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존재가 힘들게 할 때
ㄷㅌㄹ
|2022.09.11 18:58
조회 522 |추천 2
안녕하세요. 평소 판에 글을 안 써봤는데, 하소연할 곳이 없어 글을 써봅니다.
얘기가 너무 장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좋아요. 어딘가에 말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쓰는 것이니..
저는 지금 30대 초반입니다. 엄마, 언니와 오빠가 있고 아빠는 몇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언니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납니다.
아빠가 저희를 키울 땐 언니에게 유독 못되게 굴었고, 저와 오빠에겐, 특히 저에겐 다정하셨어요. 편애였고 언니에게 큰 상처가 됐죠. 언니는 어떻게든 아빠한테 더 잘하면, 동생들에게 더 잘하면 그런 아빠가 자기를 사랑해줄까 하는 생각에 가족들을 열심히 챙겨왔습니다. 그래도 아빠는 언니에게 끝내 그런 사랑을 주지 않으셨어요. 매정하고 못된 아빠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언니는 마음의 병이 커져 화가 한번 나면 화를 주체 못하는 성격이 되어갔습니다. 폭언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엄마에게 칼을 들고 덤빈 적도 있습니다.
저희 집은 아빠나 언니 둘 중 한명이 화를 내고 집안을 뒤집어 엎는 게 분기별 행사처럼 되어갔어요.
아빠가 돈벌이가 없었고, 집에 큰 돈 들어갈 일이 있으면 언니가 해결하곤 했습니다. 그럴 수록 엄마는 언니에게 미안해서 어떤 말도 못하게 됐습니다. 언니가 어떤 폭언을 해도 울기만 하셨죠.
언니는 화가 나면 엄마한테 동생새끼들을 왜 낳아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폭언을 하다가도 이내 오빠나 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했습니다. 특히 오빠의 친구관계나 외출까지도 통제하려고 했어요.
저는 그런 언니가 안쓰러웠고 언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때가 많았습니다. 언니가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들어하니 최대한 집에 민폐를 안 끼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자리를 잡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혼자 검정고시를 봤어요. 대학을 빨리 가려고요. 대학을 빨리 가서, 빨리 졸업해서 번듯한 직장을 구해야겠다, 이 생각에 혼자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결국 전액 장학금을 타고 대학에 갔고.. 학비는 해결이 됐으니 각종 알바와 과외로 생활비를 벌어서 살았습니다. 늘 바쁘고 돈이 없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집에 피해를 안 준다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제가 대학생활을 하는 중에도 아빠랑 언니는 주기적으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도중 주기적으로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이번엔 니 아빠가.. 니 언니가.. 미칠 것 같은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럴수록 공부에 집착했습니다. 현실 도피를 하는 방법이 공부밖에 없었어요. 늘 돈이 없으니 놀러다닐 줄도 모르고, 그런 쪽에 관심도 없었거든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공부가 너무 좋아졌고, 평생에 단 하나 나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대학원에 가는 거요. 빨리 취직해서 가족들이 근심 안하게 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지만 저도 제 인생에서 절 위해 뭔가.. 뭔가 하나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원까지 포기하면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학비지원이라거나 이런 건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학자금 대출, 장학금, 알바, 조교비 등으로 버텼습니다. 조교를 서너개씩하고, 방학 때도 알바를 했어요.
늘 잠잘 시간이 부족했고 돈을 아무리 벌어도 집세 내고 밥 먹고 살기도 빠듯했어요.
그때도 언니와 아빠는 주기적으로 오빠나 엄마에게 폭언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언니가 제게 욕을 하고 때린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늘 결국엔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했어요. 언니 미안해, 내가 언니 마음 모르는 게 아니야. 내가 얼른 학교 졸업해서 언니 고생 안시킬게, 늘 고맙고 미안해... 늘 언니가 안쓰러웠으니까요. 저게 제 진심이었습니다. 정말 얼른 졸업해서, 언니 갖고싶다던 샤넬백도 사주고, 여행도 보내주고, 언니한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저도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몇날 며칠 불면증에 잠을 못 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 몸을 때리면서 자해를 했어요. 제 몸을 때리고 날카로운 걸로 긁으면 뭔가 마음이 시원하더군요. 자살 충동이 심하게 들기 시작했고 몇달 후 정말로 죽으려고 육교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나같은거 때문에, 뭉개진 내 시체 치워야 하는 사람은 무슨 잘못이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육교 계단에 앉아 누구에게도 피해 안 주고 떠날 방법이 없을까 한참 생각했지만 떠오르질 않더군요. 그래서 터덜터덜 내려왔습니다. 그 뒤로 제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과에 다니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심리치료를 받으며 몇년 간 우울증을 치료했습니다. 제가 마음의 병이 생각보다 깊더군요.
