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솔로 데뷔예요. 이 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나요?
오래 기다려왔어요.
근데 제가 준비될 때쯤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전 지금 이 시기가 좋아요.
그간 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으니까요.
더 좋은 곡을 찾기 위해,
더 완성도 있게 내놓기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솔로 앨범 <28 Reasons>를 준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게 집중했을 텐데,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나요?
타이틀곡 ‘28 Reasons’ 자체가 양면성을 가진 느낌이라
제 안의 여러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간 활동하면서 그런 감정을 끄집어낸 적이 거의 없어요.
이 곡에서만큼은 제 안의 다양한 모습을 다 보여주려고 했어요.
선과 악을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요?
‘선은 이렇다, 악은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구분하진 않았고요.
곡의 흐름에 따라 순간순간의 가사를 표정으로 연기했어요.
모든 걸 부수겠다는 악보다는 때 묻지 않은 순진한 장난기에서 비롯된 악,
순수한 느낌의 선이 아니라 나른하고 멍한 느낌의 선,
이런 식으로요.
‘난 괴롭히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넌 괴로워하며 망가져버렸네?
난 아무것도 몰라, 난 그런 뜻이 아닌데’ 이런 뉘앙스예요.
상당히 복합적이죠.
녹음할 때도, 멋있게만 부르진 않았어요.
감정도 들어가고 연기도 했어요. 어려우면서도 재밌었어요.
평소의 슬기를 떠올리면 밝고 맑고 성실한 느낌인데
이번 솔로 앨범에서 어둡고 소외된 면을 특히 더 표현하려고 한 이유가 있을까요?
곡이 주는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니
드라마틱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그걸 표현하는 게 짜릿하더라고요.
배우가 연기할 때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곡 분위기가 다 달라요.
편안하게 들을 만한 곡도 있고 서늘한 곡도 있고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의 분위기를 시각화한 트레일러 영상도 만들었는데,
총 여섯 개 시퀀스가 담겨 있어요.
아직은 숙제로 남아 있죠.
계속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앨범 이후 제가 많이 성장하고 발전할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제 안의 뭔가를 깨부수고 싶었거든요.
이전에는 회사가 제안하는 것들을 잘 표현해내는 데 좀 더 집중했어요.
이번 솔로 활동을 통해서는 제 생각을 좀 더 얘기하고 제 색깔을 더 표현해내고 있어요.
그룹 활동할 때는 회사가 만든 색깔을 잘 소화해 우리가 흡수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제가 직접 밭에 씨앗을 뿌려서 새로운 것을 자라나게 해야죠.
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요.
그림을 그리고 가사를 쓰는데,
이런 다양한 표현 욕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가요?
사실 전 표현하는 걸 너무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회사에서 시키는 것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연습생 때도 노래해야 하면 열심히 노래하고 춤춰야 하면 열심히 춤추고 그랬어요.
저는 항상 FM대로 했어요.
네모를 그리라고 하면 늘 네모만 그렸어요.
근데 이제 똑같은 네모만 그려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춤도 다양하게 배워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사진도 찍어보면서
자신을 깨부수는 노력을 한 거죠.
어쩌면 이번 앨범에 드로잉이나 아트워크를 할 수도 있어요.
앨범에 재능을 다 쏟아부었어요.
열심히 제 자아를 찾아가고 제 목소리를 표현해보고 싶어요.
제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주면 좋겠어요.
나를 바꾸기 위해 일상에서 하는 노력이 또 있나요?
저를 깨부수는 것 중 하나가 술이에요(웃음).
잘 못 마시는데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술이긴 해요.
전 늘 감정이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근데 술을 마시며 울어보기도 하고, 생각도 깊이 해보고,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표현 못한 것들도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회식으로 처음 술을 마시게 됐는데
그때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표현했어요.
술 마시니까 낯가림이 없어지면서
‘이래서 고마웠고, 이래서 고마웠어’라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전시회도 자주 보러 다니고 영화도 많이 봐요.
가수이자 퍼포먼서,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긴장하지 않고 여유롭게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직도 긴장을 하더라고요.
긴장하니까 자꾸 열심히 하는 거예요.
더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요.
열심히 하는 모습 말고 느긋하게 즐기는 모습이고 싶어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늘 열심히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