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가난하다.
반지하에 산다거나 하루하루 끼니걱정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늘 빚, 돈돈 거리는 가정이었다.
하고 싶은게 있어도 티 낼 수가 없었고 배우고 싶은게 있어도 선뜻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수능을 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대학을 다녔다.
월세, 폰요금을 내는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하고싶은 게 많았던 나는 악착같이 벌어 여행, 문화생활, 온갖 새로운 것 배우기 다 하려고 애썼다.
덕분에 돌이켜보면 참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
돈이 없어서 그거 못해, 나 돈 없어서 못만나, 죽어도 입 밖으로 뱉고 싶지 않았다.
참 우습게도 대학시절 난 정말 치열하게 살았는데 남들은 내가 되게 편하게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했다.
남들보다 엄청나게 잘 버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혼자 생활비를 쓰고 적당한 금액을 저금하고 취미생활을 할 정도가 되었다.
부모님에게는 내 수입을 말하지 않았다.
못 번다고 하면 그 먼 곳가서 꼭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하냐고 할까봐,
잘 번다고 하면 돈 달라고 할까봐,
그냥 적당히, 적당히 번다고 했다.
그래도 참 가족이 뭔지 매달 백만원씩 집에 돈을 보냈다.
사실 우리집은 돈문제만 빼면 참 평범했다. 아니 화목했다.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다.
돈이 뭔지 종종 큰소리가 오가는 일은 전부 돈 때문이었다.
내가 저금하는 금액이 커지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집에 보내던 백만원을 끊었다.
물론 백만원 지원만 끊겼을뿐,
생일이다, 어버이날이다, 결혼기념일이다, 명절이다, 많은 돈과 선물을 줬고 종종 같이 만나 하는 외식에는 좋은 식당에 데려갔다.
정말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일이 힘들어 술도 자주 마시게 되었고 일을 많이 하니 몸이 점점 망가졌다.
운동을 끊었다. 삼백만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엄마는 나의 운동을 응원했다가, 설마 운동이 몇십만원씩 하냐고 물었다.
차마 몇백만원이라는 말은 못하고 그냥.. 운동하면 다 그래 라고 넘겼다.
엄마는 울었다. 그 돈이면 엄마 좀 도와달라고
엄마가 답답해서 나한테 그저 툭 던지듯 한 말인 걸 잘 알지만 숨이 막혔다. 나라고 저 돈이 적은 돈이었을까.
집에 돈이 들어가는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걸 너무도 잘 안다.
이기적이게도 내 인생을 버리고 갈아 그 빚을 갚고싶지가 않다.
참 속상한 것은 엄마 아빠는 정말 성실하고 정직하게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하루 일한다는 것.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 빚이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가족의 손을 놓을 수 없는 건 내 부모님은 너무도 열심히 살고 있기때문.
이 답 없는 문제때문에 오늘도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
두서 없는 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