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동안의 택배기사 생활... 드디어 오늘 끝냈습니다. 회사생활 3~4년 하다가 화물차를 해보고 싶어서 택배를 시작 했습니다.1300만원 주고 포터2 탑차를 샀고, 친구가 있는 롯데택배에서 시작을 해서 3년하고, 나머지 2년은 쿠팡 배송물건을 위탁받아서 배송하는 퀵플렉스를 했었습니다.
초반에는 직장인으로써는 상상도 못 할 금액이 들어오자 신이나서 일하는 동안 거의 걸어 다니질 않았습니다. 쌀20kg, 생수 2리터 6개들이 한묶음, 고양이모래, 런닝머신, 바벨, 자전거... 어떤거든지 어깨에 짊어지고, 등짐지고, 옆구리에 끼고, 양손으로 들고 정신없이 뛰어 다녔었고, 생수 4묶음을 겨드랑이와 손으로 들고 엘베없는 4~5층까지 단번에 뛰어올라서 배송 했었습니다. 직장 다닐때의 3~4배에 달하는 돈을 손에 쥐자 무서운게 없었습니다. 결혼얘기가 오가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일에만 매달렸고, 그렇게 여자친구도 놔주었지만 돈앞에 눈에 뵈는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3년을 하고 쿠팡 위탁배송으로 자리를 옮겼을때 뒤돌아보니 제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네요. 무릎은 박살이나서 정상적으로 뛸 수가 없었고, 등짐을 하도 많이 지고 다니다 보니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하루 400~500개를 배송하던 제 배송속도는 하루 250개 배송하는것도 버거워졌고, 배송 수량이 너무 적다며 더 늘려줄것을 압박하는 쿠팡측의 요구도 다 못 들어줄만큼 몸이 __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직 30대 중반인데...
배송하면서 참 사고도 많았습니다. 트럭에 화물칸이 꽉차다보니 차가 고바위 언덕을 못 올라가서 뒤로 밀리면서 택시를 들이받은적도 있고, 잠깐 세워놨던 구르마가 떼굴떼굴 굴러 가면서 외제차를 들이 받고... 배송 하다가 개한테 물려 보기도 하고, 택배기사씩이나 되면서 개 무서워 하냐고 여고생한테 쌍욕을 들은적도 있고, 대면배송 하는데 발가벗고 나오면서 희롱하는 여자들도 있었고, 여름에 화물칸 안에서 고추장이나 액젖 터져 버리고, 딸기우유 새어 나오고, 쌀20kg짜리 배송 도중에 고객 앞에서 쌀포대 터져 버려서 민망해진적도 있고...
다 참았지만 제일 억울하고 못 참겠는 부분은 주차 문제로 뺨을 맞고, 침도 맞았던게 정말 지금도 치가 떨립니다. 독산동, 철산동 같은 좁은골목길 주택가를 배송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길 막아놓고 얼른 뛰어 올라갔다 와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상등 켜놓고 2~3분만에 5층으로 쌀포대와 액체세제 배송하고 내려 왔는데 제 차 뒤에 있던 승용차 운전자가 내리더니 쌍욕을 하며 삿대질 하길래 "죄송합니다. 빨리 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짜고짜 싸대기를 날리고 침을 뱉더군요. 너무 충격이 커서 저는 제가 싸대기를 맞는줄도 몰랐습니다. "왜 이러세요. 하지 마세요. 죄송해요." 빌고 빌면서 화물차 짐칸으로 뛰어올라 몸을 피했는데 절 때린 그 아저씨 바깥에 나와있는 택배 송장 보더니... "어? 야!! 이거 내꺼네???"하아.... 정말 그날 퇴근하고 펑펑 울었네요. 중학교때 일진들한테 두들겨 맞은뒤로 20년만에 울어봤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팀장의 배려로 구역 하나만 배정받고 오후 2시에 마지막 배송을 마치고 집으로 왔습니다. 5년동안 같이 고생해준 제 트럭도 이제 보내 줘야할것 같습니다. 누가 사갈만한 상태도 아니고...
그 동안 벌어놨던 돈도 어머니 병원비, 사기 당한 피해로 거의 다 날렸고, 저한테 남는게 없던 5년이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5년동안 뭘 했던걸까요??? 다 제가 자초한거지만 고생한것에 비해 남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술도 안마시고, 도박도 할 줄 모르고, 당구도 칠 줄 모릅니다. 근데 돈이... 돈이 없습니다.
하나 꼭 말씀 드리고 싶은점은 택배차가 앞에서 비상깜빡이 키고 잠시 배송중에 골목길 막고 있다고 너무 경적 울리거나 욕 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제발..........................
=======================(추 가)========================
와... 잠시 외출하고 온 사이에 댓글이 100개가 넘게 달렸네요.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앞으로 생활이 막막해서 두서없이 쓴 글인데 큰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대부도로 드라이브 다녀왔습니다. 머리 좀 식힐 겸 해서요.
사실 그 동안 돈 모아 오면서 다 잃은건 아닙니다. 사기꾼한테 공증도 써놨고,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놓은 상태 입니다. 돈도 아직 8천만원 가량은 남아 있는데 5년동안 죽어라 일해놓고 남은게 이거밖에 없으니 어제는 정말 무너져 내리는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한숨 늘어지게 푹 자고 일어나니까 "그래... 8천만원이라도 건진게 어디냐." 싶습니다. 아마 5년동안 그렇게 일한거 고정지출 빼고 저축만 잘 했으면 2억은 모였을 겁니다.
저는 잠시 휴식기를 거치고 버스기사나 대형트럭기사 중 하나를 선택 하려고 합니다.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직업 가지니 주변에선 걱정하는 소리가 많지만 그래도 전에 직장생활 하면서 전공 살려 취업했기 때문에 대학 등록금 본전은 다 뽑았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시 보름정도 휴식을 취했다가 배달오토바이도 하고, 목표를 위해 준비 해놓으면서, 어머니 병간호도 같이 병행 할 예정입니다. 결혼은 뭐... 이제 그냥 포기한 상태 입니다. ㅋㅋㅋㅋㅋ전여친한테 많이 미안하네요. 남친이란 놈이 돈에 눈이 멀어서 이러니...
관심 가져 주셔서 정말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시고 목표한바 꼭 이루시는 성공한 삶 응원드립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