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입니다. 휴가철인데 올해는 휴가 없이 쭉 달려야 할 운명인 것 같습니다. 역병 환자들이 다시 늘어가네요.
안 그래도 더운데 몸 관리 만큼이나 역병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네요. 기왕이면 찡그린 표정보다는 웃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글이고,긴 글이 될지도 모르니 유념하시길 바라고,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어릴때 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경제적 궁핍함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어릴적 부터 두뇌가 남다른 친누나의 보좌에 금전적 지출의 비중이 높았다. 미래적 관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인재에게 투자를 하는 기업(부모)에 대한 불만은 없었지만, 나에겐 학업 외적으로 즐길거리가 전혀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누나가 보던 낡은 위인전책,서너개의 장난감 그것이 전부였다.친구가 많은 타입이 아니었기에 외부 활동보다는 내부활동이 많았고,다 쓴 이면지에 그림따위를 그리는게 내 놀이의 전부였다.그래서 나와는 다른 환경의 친구들이 부러웠다.
좀 이기적이고 난해한 성격에 친구에게 맞춰가며 굽신거렸던 이유는 녀석의 남다른 놀이환경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셨고,사업이 부흥하여 체인점이 생기면서 금전적으로 부유해진 케이스로 자식의 대한 사랑을 감정보다는 물질적으로 채워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기적인 성향에 인내심도 부족한 아이가 되었다.
때문에 본인 자식과 정 반대로 일찍 철이 든 나를 무척 신뢰하셨고,집에 놀러가면 자식처럼 반겨주시며,아들에 대한 지도편달(?)을 부탁하셨다.물론 나도 그건 불가능 하였다.
그곳은 나에게 환상에 네버랜드 같았다.수 많은 장난감과,만화책들...그 중에 최고는 그 시대의 최고의 신문물인 일제게임기와,기술의 집약체인 컴퓨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컴퓨터는 매번 놀라움을 선사했다. 5.25 플로피 디스크가 들어가 도스 명령어를 입력하면 나오는 게임화면이라니..신세계였다.
토요일 학교를 마지면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가는게 일상이 되었다.
까칠한 셩격탓에 나 빼고는 그 친구에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기에 서로 자주 투닥거리고 가끔 갑과을의 관계가 되기도 했지만,그 정도는 참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규칙은 있었다. 안방은 절대 출입금지,과도한 게임기 사용자제,부모님께 반드시 연락하기,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90세가 넘으신 조부의 안위를 주기적으로 살피고,특이사항 발생시 연락할 것!
방은 3개였다.현관을 기점으로 좌측 안방,우측으로 친구의 방,주방쪽 끝쪽이 조부의 방이었다.놀러가면 늘 제일 먼저 가서 인사를 드렸다. 다소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관점에서 그 분의 삶은 매우 힘겨워 보였다. 희미해진 눈동자,앙상해져 뼈만 남은 육신과 거칠게 몰아내쉬는 숨! 인사에 반응은 하셨지만,언어적 표현을 나눠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힘겹게 손을 반쯤 올리셨다가 내리시는게 표현의 전부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게임기를 돌리고 둘다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바보상자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동화 되어 신나게 게임을 즐기다가 인기척이 느껴져 뒤로 돌아보았다.
정적인 움직임으로 느릿느릿 거실로 나오신 할머버지는 잠시 멈춰서 현관문 쪽을 지긋이 바라보셨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뭔가 굉장히 불안해 보이셨다. 때문에 친구에게 알렸는데 녀석은 이미 게임기에 노예가 되어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물이나한잔 마실 겸 패드를 놓고 거실로 나가 할아버지께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물 드릴까요?
잘 못 들으신 것 같아 다시 입을 떼려는데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데시고는 다시 문쪽으로 뻗으셔 그곳을 가르키셨다.
할아버지는 앙상한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누가 왔어...근데 문 열어주면 안돼...
