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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32 ]cool~ 한 " 일처 다부제" 를 지지한다

시아 |2004.03.09 19:59
조회 13,779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녁은 드셨나요?

이곳은

바람이 드센하루 였습니다.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밤 되세요.^^*

 

~~~~~~~~~~~~~~~~~~~~~~~~~~~~~~

 

 

 

 

 

 

#32

 

 

 

 


 
진영의 핸드폰은 울리기 바쁘게 받았다. 아마 유미의 이름이 뜨자 마자 받았을 것이다.


계단 밑에 까지 끌려와 옥신 각신하는 유미를 구하러 진영은 아무 생각없이 경찰차를 타고 달려왔고 경

 

찰차가 나타나자 은섭은 유미를 노려 보며 소리를 질러 댔다.

 


“ 살아가는 동안 널,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거야. 시후녀석도 마찬가지고. ”

 


그리곤 차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이를 악물고 땅에 주저 앉아 유미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앉아 있었고 그런 유미를 진영은 아무 말도 않고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 난 오늘 야근이고 아이들만 있는데 우리 집으로  갈래요? ”

 


“ 고마워요. 진영씨, 오늘은 더 이상 별일 없을 것 같아요.


   내일 저녁쯤 아이들 보러 갈게요.  시간이 많아요. 이젠, 

 

  금방 와줘서 고마워요. 어떻 게 하죠. 번번히,  잊지 않을게요.”

 


“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던 빨리 정리 되길 바래요,  유미씨.”

 

 


진영은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돌아 갔다. 마치 궁금한 그 모든 것들을 참기로 한사람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날밤 더 이상 울리지 않는 시후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유미는 시후가 준 땅이 어디쯤인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새벽같이 돌아오는 기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 기태씨, 커피 한잔 할래? ”


“ 어! 아직까지 안잤어요?”

 


“ 기태씨 집이 강원도 쪽이라고 했지. ”


“ 어! 어떻게 기억해요? 강릉에서 좀 들어 가요. 연곡이라고 …… ”

 


“ 산삼리 알아?”


“ 어! 진짜 웃긴다. 우리 동넨데 ? ”

 


“ 그렇구나, 기태씨! 내일 나랑 가봐 줄수 있어? 그동네?”


“ 우리 둘이요? ”

 


“ 아니, 한사람 더 있어. ”

 

 

 


연곡 삼산리로 가까워 질수록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것은  오대산의 근육을 그대로 보여주는 잔설들 이

 

었다.   서울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둣 보였던 겨울은 그곳에서는 한창이었다.


눈을 들어 올려다본  얼음장처럼 투명한 그 파아란 하늘에는 군데 군데 하이얀 구름이 얼어 있었다.

 

  손을 모아 호호 불어 날리는 입김이 더 서늘하게 마음에 다아왔다.


차가운 바람과 젊은 사내의 근육질 같은 거친 산의 능선, 오대산은 가슴 넓은 사내 품처럼 팔을 벌려 유

 

미를 안아 오는 듯 보였다.   휴게소에 앉아 맞은편 땅을 바라보던 유미가 중얼 거렸다.

 

 


“  좋지요. 누나, 여기서는 눈 엄청 봅니다.

 

   그리고 겨울의 고립은 필수라요. 그 고립을  이길수 없으면 여기서 못살아요.  ”

 


“ 좋네, 여기 참, 좋다. ”

 


“ 성우씨, 이곳에서 야생화를 키워서 팔고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차를 파는

 

 카페를 하고 싶어. 저 유시후의 땅에서 말이야. ”


“ 누가?”

 


“ 내가. ”


“ 젊은 여자가 이 산속에서 어떻게 살아? 정신 나갔어? 그리고 그 돈은 있고? ”

 


“ 성우씨가 그렇게 말하면 안돼지. 방법이 있을거야. 찾아봐줘. 응?”


“ 유시후가 넘겨준 땅이라면 그 집안에서 모를 리가 있겠어?


   여기다가 유미가 뭔가를 한다는 것은 그 집안에 대해 싸움을 시작하는거야. ”

 


“ 아니야, 싸움은 이미 벌써 시작된걸,

 

  그 집안과 싸우던 내안에 있는 이기심과 싸우던  난  ,  이미 전쟁같은 사랑을 시작한거야.

 

   어차피 물러설 자리도 없어. ”

 


“ 바보 같은 짓이야, 기름통을 지고 불길속으로 뛰어 드는 것 과 같아.

 

  그걸 알면서 어떻게 도울수 있겠어?  난, 못해. ”

 


“ 그래도 난 방법을 찾을거야. ”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돌아 오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막 진부를 내려오던때 부터였다.

 

 바람이 잔잔한 것이 심상치 않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전조등에 눈발이 반사되어 앞을 볼수가 없었다. 일단 휴게소에 유미의 작은 딱정벌레 같은 마티즈를 세

 

우고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다.


