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는 동갑이고 27살입니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만나 연애한지는 딱 10년 됐어요.남자친구는 현재 본인이 하는 모든 일에서 참 성실하고 부지런해요.입사한지 2년정도 됐는데 본인 직장을 너무 좋아하고 잘맞아요.
연애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입사했으니 걱정은 덜었지만, 결혼을 하려니 미래가 두려워지는 부분이 있어요.일단 저는 지금 하는일이 꽤나 안정적이에요. 공무원은 아니지만 경력만 있으면 이직이 쉽고 분위기도 자유로워서 이정도면 충분히 좋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도 자주 할 정도로 괜찮은 곳이에요.
저랑 반대로 남자친구는 친척을 통해 입사했어요.솔직히 말하면 남친은 학생때 별로 하고싶은게 없었고, 대학도 등떠밀려 갔고, 자격증 공부도 해본적 없고, 대학 다니다 군대 갔는데 다녀와서도 딱히 하고싶은 것이 없었어요.1년 다닌 대학도 결국 자퇴하고, 그냥 본인 잘하는거 좋아하는거 조금씩 해보다가 친척이 입사제의를 하니 입사하게 된 것이에요.
하지만 친척분이 하시는일도 개인사업장이다보니 맘이 불편한건 사실입니다.지금은 잘되고, 친척분이 자녀가 없어 나중에 제 남친한테 물려준다고는 하지만 이게 불안정한 부분도 있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우려되는 일인데다가, 남친은 비슷한 직종의 다른 업체로 들어가려고해도 자격증도 없고, 자기 이력서 하나 제대로 쓸줄도 모르는 사람이라 더 고민입니다.
지금껏 제가 봐온 남자친구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하나도 없었거든요.한 번은 저희 부모님께서 저에게 남자친구의 그 일이 만약 어그러지면 뭐해먹고 산다더냐 질문하시는데 그런 얘기는 남친과 진지하게 한 적이 없으니 대답을 하기가 애매했어요.그냥 같은 직종의 다른 회사로 들어가면 된다고 얼버무렸지만 제가 지난 세월동안 봐왔던 남친은 딱히 삶에 큰 목표나 희망이 없이 주어진 상황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될 문제였어요.정말 할줄 아는게 하나도 없어서요.
왜 무조건 남자가 돈을 벌어야 되냐 반대로 네가 능력이 되면 되는거지 이런 말씀 하실 수 있어요. 충분히 그렇게 하면 됩니다. 제가 투잡 쓰리잡 뛰어서라도 벌면 되죠.저는 남친의 일이 잘 안되어서 빚더미에 앉거나 백수가 되는게 두려운건 아니에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그럼 왜 걱정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무너지면 회복이 안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실패와 좌절을 계기로 더 성장하는게 아니라 그냥 한없이 무너져버리는 사람이고, 누가 해결책을 내주거나 옆에서 계속 보듬어주지 않으면 끝도 없이 지난 좌절과 트라우마에 쌓여 사는 사람이라 감당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벽에 자꾸 부딪히기 때문이에요.
또, 인생의 모든 목표는 저 하나에요.살아가는 이유도 본인이 돈을 버는 이유도 다 저 하나 때문이래요.정말 좋았죠.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오랜시간 날 사랑해준다니, 나 하나만 보고 산다니 이보다 더 좋을게 어딨겠어요.그래서인지 별거 아닌데도 제가 본인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하면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그 때 정말 많이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정말 안쓰럽고 마음 아프고 보살펴주고 싶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남친이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그 영향이 저에게도 오는걸 견디기가 버거울 때도 있어요.평생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 앞에서 망설이게 되네요..제가 너무 이기적이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