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윤지야 안녕
너랑 친구가 된지도 어느새 20년이 흘렀구나
강산도 두번 변한다는 그 긴 세월동안
내 세상에서 오직 너 하나만 늘 한결같았어
언제나 똑같이 웃는 얼굴
모두에게 다정하게 내밀어주는 손
윤지야 너는 늘 내가 부럽다고 했었지
큰 집에서 살고 청소해주는 이모님이 계셔서
엄마가 고생 안해도 되겠다며 부러운 눈으로 날 보던 어린 니가 생각이 나네
그때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나는 니가 더 부러웠어
니 말대로 우리집은 돈은 있었지만 가족애는 전혀 없었잖아
부모님은 어린 나한테 관심 없었으니까
나는 가족은 원래 그렇게 서먹하고 안친한건줄 알았다?
그런데 너를 만나고 알게 됐어
가족이라는건 식구라는건
어려운 일이 있을때도 기쁜일이 있을때도 언제나 함께하는거고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이라는거
니 말대로 니네집은 조금 좁았지만 언제나 귀여운 동생들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널 따라 놀러간 나까지 공주 취급 해주는 다정한 너네 어머니가 계셨지
나는 너한테 티내지 않았지만 그게 미치도록 부러웠어
윤지야 기억하니, 초등학교 소풍날...
우리 부모님은 한번도 내 도시락을 싸주신적이 없어
배달 시켜주시거나 일하는 이모님이 만들어주시곤 했지
근데 그날은 이모님도 안계셨고 나도 소풍을 기대하지 않아서 부모님께 말하는걸 깜빡했던거야
부모님이 주신 용돈이 있었고 동네에 김밥집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그 사실이 마음 아파서 그냥 빈 손으로 소풍에 갔었지
막상 점심 시간이 닥치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거야
선생님한테는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 치고 혼자 뒤에서 울고 있는데
니가 다가와서 니 도시락을 나한테 주고
도시락 뚜껑을 들고 다른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도시락을 깜빡하고 안가져왔다고 능청스럽게 웃으며
친구들에게 한개씩 받아먹는 널 보고,
예쁘게 싸진 김밥과 방울토마토를 보고
나는 너한테 정말 고마웠어
우리가 같은 중학교에 올라가던 날,
그리고 내 생일
니가 집에서 밥이랑 미역국을 만들어와서 벤치에서 같이 먹었던거 기억해?
사실 비밀인데 미역국 태어나서 그때 처음 먹어봤었다?
눈물이 들어가서 그랬는지 아니면 니가 간을 잘못 맞춰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짜더라
진짜 짰는데 나 그거 다 먹었고 하루종일 물 엄청 마셨던거 모르지?ㅋㅋ
그게 고마워서 그 다음달 니 생일에 내가 mp3를 선물했는데
니가 정색하면서 이런 고가의 선물은 못 받는다고 돌려줬잖아
그래서 나는 거절 당한게 민망해서 이정도는 우리집에서 별거 아니라며 허세를 떨었지
사실 반년동안 너한테 선물하려고 조금씩 용돈을 모았던건데
기뻐하는 니 얼굴이 보고 싶었어
있잖아 나는
너처럼 감정에 솔직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아서 남을 배려해서 말하고 행동하는게 어려웠거든
내가 너한테 해줄수 있는건 물질적인 선물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미역국을 받고 좋아했던 나처럼 너도 막연히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참 철이 없었지
그날 불같이 화를내는 널 보면서 사과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바보같은 나한테
너는 또 먼저 손을 내밀어줬잖아
그런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해줬잖아
그런 소릴 들은것도 처음이였어
알다시피 내 주변에는 내 돈보고 붙어있는 친구들이 많았고 나도 돈으로 친구를 사는게 편했으니까
지금은 알아, 그 친구들이 아니라 내가 관계를 잘못 튼 탓이였지
그래도 늦게라도 니 덕에 돈이 아니여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걸 배웠어
고등학교 대학교는 비록 다른 곳에 진학했지만 처음 널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너는 나한테 가장 소중한 친구였어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을때도
내가 아팠을때도
항상 니가 먼저 달려와줬잖아
그리고 내가 공기업 합격했을때도
우리 어머니도 별로 반응이 없으셨는데
너는 누구보다 기쁜 얼굴로 달려와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니 동생들이 축하한다며 안겨오는것도 좋았고
니네 어머니가 우리딸 고생했네 라며 오늘 같이 외식하자고 권해주신것도 좋았어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겠지
니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 소식을 가족 다음으로 나한테 처음 알렸을때
덤덤한 척 전화를 끊었지만 사실은 너무 좋아서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어
세상에서 제일 예쁠 신부가 될 니 모습이 떠올라서
꼭 내 일처럼 기쁘더라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너에게 뭘 해주면 좋을까 몇날 며칠 고민하다가
축의금 500과 소원권을 선물하기로 결정했어
언제 어디서든 니가 필요할때 어떤 소원이라도 내가 들어주는거야
너는 왠지 이 소원권을 쓰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언제라도 힘들때 그걸 보고 나를 떠올려줬으면 해
소원권을 핑계로 밤늦게 나를 불러내도 좋아
이번주 주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가 될 너에게
내 온마음 다해 축하할 생각이야
윤지야 나에게 먼저 손 내밀어줘서 고마워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
니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랄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친구 윤지야
올해 겨울, 널 닮은 예쁜 아이가 태어나
너도 엄마가 되겠지?
내가 너한테 많이 배울게
그리고 뱃속에 조카한테도 좋은 이모가 될 수 있게 노력할게
언제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