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하소연
ㅇㅇ
|2022.09.18 21:22
조회 128 |추천 0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따지고 들면 항상 결론이 엄마아빠다21살 대학생, 남들은 놀기도, 공부도, 그렇게 인생 꽃피우고 있는 시기에 나는 우울에 자괴에 열등에 빠져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난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없다. 21살 처먹고 작년에 병원 혼자 처음 가 봤다. 내가 뭘 하려든 엄마는 자꾸 나서서 당신이 함께하려고 한다. 초등학교 때 다른 애들은 방과후에 놀러 갈 때 난 학원갔다. 가서 수재소리 듣는 나 덕분에 엄마는 기가 살았을 거다. 학교 엄마들 모일 때면 나는 어떻게 하길래 공부를 그렇게 잘하냐는 소리를 듣고 온다고 그랬다. 학원의 개념이라고는 몰랐던 7살때부터 엄마손에 이끌려서 영어학원을 다였었다. 학교다니면 항상 듣는 말이, 넌 공부는 그렇게 잘하면서 왜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하냐였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신발끈 묶는 법도 몰랐다. 나도 모르는 새에 엄마가 묶어놨었다. 몇주전에 계란 후라이도 처음 해봤다. 엄마는 불이 위험하니 쓰지 말라고 늘 신신당부했었다. 고등학생 때 학교가기 전 엄마가 머리 말려줬다. 화장의 화 자도 몰랐었다. 그런거 하면 피부에도 안 좋고 공부에 신경써야 될 거 다른 데에 신경쓴다고. 대학 들어오니 화장할 줄 모르는 여자애는 나뿐이었다. 그래도 예전이 좋았던 건 내가 유일하게 숨 쉴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한테 물려받은 재능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을 잘 그렸다. 중학교 미술선생님은 내 생활기록부에 천재라고 까지 적어주셨다. 학교에서 그림그리는 대회 있는 족족이 상을 타왔는데, 엄마아빠가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무시했다. 그림으로 먹고살기 힘들다, 취미로도 할 수 있는 거다, 회유했다. 그리고는 다른 것이 어떠냐며 제안했고, 나는 별 생각없이 알겠다고 했다. 난 말 잘 듣는 착한 애였으니까. 엄마아빠한테 반항한다는 것은 난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다. 나쁜애였어야 한다. 난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학교끝나고, 학원끝나고 와서 빈 종이에다가 내 세상 펼쳐가는 그 짧은 시간이 아까운 줄 모르고...그렇게 어영부영 선택한 희망직업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 들어갈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애들은 꿈이 명확한 게 부럽다고 그랬지만, 사실대로 얘기 못했다. 다른 거 하고 싶은데 엄마아빠한테 말 못하겠고 싸우기도 싫으니까 그냥 내세워둔 거라고. 꿈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건지 몰랐다. 그냥 학교가서 공부하고, 밥먹고, 학원갔다오고, 집에 와서 그림그리고, 그게 내 인생인 줄 알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싫다.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참을 수 없어 __ 터뜨리듯이 울며 그림 얘기하니, 엄마아빠, 정확히는 엄마가 그랬었다. 너보다 잘 하는 애들 널렸다고. 아빠가 말했다. 왜 지금 얘기하냐고. 아직도 아빠는 내게 꿈이 뭐냐고 압박한다. 아직도 그림으로 가고싶은 거냐며. 건축을 하던 다른 걸 하던 열심히 하라고. 당장 입에서 따발총마냥 쏟아낼 말들이 떠올랐지만, 말싸움하기 싫어 관뒀다.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게 용기를 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더 비참하게 느껴진다. 난 엄마아빠의 산을 넘을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내가 다른 길을 찾을까 싶으면 가장 먼저 엄마아빠의 눈이 떠오른다. 나를 꿰뚫어보고, 다 안다는 식의 눈빛, 세상에서 제일 싫다. 나는 너무 무르다. 내가 나약한 걸 알기에, 나를 탓하고 싶지 않아서 엄마아빠에게 탓을 돌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엄마아빠 때문이라고 되뇌일수록 돌파구를 못 찾겠다. '현실'이라는 걸 모르게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놓고 이제는 '현실'을 보라고 내몬다. 내가 좀 더 강한 성격이었다면, 좀 더 생각이 컸다면, 이렇게 안 됐을텐데...뭘해야될지 모르겠다. 하고싶은게 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모르겠고, 하더라도 잘 될지도 모르겠고, 하루하루 그냥 꾸역꾸역 죽지못해 산다. 한 학기에 450만원씩 버리면서. 하고싶은 걸 해 나가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아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