니다.
주말에 제가 애들이랑 외출할 때도 항상 자고 있어 배웅같은건 기대도 안하고, 나갔다 올동안 대부분 남편은 자고 있거나 아주 가끔 집안 청소를 해 놓습니다.
제가 코로나 백신 맞고 두통에 열이 나는데 애들 김밥 한 줄은 커녕 술 마시고 하루종일 잡니다.
아빠의 부재가 자연스러워 아이들은 별 불만이 없고 아빠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착한 컴플렉스인지 아이들한테 아빠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도 술로 인한 많은 사고와 폭력 등도 있었지만 너무 쓰레기 같아 적지 않겠습니다.
왜 바보같이 아무말 못했냐 물으신다면
울고불고 싸워보기도 했고 애들이 보고 배운다 설득도 해 보았지만, 머리가 워낙 좋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 얘기할수록 제가 가해자가 되 버리는 결론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크면 두고보자
늙어서 잠도 없어지고 외로울 때 당신옆에 가족은 없을 것이다 라며 이를 악물고 독박육아 하고 있는데,
그 글을 보니 아이들이 크면 엄마의 수고가 무의미한 것인가 싶어 큰 충격을 받아 글을 써 봅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이 세어 그 누구에게도 이런말을 해본 적이 없고, 다만 남편 주위사람들에게 보살이세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결혼은 반반결혼 했습니다.
이 글을 끄적인지 네 달 정도 지나고 공개된 곳에 올릴수 있을까 망설입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시간내어 저에게 한 마디씩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