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우울증이 왔었어요. 학교 생활이나 내가 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전공도 없어서 중학교처럼 아무렇게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되고 싶었던 건 있지만 재능이 없었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어요. 친구와는 크게 다투다 헤어지고, 다시 친해지고,
여학생 그룹 특유의 그런 생활이 너무너무 싫었어요. 누구를 한 명 적으로 몰아놓으면 남은 아이들은 우정으로 똘똘 뭉친다는 것.
그게 싫었어요. 그리고 전 죄책감과 성격 탓에 항상 공공의 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처해서든 아니든..
고1때 폐인처럼 지내서 엄마랑 다투고, 다니던 정신과는 좋지 못했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상담 대충 15분 채 안 들어주고 약만 주는 그런 병원이 참 많더라고 하더라고요.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너무 힘들다고. 나 가기 싫다고. 엄마는 당연히 반대하셨어요. 꿈도 목표도 없는데 안 된다. 중졸로 남고 싶냐. 학교라도 가라. 전문대라도 가라. 그러시면서.. 그때 좀 더 얘기했더라면..
시간이 흘러서 스무살이 됐고, 한 전문대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수업이 너무 별로인 거에요. 학교라기 보단 학원 같았어요. "대학"이라는 느낌보단 중고등학교 수준에 가까운 그런 수업이었습니다.
너무 후회가 들어서 전과나 자퇴 둘 중 하고 싶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반대였습니다. 언니는 울면서 얘기했어요.
난 간호학과 힘들어도 끝까지 하는데 넌 왜 못 버티냐.
코로나여서 훨씬 자괴감이 심했어요. 고등학교 때 그토록 바라던 재택수업을 대학교에서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찌저찌 졸업을 마쳤습니다..
졸업을 마치고 알바를 해보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처음 하게 된 곳은 편의점이었는데, 전 제가 일머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이렇게나 딸렸구나를 체감했습니다.
손이 느린 건 기본이고, 몸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땀 뻘뻘 흘리고, 포스기 사용은 능숙하지 못해 컨플레인 받고, 결국 계산 실수를 해ㄷ 3주만에 잘렸습니다. 그 후로 쭉 서빙이나 가벼운 업무 같은 것도 손이 느려서 짤렸어요. 알바만 열번 넘게 잘린 것 같아요.
결국 물류센터가서 바코드 찍고, 전단지 돌리고, 공장가서 부품 검사한 돈으로 백만원 모으면서 학습만화 공모전도 나갔지만 이것도 떨어졌어요. 국비지원 전산회계1급 세무2급 신청해서 다음주에 들으러 가요. 잘 할진 모르겠지만.. 컴활 땄어요. 필기까지만.
아무튼 다시 상담소로 돌아가서... 전부 얘기했어요.
힘들다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힘들다고. 이룬 게 없다고. 한심하다고. 전 제가 우울증도 완치는 안 되서(정확히는 괜찮은 척 하고 병원을 거부) ADHD아니냐는 말도 했었네요.
뇌는 아주 정상이래요. 솔직히 비정상이었으면..합니다. 또라이도 아닌데 자꾸 또라이처럼 구니까 더 눈물 나와요.
근데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이 아주 많대요. 감성적이래요.
뇌파 검사를 받았고 30이 정상인데 50까지 찍어버려서 겨우 내렸다고 선생님이 얘기하셨어요. 또 커뮤니케이션 훈련도 진행해주실 거래요.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3개월만 버티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대요.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친구도 잘 만나고, 웃고, 알바 같은건 척척 하며 지내는데 저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단순하게, 공부와 그림의 병행.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데
자꾸 불안해요. 저절로 눈물이 나와요 지금도..
비용 문제도요. 상담소에 40만원만 썼을 뿐인데, 통장에는 딱 40만원이 남았어요. 할 수 있는 알바도 없는데, 공장가면 공부랑 병행하기 힘든데...전단지는 배우는 게 없고...
너무너무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엄마한테 비용을 부탁하려니 입이 안 떨어지고 엄마가 언니한테 말할까봐 걱정돼요.
둘이서 절 안쓰러운 눈빛으로 볼 것 같아요. 나 정상인인데..
23살 1월~3월안에 취업해서 3년이나 2년 정도 직장 생활 하며 그림 그리다 본격적으로 꿈 잡는 게 취미에요. 회계사무소는 야근이 아주 심한 달 빼면 칼퇴리고 들었어요.
25~27에 시작하는 건 남들보다 3,4년 늦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은 안할 거라...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일단 너무 힘들어서 상담소는 계속 다니고 싶은데 엄마한테 비용 보태달라고 할까요 나중에 알바나 취업할 여건이 갖추면 바로 갚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