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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핵 버튼' 누를 두 가지 경우

ㅇㅇ |2022.10.01 09:09
조회 69 |추천 0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푸틴은 지난 9월 21일 러시아 영토 보존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공격 가능성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부터 제기되어왔다. 서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푸틴의 핵공격 협박은 실제 가능성보다는 서방 측의 개입을 억제(deterrence)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은 지난 9월 21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수세를 극복하기 위해 부분동원령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동원령에 반발하는 시위가 빈발하고 있으며, 국경 부근에는 청년들의 해외탈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푸틴의 동원령이 러시아군이 직면한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수세에 몰린 푸틴이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 관영 미디어들 전술핵무기 기획보도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수준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전술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에 비해 월등한 파괴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체계에 탑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미국도 다량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핵무기의 위력은 TNT로 측정된다. 이는 한 장소에서 동시에 폭발되는 재래식 폭탄의 규모이다. 화차 50량에 가득 실은 폭탄은 2500t, 즉 2.5 ㏏이다.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은 15㏏,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은 21㏏ 규모이다. 현대 군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전략핵의 폭발력은 200㏏ 이상으로, 전술핵은 이보다 훨씬 적은0.1〜170㏏ 수준으로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전술핵무기는 대륙을 넘어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핵무기와 구분되지만 모든 전술핵무기 공격에는 전략적인 의미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학자들은 강조한다.

푸틴은 동원령을 선포한 지난 9월 21일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이런 언급을 했다. "영토가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분명히 러시아와 국민을 방어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이는 엄포(bluff)가 아니다." 이 언급 때문에 푸틴이 주민투표를 통해 병합하려는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할 경우 '영토 침입'을 명분으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러시아 내부의 움직임이다. 서방의 우려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현재 러시아의 많은 관영 미디어들은 기획보도물이나 토론 등을 통해 핵전쟁에 관해 보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관영 미디어인 이스베스티야는 지난 9월 25일 '러시아는 어떤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제한적인 분쟁에서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국제적으로도 증가하고 있다"며 러시아 육·해·공군이 보유한 현대식 전술핵무기를 소개했다.

탄두 가벼워 로켓·장거리포로 투발 가능

러시아산 핵탄두의 무게는 가벼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통 핵탄두 한 개의 무개가 150~200㎏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게 제작된다. 이 정도 무게면 로켓이나 장거리포를 통해서도 투발될 수 있다. 구소련 시대인 1960년대에 이미 155㎜ 야포로 발사할 수 있는 단거리전술핵탄두 '루나'를 개발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15~20㎞나 70㎞ 정도의 거리에서도 핵무기 공격이 가능하다. 1970~1980년대에도 소련 육군이 보유한 '토치카' 전술미사일체제를 통해 TNT 10~100㏏ 규모의 전술핵탄두를 투발할 수 있었다. 현재 러시아 미사일군이 보유한 주력 전술핵무기는 2018년 육군전시회에 나온 이스칸다르M 탄도미사일로 5~50㏏ 규모의 핵탄두가 탑재된다.

육군뿐 아니라 러시아 공군도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초음속 미사일 '대거'에도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1980년대 개발된 Kh-59M, 오보드-M 미사일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데 공군기 Su-34, Su-24M, Su-30, Su-35S 등에서 쏜다. 공대지 핵탄두들은 무게가 150㎏ 정도인데 3~5 또는 50~100㏏ TNT의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해군 역시 장거리 순항미사일, 단거리 순항미사일인 '캘리버'에 50~200㏏ 규모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는 구축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될 수 있다. 함정 탑재 초음속미사일 오닉스를 통해서도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다. 이는 상대의 해군 함정뿐만 아니라 지상군 기지 공격도 가능하다.

푸틴의 핵공격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푸틴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다투지 않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러시아는 최고 수준의 핵무장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에도 러시아 방송들은 러시아의 핵공격 능력에 대한 기획보도물들을 쏟아냈다. 대부분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으며, 작은 도발에도 천 배의 보복을 가한다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푸틴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도 "누구든 우리를 방해하면… 역사상 초유의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협을 가했다. 3일 후 그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에게 "육군의 억제력을 특별히 전투 준비로 전환하라"고 명령했다. 이때도 러시아의 TV에 등장한 토론자들은 영국이나 독일 등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져들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의 입을 통해서도 핵위협을 다시 가하기도 했다. 영국의 전략학자인 로렌스 프리드먼은 '스테이츠맨' 기고문에서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는 러시아의 이러한 핵무기 위협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우크라이나 전쟁 직접 개입을 억제할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극지방서 경고용 핵폭발도 가능

