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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낳은 자식이 아닌데도 예쁠수 있을까요

ㅇㅇ |2022.06.13 21:55
조회 973 |추천 9
피가 섞이고 나를 만들어낸 아버지마저도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랑하지 않았기에 나는 커서 결혼도 하지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거라 수십번 수백번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내가 지금 이 사람과 아이를 만나 가족이 됐을때는 사실 얼떨떨했지요

내 배로 낳은 내 아이도 예뻐하지 않는 부모가 있는데 내 배로 낳지 않은 자식이라면 더더욱 예뻐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했으면서도 나와 눈을 맞춰오는 아이가 싫지 않았고
조심스레 내 곁에 다가오는 온기가 나쁘지 않았고
앞니 빠져 바보같은 웃음을 짓는게 퍽 귀여워서

대단한 이유도 없이 어쩌면 충동적으로 우리는 가족이 되었지요

별 다를거 없었습니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집안일을 하고 회사에 가고 퇴근을 하고 돌아와 다시 아이를 보고

그렇게 특별할거 없는 일상을 살았는데

어느날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왠지 지치고 피곤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고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집에, 불이 다 꺼진 거실 소파에 아이가 누워 있었어요

사람의 기척을 느꼈는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제 얼굴을 보고 활짝 웃어주는데

방금 전까지 폭풍같았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지요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조금 더 따뜻하게 물어볼걸 그랬나, 나도 모르게 나온 건조한 물음에 흠칫 했는데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불을 켜더니

엄마한테 주고 싶은게 있다며 옆구리에 끼고 있던 스케치북을 펴서 보여주는데

아, 그래

이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구나. 내가 그동안 그렇게 갈구해왔던 행복이구나, 를 처음 느꼈습니다

스케치북에는 제 엄마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함께 웃는 제 얼굴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내가 더 고마워. 나에게 와줘서.

그 말을 꺼내는데 왜 그리 목이 메던지요.

품에 안은 작은 몸이, 목에 닿는 숨결이 정말 따뜻해서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으셨을까요

자식이란 존재는 이렇게 보기만 해도 불안정한 마음이 평온해지고

또 따뜻하고 울렁거리는데

아버지는 왜 내 존재를 부정(否定) 하셨을까요

왜 부정(父情)이 없으셨을까요

나는 아버지의 피가 섞인 아이인데 왜 사랑받지 못했을까요

나는 내 아이가

이 아이가

내 배로 낳은 아이가 아니고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사랑에 빠졌는데

왜 우리 아버지는 ?

아버지에게 부정당하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개명을 했을때도 판사님께 그리 썼지요

아버지가 대충 지어주신 이름, 그리고 나를 버린 아버지

그게 싫어서, 그 이름으로 살면 평생을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거 같아서

그래서 개명을 신청한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이젠 이름도 바꿨으니 아버지에 대한 흔적은 몸속에 흐르는 피 말고는 하나도 없지만

문득 궁금해지네요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어보니 더더욱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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