당황스러웠다.짧지만 단호한 말씀이셨다. 그렇게 말씀을 길게 하시는 걸 그때 처음 봤다. 뭔가 자꾸 찾아오고, 그것은 본인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말씀을 이어서 하셨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는 몰랐으나 혹시 고령에 의한 정신적 결여 증세가 아닌가 싶었다.친구에게 얘길하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요즘 종종 혼자 그런 말씀을 많이 한다며 신경쓰지 말라고 하였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더 안좋아졌는지 간병인을 고용하신 모양이었다.인상이 썩 유쾌하지 않은 중년의 여성분 이었는데 매번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는 언쟁을 벌이셨다.
아니 누가 와요..할아버지..문 앞에 아무도 없어요.무섭게 왜 그러신데...
있어..그러니까 문 열지말라고...
그런식의 작은 언쟁이었다.아주머니의 고집도 만만치 않으셨다.그도 그럴것이 어짜피 모두 가 출입하는 문이라 자주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으셨으리라...
그 날도 그런 잠깐의 언쟁이 오갔다.
감정이 약간 올라오셨는지 할아버지가 한눈을 판 사이에 아주머니가 현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보세요..?뭐가 있나?날도 좋은데 환기도 시키고 해야지요.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다.내 눈에도 무언가 보였던 것이 말이다. 명확하게 검은 형체! 마치 도로에 생가 아지랑이 같은 검은 형체는 미끌어지듯 스윽~집안으로 들어왔다.
불을 피울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같다는 생각도 들었고,한 낮에 햇빛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그림자 같기도 했으며 굳이 표현을 하자면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가오나시 같은 형태같기도 했다.
곧 바로 할아버지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이어졌다.
아주머니와 친구,나...모두들 다른 시각으로 놀라고 있었다.
문 열지 말라고..들어왔다..들어왔어...
몸을 바들바들 떠시는 모습이 생생했다. 뭔가 스스로 직감을 하셨던 것 같은 표정이셨다.풍전등화였다.
삶의 마지막을 바라 보는 작은등불은 강한 바람 앞에 무의미해 보이는 것 같았다.그냥 헛것이나 귀신이라는 단어 따위로 설명하기 힘든 존재였다. 여지껏 봐왔던 것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 할아버지가 본 것이 내가 본 것과 같은 것이었겠지...
아주머니가 너무 놀라셨는지 서둘러 문을 닫으시며 할아버지께 사과와 위로를 건내셨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그저 교도관에게 이끌리듯 아주머니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본인의 방으로 향하셨고, 그대로 문까지 잠궈버리셨다.
검은 형체는 바람에 이끌리는 하늘의 구름처럼 천천히 할아버지가 계시는 방쪽으로 향하여 스윽 사라져 버렸다.
그 뒤에 할아버지의 혼잣말이 독백처럼 들렸다.
무섭다..나 좀 내버려둬라...아이구...아이구 하는 탄식들....
내가 목격한 것은 거기까지였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겼다. 정신나간 놈이 되지 않으려면 나 혼자 간직해야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친구에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게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유일한 대화 상대인 어머니께 이 얘길 꺼냈다가 말 조심하라는 핀잔만 들었다.
역시나 이런 일들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날 친구로 부터 할아버지가 계속 이상한 말을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식사도 거부하셨고, 방에서 한발짝도 나오시지 않는다거나 바지에 소변을 보시거나 하는 이상행동도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 다음날 친구는 조부상으로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큰 충격중에 하나였다.
시간이 지나 친구의 집에 다시 놀러갔을때 그 방은 아직 할아버지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 느낌도 참 이상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인간에 본능인 것 같다.
이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했을때 열에 아홉의 입에선 저승사자 였네...라는 대답이 나왔다.
근데 나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이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마다 목격되는 형태가 다르기도 했고,무당 할머님이 살아 생전에 하신 말씀에 의하면 난다 긴다 하는 무속인들도 저승사자는 잘 보지도 못하고,봐서도 안되는 존재라고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이다.그래서 어떠한 확답을 내리기 힘든 것 같다.
여튼 참 기괴하고,미스테리한 경험이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상으로 얘기를 마무리 합니다.
덥습니다.푹푹 찌는 날씨 건강관리 잘 하시고 긴 글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하루 잘 마무리 하고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