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고시원 살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데 책값이라도 벌어보려고 주말 편의점 알바 시작했어요.점장님 40대 초반 젊고 이뻤고 잘해보자고 하셔서 느낌이 좋았거든요.근데 평일 알바 땜빵 요구하시다가, 야간 땜빵도 부탁하셨어요.저는 야간은 거절했는데, 사람이 안 구해져서 점장님 발 동동구르는 거 보고는 제가 한다고 했다가 야간으로 하게 되었습니다.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 주말 야간도 안 구해져서 일주일 내내 저렇게 일했어요.물류도 야간에 들어오는데 시내 한가운데라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술마시고 들어오는 손님 거의 다 상대하고...시급은...지방이라 최저도 안 됐습니다. 야간인데도요. 주휴수당, 야간수당 일절 없구요.
시급 올려달라고 하면 또 천사같은 얼굴로 이러이러해서 사정 안좋다, 알바도 잘 안 구해지고 너도 잘 알지 않냐며 저를 달랬는데 저는 또 거기에 넘어가서 일하고..그러다보니 3년 조금 넘게 일했어요.
그렇게 꾸역꾸역 다니다가 그만두게 된 계기가.. 매일 힘들다고 사정 봐달라던 점장님이 어느날 차를 바꾸셨더라구요? 저 보기 민망했던지 건물 뒤편에 세워두고 오셨는데 제가 쓰레기 버리다 봐버렸어요. 국산차에서 벤x로 바꾸셨던데 그 순간 뭐지? 싶었어요.
그러고나서 각성했습니다. 틈만나면 웃는 얼굴로 저한테 '니가 어디가서 일하겠니', '너 같은 게 그걸 어떻게 하겠니', 그놈의 너 같은 거 너 같은 거... 가스라이팅 당했던 것을요.
왜 당시에는 그냥 듣고 넘겼을까 너무 속상했습니다. 제가 미쳤었나봐요 농담으로 들었나봐요...그러면서 제가 힘들다고 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안된다며 또 설득했었는데 제가 왜 무 자르듯이 자르지 못했나. 제가 너무 세상물정 몰랐고 어렸어요.
점장님께 그만둔다고 하니까 또 붙잡길래 사람 구할 일주일 시간 통보하고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야간에 바쁜 편의점에 사람이 구해지긴 만무하고, 저는 출근하지 않았구요.
다음달에 확인해보니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더라구요. 연락하니 너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 배상해라...그래서 노동청에 그동안 못 받았던 주휴수당+최저임금+퇴직금 차액분 모두 계산해서 진정 넣었습니다.그랬더니 얼마 후 소장 날아왔어요. 손해배상소송 저한테 걸었더라구요.편의점 땜빵 알바 썼는데 일당을 20만원을 줬더라구요. 근 한 달 동안. 점장 본인은 일하지 않았구요.그렇게 줄 돈 같았으면 왜 저에게는 최저만큼도 주지 않았을까요?
난생처음 법원도 가보고 참... 결국 2차 기일에는 둘 다 참석하지 않아서 마무리 되었고.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걸었고 점장 통장 압류도 걸었어요.그 때까지는 일절 돈도 안 주더니 통장 압류 걸리니까 바로 주더라구요.소액체당금제도 한도 때문에 전액은 받지 못했지만 더 골치아파지는 게 싫어서 마무리했습니다.
그 돈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했고 결혼도 했고 이 일은 벌써 9년 전 일이 되어버렸어요.
배운 점도 있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가 된다는 것,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지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
그 점장 제가 일했던 편의점 접고 저희 동네에 편의점 차렸던데 물어보고 싶습니다.그 때 어렸던 저에게 왜 그랬는지. 자기도 딸 키우면서 남의 딸 그렇게 취급했는지요.다른 커뮤니티에 글을 약간 각색해서 올린 적이 있었는데, 소송까지는 너무했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글쎄요... 그전에 인간으로서 대우를 해줬다면 소송까지는 안 갔겠죠?
혹시나 이 글을 보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착한 어른만 있는 건 아니라구요. 그리고 싫으면 싫다는 의사표현 확실하게 하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