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입니다. 우리 가족은 그냥 동거인 혹은 쉐어하우스 체제 그 이하라고 봐도 손색 없습니다.
초등학생때 이미 아빠의 외도를 알았지만 엄마는 이혼을 안 했어요. 이유를 물어봐도 입을 꾹 다물고 있음. 여기서 나만 억울하고 나만 화내면 결국 나만 엄마한테 화낸 패륜아가 되기에 매번 넘어가고 끝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대학생이 됐고 오빠도 성인이고 밑으로 미성년자 동생 한명있어요. 이젠 진짜 갈라설때가 됐다 싶어 아무것도 안 하는 엄마를 대신해 이혼 법률 사이트에 무료 상담을 요청했고 같이 이혼 준비를 하자고 해주셨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무엇보다 어머니 본인의 의사와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라고 쓰여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확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바로 보여줬고 그동안 어떤 부부 생활을 해왔는지, 외도 증거 등등 엄마도 적어놓으라고 했습니다.
저게 올해 1월 1일 새해에 있었던 일입니다. 3개월간 엄마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며 적을 시간을 충분히 드리며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겪었던 부당한 부부 관계의 일을 적으라고 알려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4월이 되어도 다 적었다고 말 한마디 안 하길래 어제 물어봤습니다. 안 적었대요. 하..... 진짜 현타가 온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동안 나만 아등바등했구나... 맨날 내 앞에서 아빠 욕하고 그년 욕하고 할머니 욕하면서.. 생활비 100만 원 받고 살면서.. 엄마는 그냥 그런 사람에 머물러있구나.. 지독한 회피형이구나... 싶더라구요. 화내면 나만 또 패륜ㄴ될까봐 그래 엄마는 그냥 평생 그러고 살아. 한마디 하고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저 나쁜 년 아니라고 해주세요.
빨리 독립하고 싶다.. 나가고 싶다. 악착같이 돈 모아서 나만 잘 살아야지. 거지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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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그냥 답답해서 하소연식으로 써봤는데 이렇게 많이 달릴 줄 모르고 많이 생략했는데 더 자세하게 써볼게요.
1. 결혼하고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명절이나 아무 때나 외갓집 간 적 없습니다. 외할머니 생신도 한번 챙긴 적 없어요. 이유는 엄마에게 남자 형제가 있다고요. 웃긴 건 아빠도 누나(고모)있음. 그래서 매년 시댁만 가고 시댁 경조사만 챙김. 엄마는 이걸 참고만 살았음.
2. 생활비 20년 넘게 100만원. 여기에는 엄마 개인 생활비까지 포함. 그래서 우리집이 가난한 줄 알고 자랐음ㅋㅋ 마트가면 항상 5만원 넘을까봐 안절부절하던 엄마얼굴 생각하면 울컥함ㅋㅋㅋ 지금은 생활비도 안 주고 그 년한테는 매달 250만원 입금함. 그래서 엄마도 일하고 계심.
3. 아빠는 자식과 엄마에게 폭력 행사한 적 있음.
4. 예를 들면 금쪽이 92회에 나오신 아버지 있죠? 딱 저희 아빠랑 똑같아요. 갑자기 급발진하고 자기만 화내고 있는데 뭐가 문젠지 모르는 그런. 독재자예요.
5. 제 결혼을 걱정해주시는 분도 보이던데 걱정마세요. 옛날에는 아빠같은 사람 만날까봐 비혼 결심했는데 이젠 내가 아빠같은 사람이 될 까봐 걱정되네요. 상대방은 무슨 죄야..
6. 제일 중요한! 엄마도 당연히 이혼 생각이 있다고 밝히셨기에 제가 나서서 알아본 겁니다. 엄마는 인터넷을 잘 다룰 줄 모르셔서 ...이걸 제일 먼저 썼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