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포회피형이야
초반에는 단순한 애착손상을 고치려고 했었는데, 좀 복합적인 문제가 되었다
헤어지고 두달 반정도 지났다
지금은 많이 무덤덤해
그런걸 신경 쓸 틈이 없으니까
내 심리개선은 1월에 겪었던 이별(아마 환승으로 추측)이 계기가 되었어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사실 거기에 재회라는 이유가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
하지만 당장 내 머릿속에 빨간불이 들어와서 나를 평가하고 털어 줄 사람이 필요했었다
그대로 가면 내가 매몰될 것 같았거든
이 참에 내 어릴적부터 겪었던 심리적인 고민들도 해결하고 싶었고
여기 거부회피형이든 불안형이든 공포회피형이든 애착손상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이별이든 뭐든 내면의 고민이 있다면 해결하길 바라고, 참조가 됐으면 좋겠어서 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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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일 3월23일의 상담
상담사형님에게 아빠에 대한 내용을 처음으로 꺼냈다.
상담사형님이 말했다.
기본적으로 점수도 그리 높지 않은데, 특정한 부분에서 말장난이나 회피가 심해진다고 하였다(세세하게는 약간 다르지만, 대강 그랬다)
특정한 상황이나 내 상태에서 나타나는 말장난이나 회피는 이미 잘 알고 있어서 평소에는 억제하고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생활에 지장은 크게 없긴 하다.
내 안에서 무슨 개지랄이 일어나는지 타인은 모르니까
어릴 적 아빠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엄마와 나뉘어진 후에 처음 만나는 타자가 바로 아빠니까
아빠에 대해서는 어릴 적부터 좋은 기억이 없다.
행위부터 언어까지 부정적일 뿐이다.
아빠와 마주치지 않는 지금까지도 악몽을 꾼다.
아마 기억이 없는 부분까지도 좋지 않을 거다.
반면교사의 대상이었다.
비일관적이고 폭력적이었으며 충동적이고 무관심했다.
상담사형님이 그런 경험이면 정신병원 갈 정도라고 했었는데, 아마 크면서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잘 지내서 많이 나아졌을 거라고 한다.
다행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확실히,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책으로도 많이 배웠다. 혼자 생각하면서 고쳐나가는 습관을 가진 것도 아마 그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혼자서는 못했겠지..)
PTSD 혹은 그와 비슷한 작용을 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질병수준으로 발작하진 않으니.. 거기까진 아니겠지
아무튼, 그 특정한 상황들은 아빠와의 경험들과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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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머릿속을 더듬었다.
살짝 소름이 올라왔다.
최근에 기억나는 과거의 모든 사건들을 전부 되짚어 봤는데, 아빠와 관련된 기억만 무의식적으로 빼고 했었다.
즉, 어제가 처음으로 아빠와의 기억을 되짚어 본 거였다.
그렇게도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있었나보다
아빠에게 무서움을 느끼지 않은 지는 벌써 15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그 사람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누군가의 좋은 아빠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겠지
아무튼, 특정한 상황이나 감정을 느낄 때를 떠올려봤다.
① 누군가와 말이 안통한다고 답답해하던 경험은 곧 아빠의 무시나 그와의 대화와 겹첬다.
② 누군가에게 내가 아는 지식을 열심히 알려주거나 도움을 줬던 경험은 곧 내가 아빠에게 그렇게 받고싶었던 기억과 겹쳤다.
③ 누군가가 나에게 짜증을 냈을 때 무의식적으로 변명하려는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경험은 곧 욕먹고 맞기 직전의 나의 모습이었다.
④ 누군가의 약속에 기대하지 않았던 경험들은 곧 의미없는 아빠의 약속에 대한 내 실망과도 같았다.
일단 네가지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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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내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해왔던 대처방법을 적는다.
①③과 같은 경우에는 특히 내면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내적으로 싸우면서 외면으로는 많이 꺾고 다듬는다.
나름의 생존방식이기도 했던 것 같다.
①③의 경우는 내면에서 죽이고, ②④의 경우는 다듬어서 살리는 식이었다.
① 평소에는 답답할 때 내가 이상한 거라고 속으로 식혔다.
이후에 다시 생각하고 답답함은 무의미한 감정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단련이라고 생각했다.
단련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지
② 좋아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많이 설명하려고 했었던 것 같지만, 사실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발벗고 나선 적이 많다.
내가 아빠에게 기대했고, 받지 못했던 걸 타인에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보다 다면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왜냐면 엄마에게 배운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나에게 해주던 모습과 겹쳐보였을 때가 많았다)
③ 이 모습도 내적으로 많이 꺾어서 변명은 잘 하지 않는다.
청소년기와 성인기는 항상 내면의 합리화와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내면에 여유가 없어지거나 특정한 경우에는 끓어오르는 합리화와 싸울 병사들이 없어진다.