그렇게 지낸지가 몇 년..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만나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가족들도 남자친구를 받아들여줬고 그렇게 행복할 일만 남은 줄 알았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 모두 생활도, 정신도 안정되고 있었거든요. 언니와 오빠도 너무나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 아이도 낳고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얼마 전이었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엄마 집에서 엄마, 언니, 저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얼마 전부터 언니가 우울하다고, 이혼하고 싶고 떠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불과 한달 전까지 형부와 더없이 사이가 좋은 모습을 봤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그러냐 했더니 형부가 벌어오는 돈이 부족하고(형부는 사업을 하며 월 천은 벌고 있습니다..) 더 사업을 키우고 발전해야 하는데 니 형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답답하다 하더군요. 이 말을 듣고 정말 화가 났습니다. 또, 트집 잡아 옆 사람 괴롭히기 시작하는구나 이 생각이 들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어요. 형부는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서 저녁 육아 혼자 다 하고, 쉬는 날에도 오로지 육아만 하는 사람입니다. 취미도 만나는 사람도 없어요. 오직 처자식뿐인 사람이지.
화가 나서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거냐고 몇마디 쏘아붙였더니 언니가 남자친구 앞에서 제 얼굴에 접시를 던지고 제 머리채를 잡더군요. 저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미친년처럼 소리를 질렀습니다. ___, ____, 죽여버린다고. 무슨 삼십년 참은 화가 다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언니한테 욕해본게 태어나 처음이에요. 아빠 돌아가시고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 하다하다 내 결혼할 사람 앞에서도 나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그날 이후로 언니는 안 보고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한테는 제가 먼저 욕을 했고 자기보고 무식한게 소리부터 지른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더군요. 하늘에 맹세코 그런 말 한적 없습니다. 평소에 언니가 무식한 사람이라고 조금도 생각해본적 없어요. 언니가 왜 무식한 사람입니까 언니도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오히려 똑똑한 사람인데요.
오빠는 언니가 우울증이 심각하니 가족들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저를 설득하는데.. 저도 그날 이후로 다시 자살충동이 듭니다. 문득문득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내 존재 자체가 잘못인걸까? 그렇게 노력하고 살아도 언니는 늘 저에 대해 말할 때 쟤는 아무것도 몰라, 쟤는 가족들한테 무심해, 쟤 때문에 내 인생 한번도 제대로 못 살아봤어..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가족들을 위해 노력했는데요.. 성인된 이후로 보태지는 못했어도 집에서 돈 타서 쓴적도 없고요. 저한테 쓰는 돈은 제대로된 옷 한번 못사봤습니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언니나 오빠는 저를 부족한 사람으로 느끼니 제 존재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보태주지 못한 게 잘못이라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신장이라도 팔았어야 했을까요 제 인생은 그냥 다 포기하고 안정된 회사를 들어갔어야 했을까요..
언니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화가 났다가, 가족간에 얽힌 이 끝나지 않는 실타래가 영원할 것 같아서 절망감이 들었다가.. 마지막엔 내가 죽으면 다 끝이지 않나? 결국 이 생각이 듭니다. 언니한테 사과하라면 지금도 백번도 더 할 수 있습니다. 그치만 그게 끝일까요? 몇년 후, 또 몇년 후,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텐데..
결혼할 사람에게도 이런 집에 오게 해서 미안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잘 큰 사람인데 이런 꼴을 보게 해서 자괴감이 듭니다.
모르겠습니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 쓴 글이라 두서도 없고 어떻게 마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밤에 이런 글을 읽어 괜히 찜찜하신 건 아닐지.
이런 글은 빨리 잊어버리시고 즐거운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