미처 체인을 감지 못한 렉스턴 세대가 중앙로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앞서가며 이리저리 길을 막던

 

얄미운 소나타도 드디어 좌우 3회전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면서 한차선을 막아서 버렸다.

 


“ 안되겠어요. 이차로는 어림도 없어요. 여기서 살려면 4륜구동으로 바꿔야 해요.”

 


기태가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기태의 눈썹에도 하이얗게 눈발이 맺혔다.


키큰 나무들은 순식간에 가지가지 마다 하이얗게 눈이 쌓여갔다.


산등성이는 희끗희끗 변색되는가 했더니 어느새 하이얗게 쌓이고 있었다.

 


“ 정말 어쩔수가 없겠어.


   눈이 그치고 제설차가 길을 뚫을때까지 여기 기태씨네 집에 가서 쉬다가자.”

 


“ 가요, 차 여기 두고요. 차는 못움직여요 . 눈이 쌓이기 전에 고개 넘어야 돼요.”

 


앞서 걷는 기태를 따라 차는 휴게실 주차장에 세워 둔채로 성우와 유미도 따라 걷기 시작 했다.

 


“ 가야 하는데, 어떻게해…… ”


“ 어쩔수 없잖아. 여기서  올라 가다가 눈속에 파묻힐순 없잖아. ”

 


오성우는 그렇게 말하곤 패딩 점퍼 주머니에 두손을 찌른채 아이들처럼 껑충껑충 뛰었다.


키가 삐죽하게 큰남자가 눈속에서 껑충거리는 모습이 우스웠다. 


그리곤 따뜻해진 손을 꺼내 유미의 차가워진 손을 끌어서 꼬옥 쥐고는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성우

 

는 유미를 부축해 눈길을 걸었다.

 

 

 


눈이 너무 많이와 발목이 푹푹 빠지기 시작했다.


도로옆은 깊이를 알수 없는 아득한 낭떠러지였고, 그 낭떠러지 밑으로 하얗게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까운 5분 거리였는데도 눈길을 걸어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 와, 눈에 빠져 죽겠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아.”

 


“ 왜 죽어, 이렇게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데,  눈속에 안빠져.


   내가 계속 앞으로 나가니까 끌려라도 오겠지. ”

 

 


유미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눈이 오는 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성우도 그런 유미를 보며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 성우씨, 나랑 친구 하자고 했지.


   난, 이곳이 좋아져. 마음에 들어.  여기서 기다릴래. 시후를 말야. ”

 


“ 왜? 왜 일부러 이곳에 너를 고립 시키려는거야?”

 


“ 그러지 않으면 난 시후를 못기다릴 것 같아. 성우씨. ”


“ 그렇게까지 하면서 시후를 기다리려는 이유가 뭐야?  응, 그냥 포기하면 안되겠어?”

 


“ 이번에도 난, 내사랑을 지키지 못하면


   이젠,  영영 사랑 같은건  하지 못할 것 같아. 그래서 그래 . 성우씨.”

 


“ 그렇다고 여기에다 너 자신이 스스로 배수의 진을 쳐? 너를 철저히 고립시켜 가면서? ”

 


“ 성우씨가 도와 주지 않아도 나는 할거야. ”

 


“ 외롭게, 쓸쓸해서 못해. ”

 

 

 

 

 


 왕피골 초입에 차지한 기태의집은 완전히 눈세상으로 뒤덮였다.


기태 어머니가 차려 주신 저녁을 먹고 나서 유미는


눈 세상이 되어버린 한겨울 속을   서성이고 있었다.


한동안 마당앞 산길을 서성이다 멈춰서서 눈오는 밤의 정적속에 몸을 맡겨 보았다.


솜 점퍼 속에 깊숙이 얼굴을 묻으며 앞으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오성우가 잠바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발로 눈을 툭툭 차올리며 웃으며 물었다.

 

 


“ 눈,  좋아해? ”


“ 눈싫어 하는 사람도 있어? 좋아, 아직은. ”

 


“ 아직은? ”


“ 앞으로 이곳에 오래 살면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야.”

 


“ 생각해 봤는데, 내가 유미를 도와 줄게 . 이곳에 카페를 만들어 보자. ”

 

 


오성우가  착한 눈으로 선선히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저, 성우씨 ... 말야, 날 좋아해? ”


“ 아님, 내가 왜 이러겠어? ”

 


“ 내가 시후씨를 좋아하는걸 알면서 ?  ”


“ 그게, 무슨 상관 이야?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그냥 좋은거야. 친구로던, 여자로던......”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시후로부터 잠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밤새 눈이 내릴 것 같았다.

 

키큰 나뭇가지마다 , 그리고 키작은 나뭇가지 마다 사락사락 눈이 쌓여갔다.

 

 

 


눈속에 발이 묶여 있었다.


하지만, 잠시 서성이던 유미는 지금 자신이 묶인 것은 발이 아니라 유미자신의 지친삶과 마음이라는 것

 

을 알고는 씁쓸해졌다.

 

 

 

 


그리고 담담히 눈을 맞으며 그 눈쌓이는 날의 첫 번째 고립을 받아 들였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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