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전)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어 수학은 열심히 해서 항상 1~2등급 나왔었고 영어 사회는 3~5 왔다갔다 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코로나 터지면서 집에만 있으니 그때부터 손을 놨던 것 같아요. 학교를 가야 수업에 집중도 잘하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집에서 온라인으로 듣다 보니 계속 잠만 자게 되더라고요. 고등학교 3학년 5월 때까지 그렇게 살다 이대로는 대학 못 가겠다 싶었지만 공부는 다시 하기가 싫어 회피형으로 갑작스럽게 피아노를 배우게 됐습니다. 주변에서 이미 늦었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갑자기 시작한 피아노가 순식간에 좋아졌고 손목에 무리가 생겨서 병원에서 피아노 당분간 치지 말라는 말을 정도로 월~토 매일 10시간 이상씩 피아노를 쳤습니다.(학교는 1교시만 듣고 조퇴했어요) 기본기가 없다 보니 저는 연습만이 답이었어요. 최대한 오래 앉아서 고칠 때까지 계속 연습하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서너 달이면 완성하는 곡을 입시곡으로 저는 6개월 동안 연습하여 대학에 붙었습니다. 천재는 아니지만 재능이 아예 없다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학 입학 후) 그런데 대학 와 보니 너무 실망스러운 게 많아서 일주일만에 이 학교가 뜨고 싶어졌습니다. 대학 간판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학교의 음대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의상 지적에다가 군기 잡는 건 물론이고 선배들이 연락해서 자꾸 제 수업이나 시간표에 간섭하시는 게 싫었어요. 물론 제 수준에서는 뭘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반수해서 음악교육과로 가고 싶어졌습니다. 음교과는 수능 성적도 실기도 둘 다 챙겨야 하는 과라 수능 준비도 다시 시작했지만 요즘 피아노가 재미없어지고 싫증이 나서 고3 때처럼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제) 그런데 어제 교수님과 조교님께 저는 재능이 없고 이 상태로는 대학 졸업도 못할 거라는 말씀을 듣고 나니 피아노가 너무 싫어졌습니다. 심지어 저는 입시 때 일요일(교회 가야 해서) 제외하고 매일마다 10시간 이상 연습했지만 교수님께서 입시 때 3~4시간 했으면 지금은 그 두 배로 열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만큼 조금의 기본기도 갖고 있지 않아요... 체르니 30도 완벽하게 치지 못해요. 악보에 나와있는 악상 기호도 못 읽어요. 메트로놈 가지고 연습해도 박자는 계속 안 맞고 두 가지 소리를 다 들으려다 보니 오히려 귀에 안 들어와서 입이랑 발로 박자 세면서 해야 해요. 입시 때는 선생님이 쳐 주시면 그거 외워서 그대로 복사해서 쳤어요. 센스도 없어서 선생님께서 악보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여기는 조금만 떼서 치자, 길게 치자 하시는 거 저 혼자 못하고 다 선생님께서 시키는 것만 했어요. 그냥 오래 앉아서 오래 치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어요. 입시 때 만큼도 다시 하기 힘든데 그거의 두 배를 하라고 하니 막막해서 다 관두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어제 학교 나오자마자 엄마께 전화해서 다 관두고 싶다고, 더 이상 피아노 치기도 싫고 차라리 공부하게 해 달라고, 6개월 동안 레슨 때문에 돈 쓰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빠께서는 아직 스무살이고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제가 원하면 자퇴하고 공부 시작하라고 하셨어요.
(고민) 부모님께서 제가 너무 회피만 하는 것 같다고 하셨고 저도 알고 있어요. 저도 고치고 싶은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가 피아노를 너무 가볍게 시작해서 이렇게 빨리 질린 걸까요. 그냥 쭉 음악으로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공부로 넘어가야 할까요? 피아노 치기 전에는 공부보다 예체능이 더 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예체능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다 관두고 그냥 죽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다시 하기엔 너무 늦은 거 같은데 그냥 공부해서 아무 과나 들어가면 될까요?
(+)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 해온 것에 대해서 지적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미래에 대한 조언을 받고자 하는 것이니 조언 부탁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