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말에 결혼한 삼십대 초반 여자입니다
최대한 짧게 쓰겠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여러 이유로 부모님 특히 엄마와 사이 안좋았습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엄마에게 안좋은 감정이 많아요. 스무살 넘어서 심리상담도 받았어요. 이 얘기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패스하겠습니다.
아무튼 크면서 엄마랑 계속 사이는 안좋았고, 결혼 일년전쯤 엄마와 정말 심하게 갈등이 있어 아예 나와살았고 왕래 거의 없었다가 결혼식 직전에 겨우 조금 풀었어요. 그때 처음 사과라는것도 받아보았네요. 이제 사위 보는 눈도 있는데, 상처를 다 풀수는 없겠지만 왕래라도 하고 지내자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결혼에 부모도움 받을 생각 없었고, 안받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무것도 받기 싫었어요. 어릴때부터 혼자인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도움 받고싶지 않았고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평소에는 저에게 상처와 스트레스만 줬으면서 이제와서 결혼식이라는 이벤트 앞에서 사위 챙겨주고 딸 챙겨주고싶은 엄마 욕심을 채워주려고 불편한 마음을 참기도 싫었습니다.
안받는다 고집 부리다가 갈등도 있었고, 결론적으로 큰딸 결혼하는데 이것저것 챙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어 남편 시계 하나, 현금 일부, 제 가방 하나 받기로 했어요. (원래는 혼수 사주고싶다고 했는데 받기 싫어서 그냥 제가 미리 사버린 후였습니다)
결혼선물로 사주었다는 저 가방이 문제가 되었는데요.
저는 혼자 학자금대출 갚고 결혼자금 모으고 하느라 명품가방은 꿈도 못꾸었고 사실 관심도 크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디올 레이*백이 너무 예뻤는데, 직접 살 생각은 못하고 그냥 언제 저걸 사보나~ 정도로 생각하면서 지냈어요.
근데 결혼하기 전에 선물로 가방을 사준다 하니 너무 좋아서 남편한테 엄마가 그거 사주기로했다고 자랑도 많이하고, 저혼자 백화점 몇번이나 들락거리면서 색깔보고 사이즈보고 맨날 리뷰보고 되게 좋아했어요. 풀고 지내기로 했으니 그냥 좋은 마음으로 받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결혼식을 하게되고, 부모님 축의금을 정산하는데 삼백정도 남은걸 아빠가 저에게 가지라고 줬고, 저는 그 자리에서 봉투를 엄마에게 가방하나 사라고 말하면서 주었습니다.
큰딸 결혼했는데 엄마 가방이라도 하나 사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그러라고요.
저희 엄마아빠가 예전부터 자식 자랑하는것도 좋아하고 막 뭐하나 사주면 엄청 좋아하고 참견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결혼준비 과정에서 저랑 사이가 안좋았어서 원하는 만큼 참견을 못한게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그래서요.
그래서 제 가방도 살겸 엄마 가방도 볼겸 같이 백화점에 갔고 제 가방을 기분좋게 사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엄마가 여동생을 데려가서 제가 준 돈에 엄마돈을 보태서 저에게 결혼선물로 사준 가방이랑 똑같은걸 사줬고 그걸 저에게 사진 찍어 보냈습니다.
솔직히 그 카톡을 보는데 기분이… 뭐라 표현하기 어렵더라구요.
저는 그 가방을 몇년간 생각만 하다가 결혼하면서 겨우 사보았는데 엄마는 바로 그 다음날 여동생을 데려가서 똑같은걸 그것도 제가 준 돈으로 사주었다는게요.
저는 그렇게 좋아하면서 백화점을 미리 들락거리고, 여기저기 자랑하다가 샀는데 동생은 그냥 엄마 쇼핑 따라가서 어쩌다보니 그걸 샀다는게,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혼자 백화점 왔다갔다하고 밤새 리뷰를 보던 제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고 뭔가 스스로 모멸감? 수치심? 같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저희집이 평소에도 그렇게 명품을 쉽게 사주고 하는 집이었으면 달랐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쉽게 딸들에게 명품사주고 그런집도 아니면서.. 저는 그렇게 어렵게 산걸 동생에게는 아무것도 아닌날 휙 사주었다는게 참…
동생에게 사주는게 싫은게 아닙니다.
저는 받지 못한 것들을 동생은 받은거에 불만이 있는게 아니에요.
일년 전쯤에도 아빠가 엄마 가방사라고 600만원을 줬는데, 동생이랑 엄마랑 300짜리 하나씩 살거라고 뭐가이쁘냐며 저에게 카톡보낸적도 있습니다. (저는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었어요)
그때도 기분이 좀 나빴지만, 동생만 사줘서 그렇다기보다는 그걸 저에게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불편했었고, 지금처럼 상처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딸 가방사주는게 기분좋아서 내 기분까지는 생각 못한거겠지 하고 와 이쁘다~ 하면서 좋게 넘겼습니다.
동생에게 사주는게 싫은거면 이때도 화를 냈겠죠. 근데 그게 아니고 제가 의미를 가지고 준 돈이고, 저에게 특별한 의미였던 가방인데 그돈으로 그 가방을 사주니까 화가 났습니다.
제 가방 사러 갔을때, 돈보태서 동생도 하나 같이 사줄거라고 엄마가 이야기 했었어요. 그래 이쁜거 사줘라 너무 영한거는 유행타니까 피해라 ㅎㅎ 이러면서 웃어넘겼는데
제가 준돈에 엄마돈까지 보태서 결혼선물과 똑같은 가방 사주는건 너무하다 생각이 들어 카톡으로 따졌고 엄마는 그냥 답장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무시당한채 두달이 흘렀고, 제 남편 생일이 다가오니까 갑자기 엄마에게 연락이 오네요.
만나서 풀쟤요. 내사위 첫생일 챙겨주고싶으니 니 감정과 자존심은 뒷주머니에 접어놓으라네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딸인 나의 마음이 어떻든 사위랑 하하호호 하는게 더 중요한건가요. 그 욕심을 위해서 저도 가면쓰고 하하호호 꼭두각시 놀이라도 하길 바라는걸까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내사위 챙기고싶으니 니감정은 접어놔라 할수가 있는걸까요. 자식은 저인데 왜 이 모든 일들 속에서 저는 묘하게 배제되어있는것 같을까요. 내가 딸인데.
왜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냐고 하니 절대 아니래요. 그리고 생각이 짧았다고 미안하대요.
제가 계속 화를 내니 마음이 편해지면 연락하자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사과를 받아도 풀리지 않고, 억울해요.
펀치를 맞은건 나인데, 엄마는 사과했으니 할일을 다 한거고 이제부터는 제가 스스로 풀어야 하는데 너무 어렵습니다.
저는 아직도 엄마를 생각하기만해도 너무 화가 나고 이번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제가 너무한걸까요.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은 그냥 잠깐 접으면 되는 감정일 뿐인가요?
엄마는 이미 사과를 했기 때문에, 더이상 할 수 있는게 없는데.. 그래서 저는 이 감정속에 혼자 남겨진 기분입니다.
엄마는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걸까요? 별 생각없이 이렇게 할 수도 있었던걸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흐릿해져야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