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31 신랑 33
연애 1년 올해말이면 결혼 5년차 입니다.
저희 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 유독 주위에서 임신소식이 들려오네요.
신랑은 몇년전부터 딸아이가 갖고싶다며
유명 유튜버, 연예인들의 딸이나, 길거리에 부모님 손붙잡고 걷는 여자아이들 보면 그렇게 눈에서 꿀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럴때마다 저는 그런신랑입을 막으며
우리형편에 아이는 사치다. 우리처럼 나다니기 좋아하고 술좋아하는 부부는 아이케어 못한다. 등등 갖은이유 갖다대며
나는 딩크가좋다 외쳐왔어요.
사실 아이에 대해 그닥 생각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저희 친정엄마 때문입니다.
우리엄마는 가정적인 엄마와는 참 거리가 먼 분이었어요.
제 밑으로 6살 어린 남동생이 있습니다.
제가 11살이던 해 초가을.
어린 저는 영문도없이 아빠에게 인사를했고
그렇게 아빠가 나간 집에서 엄마와 동생 셋이살았어요.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아빠를 더는 받아들일수 없었던 엄마가 꺼낸 이별이었죠.
엄마는 작은방에있는 큰 서랍장 두번째 세번째를 신경질적으로 열어재끼더니 다 꺼내라며 저에게 소리쳤고
엄마의 말을따라 두칸의 서랍장에 옷을 모조리 꺼내어 방바닥에 흩뿌리니, 싹다 가져다 동네골목 맨끝 의류함에 버리라했어요.
너무 격양된 말투로 소리치니 뭔상황인줄도 모르고
그 작은체구에 한아름 안아 네다섯번에 거쳐 모두 의류함 버렸죠. 그게 아빠옷이었구요..
그렇게 저는 11살 그 어린나이에
보모아닌 보모가 됐어요.
확실한건 아니었지만 어린 제 촉에도 느껴질정도로
엄마는 밤업소를 다니는게 보였고..
아빠에게만 느꼈던 탄냄새가 엄마한테도 나더라구요.
담배냄새죠. 동생 손에 안닿게 엄마가 냉장고위에 올려뒀던 과자봉지를
동생에게 엄마몰래 꺼내주다가 몇개비 들지않은 담배와 라이터, 엄마가 4학년5반 ♡ 적어주던 이쁜손글씨로 빼곡히 적은 연애편지도 봤죠..
지금은 그땐그랬지 하고 웃고넘기지만ㅎㅎㅎ
참 어린나이엔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엄마는 어린 동생 하나 쯤이야 초등고학년인 제가 함께있으니 괜찮을거라는 이유로
외박은 일쑤였고 늘 술에찌든엄마모습.
술에 잔뜩취해 몸을 못가누며 늦은새벽 휘청휘청 들어오는 엄마손에 들린 검은봉지에는 오는길에 편의점에 들렀는지..
과자봉지, 소주병과 맥주병..
정말 끔찍하면서도 불안했어요.
동생과 나를 지켜줄 울타리는 없구나 하는마음에요.
아빠는 제가 힘들때마다 역시나 제 전화를 받지않았어요.
참...ㅎㅎ적다보니 그것도생각나네요.
전화좀 받아달라고
아빠제발 아빠제발 그단어를 엄청 읊조렸던기억이..ㅋㅋ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인데
니깟거 없이도 나혼자 충분히 잘키울 수 있다며 당장 나가라는 엄마에게 어깃장 부린거겠죠..
그래. 니가 혼자 다하겠다 했으니 난빠질게. 혼자 잘키워봐라 이런..?
정말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날이 있어요
2003년 겨울..
정말 그날의 공기 습도 냄새 모든게 선명해요
그토록 간절하게 울어본적이 없거든요.
나 샤워하면서 동생 머리감기고 목욕씻기고 로션발라주고 캐릭터 내복입혀 재웠어요. 옆에서 같이 달마시안 이불덮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동생이 누나누나 불러서 깼죠..
콜록콜록대면서 눈은 흐리멍텅하고..
동생이 많이아팠어요 집에있는 유리로된 옛날체온계..
38도더라구요 새빨개진 얼굴로 숨넘어가라 기침하면서 어찌나 우는지
저는고작 12살 동생은 6살인데
그 어린나이에 동생 죽을까봐 수건에 찬물 적셔가며 이마 얹어주고 몸닦아주고.. 부루펜 먹이고.. 아프지말라며 엉엉울고
그때 처음느꼈죠. 누군가를 위해 내가 대신 아프고싶다는마음ㅋㅋ 너무도 작은 동생이 그렇게 죽어버릴까봐 무서웠거든요
그럼 그집엔 정말 나혼자니까.
그렇게 밤새 간호하다가
울며불며 동생옆에서 잠들었어요.
동생이 죽을까봐 무서워서 엄마한테 수십통의 전화를해도 끝까지 받지않았어요.
결국 그다음날 오후 5~7시쯤 뉘였뉘였 해가 질때쯤 돌아오셔서는 속아프고 갈증난다며 제게 돈만원 쥐어주고 탄산음료랑 아이스크림 사다달랬던 기억이 선명해요..
제가 겁이나는게 뭔지 아시겠나요?
저는 아직 임신, 출산 경험이없어서 산모가 느끼게되는 모성애를 몰라요.
그치만 이미 아이를 낳은 제 주위 친구들은
이 아이를 위해서는 불구덩이도 대신 들어갈수 있고 아이 위해서는 무엇이는 무서운게 없다며 엄마파워를 자랑해요
아이를 낳아보니 새삼 처음가져보는 마음이 들더라며..ㅋㅋ
제가 만약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다면 저는 참 우리엄마가 미울것같아요. 그 커다란 원망들을 감당할 자신이없어요..
내가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이렇게 소중한 아이를. 내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을, 왜그렇게 방치했을까. 그때 우리에게 왜그랬을까..'
지금은 내가 엄마가 되어보질 않았다 보니
엄마에 대한 원망이 그다지 크진않겠죠.
내가 엄마가 되어본 후에 친정엄마에 대한 미움 서글픔 어찌감당할까요....
저는 정말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이런 제 이기적인 어릴적 상처들때문에 신랑한테 나는 애가싫다며 딱질색이라며 큰소리치고 거짓말하는것도 너무 미안하고 힘들어요..
저같은분 계신가요?
그냥 이사람과도 헤어질까봐요
저는 엄마할자신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