나는 전부 단련이라고 생각했다.
④ 타인이 어기는 약속에 꽤나 관대했던 것도 그랬다.
어릴적에는 싫은 약속을 억지로 하고, 지키지 못해서 욕먹은 기억이 많다.
내가 원하는 약속은 거의 맺어지지도, 지켜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그 반대로 하려고 노력했었다.
타인이 약속을 못지켜도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빈말을 절대 하지 않으려 했다.
일단 내가 뱉은 약속은 어떤 상황이든 지켜야 했다.
지킬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지키려 했다.
내가 겪은 것들과 반대로 했다.
그냥 그게 너무 싫어서
변명뿐만 아니라 속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어차피 그랬어’ 혹은 ‘그땐 어렸지’ 라는 식의 생각도 경계대상이었다.
후회하지 못하는 인간도 되기 싫었다.
그리고 타인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 내가 뭘 하고싶고 뭘 해야 하는지도 계속해서 고민했다.
아빠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다.
①③의 경우, 여유가 없으면 문제가 생겼다.
그럴 땐 시간을 갖고 천천히 떠올리면서 반성했지
②④의 경우는 여유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는 부분이었다.
왜 그랬을까 많이 생각해본다.
내가 자제하려는 부분이 아니어서?
그보다 더 밑에 있는 원인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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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형님도 내 행위에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같은 생각이다.
주지화, 유머, 억제, 인내, 예측, 승화, 자제, 자부, 용인, 이타주의, 금욕주의 등이 주로 내가 허용하던 방어기제들이었다.
성숙하지 못한 것들은 이제 허용하지 않을 거다.
나는 자주 감정을 이성과 분리시켰다.
감정을 배제하고 생각을 하거나 책을 읽었다.
이성적인 판단력과 사고능력은 길러줬지만, 감정표현을 무미건조하게 만들기도 했다.
좀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분리하고 생각하는 것을 좀 줄여야겠다.
사실 무의식적이라서 당장 어떻게 할 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엔 합리화나 유머 등 몇가지 이외에는 딱히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에야 많이 발견했다.
방어기제에 관한 지식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너무 텍스트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무의식적인거여서 눈치도 못챘겠지
구체적인 부분은 오늘 공부끝나고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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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적은것 이외에도 좀 더 적어보자면, 나는 타인에게 욕이나 심한 말을 들어도 즉각 반응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생각을 한 후 반응을 한다.
여기까진 꽤 성숙한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아무런 느낌도 없다.
가까웠던 사람에게 싸이코패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설마 내가 싸이코패스였나?’ 하는 의문에 충격을 먹었지(당연히 아니었다)
뇌리에는 남았네
나는 욕을 많이 듣고 자랐다.
땅에서 솟았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저능아, 병신새끼, 강아지, ___, 모든 불행의 원인이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었다.
전부 내 탓이라고 했다.
중딩 때 쯤부터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단순히 무뎌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차단했던 거였다.
슬픔도 많이 차단되어있더라
우는 건 잘못이었다.
욕먹고 맞기도 했다.
울어서는 안됐다.
그건 잘못이었지
이런 격리가 주지화로 된 것 같다.
감정을 느끼면 항상 스스로를 혼냈다.
자신에게 벌을 주고 공부하고 사고했다.
잘못은 고쳐야 하니까
일상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침착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화난 척’을 한 적이 더 많았으니까
어딘가에서 버려진 기억도 있었다.
자세한 건 다른 데다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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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많이 나쁘게 썼는데, 아니다.
더 나쁜 것도 많다.
줄여서 적은 거다.
근데 나쁜 감정은 많이 사라졌다.
나도 못한 게 많다.
딱히 좋은 아들이 아니다.
아빠 인생도 그다지 행복하진 않았을 거다.
아니, 꽤 불행한 편이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과거의 피해자이기도 할테니까
이 악순환의 고리는 내 선에서 끊어버릴 생각이다.
옛날부터 새겨놓고 살았다.
아무에게도 물려주지 않을 거다.
심리적 개선이라는 숙제 덕분에 요새 좀 즐겁기도 하다.
성장도 하고 여러 경험도 했다.
단련되는구만
오히려 좋다.
엄마한테 많이 고맙다.
내면적인 손상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감정적인 결핍을 느끼지 않게 해줬다.
어느날 보니 나도 그렇게 따라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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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별에 대한 고민을 하겠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타인을 정서적으로도 지켜줄 수가 없어
잠시 지켜준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약하다면 너가 힘들 때 금방 떠나갈거야
하필 이별판에 올리는 이유는 헤어지고 나서 여기 글들을 많이 읽어서야
직접적으로 뭔가 도움을 받진 않았지만, 읽는 것 자체가 꽤 간접적으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도 이 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