현재 서방 전문가들은 푸틴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실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러시아 나름대로 전쟁을 격화시키지 않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전쟁을 격화시키는 전략(escalate to deescalate)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전에서 이른바 '경고용 핵폭발'은 과거에도 검토된 사례가 있다. 미국도 과거 소련에 대한 경고 목적의 핵폭발을 검토한 적이 있다. 1961년 베를린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소련의 핵실험장인 노바야젬랴에 미국의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스라엘도 1967년 5월 벌어진 6일전쟁 직전에 시몬 페레스 총리가 시나이반도 사막 상공에 위협용으로 핵탄두를 폭발시킬 것을 제안했다. 1973년 욤키푸르전쟁 당시에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기권에서 핵실험을 할 것을 검토했었다. 1981년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의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은 "나토의 전략에는 경고의 목적으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비상계획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러시아가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경고용 핵폭발을 가할 경우 전장과 다소 먼 장소에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미디어 '폴리티코'는 푸틴이 저위력의 핵탄두를 소련 시절 핵실험장이었던 북극지방의 노바야젬랴 핵실험장 지상(above-ground)에서 터뜨릴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럴 경우 서방 측에는 가장 위협이 적을 수 있다. 지상 핵실험은 방사능 낙진이 최소한으로 발생하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 이를 통해 푸틴은 러시아가 보유한 2000개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우크라이나 상공 대기권에서 전술핵탄두를 터뜨릴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상공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전자기충격파(EMP·Electromagnetic Pulse)가 발생하여 우크라이나에 정전(停電)사태가 발생하고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들이 작동되지 않게 된다. 물론EMP로 인해 러시아의 통신에도 장애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1962년 미국은 태평양 250마일 상공에서 1.4메가톤의 수소폭탄 실험을 벌였는데, 당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EMP로 900 마일 떨어진 하와이에서도 가로등이 꺼지고 전화에 혼선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내내 핵공격 가능성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월 24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개월 동안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사적으로(private) 경고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은밀한 경고는 크렘린이 미국의 반응에 신경을 쓰면서 우려하도록 의도적으로 모호한 방식으로 전달되었으며, 핵억제와 관련하여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하는 미국의 공식입장에 합치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영토 병합 이후 수세로 몰릴 경우가 관건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공으로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린 9월 이후의 상황이다. 푸틴은 헤르손, 자포리자 등 점령지에서 러시아와의 병합을 추진하는 강제 주민투표를 이미 실시했다. 푸틴은 주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영토 병합을 핵위협과 연관짓지는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영토 병합을 실시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계속 밀리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푸틴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가 관건이다.

차후 벌어질 수 있는 핵공격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양분된 상황이다. 나토의 부사무총장을 지낸 미국의 로즈 고트묄러는 최근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푸틴과 측근들이 대량살상무기 등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가 "흑해 상공이나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공격하여 우크라이나 국민과 동맹국들에도 공포를 조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군사문제연구자인 매튜 크뢰닉은 러시아의 핵공격은 "인류에 재앙을 초래하고, 우크라이나군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며, 서방 동맹국들을 분열시켜 우크라이나 정부로 하여금 평화협상을 구걸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사령관은 MSNBC에 "푸틴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문가 사이먼 마일스도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용할 군사적 선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점차 깨달아가고 있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경고용 핵폭발을 넘어서서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경우 용도는 두 가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첫째는 지상군 전투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를 공격하여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가 확연하게 분리될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영국의 전략학자 프리드먼 교수는 푸틴이 그 정도 선을 넘어설 만큼 아직 절박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푸틴의 핵위협은 러시아가 곤경에 처한 때문인 것은 맞지만 러시아가 대단한 곤경에 처한 것도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니고, 푸틴이 전쟁을 격화시키려면 아직도 많은 선택이 가능하다. 예컨대 푸틴은 우크라이나 대도시의 민간인 거주지역들에 대한 무차별 폭격, 우크라이나 고위 지도자들 살해, 폴란드나 루마니아에 있는 보급기지 공격 등을 감행할 수 있다. 또 푸틴은 댐이나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사회 인프라 시설이나 정부청사 등을 공격하여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폴란드나 루마니아를 공격하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들 국가 역시 나토 회원국이기 때문에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 헌장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형상 전술핵 공격 지점 찾기 쉽지 않아

앞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를 점령하거나 헤르손을 탈환하면 푸틴이 정치적으로 재앙을 맞게 되므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프리드먼 교수는 "그러한 상황에서 핵무기가 푸틴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만약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상적인 타깃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로 재집결한 지역 등이 타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상 이런 공격목표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프리드먼 교수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병력이 집결된 것이 아니라 산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접전지 헤르손 지역의 경우 운하와 습지가 많아 전차가 지나가기도 힘들다. 여기서 우크라이나군은 주로 소규모 보병의 기습전술을 활용한다. 러시아군으로서는 전술핵 공격 목표물을 찾기도 어렵고 소기의 전과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군사기지나 보급망, 또는 인구가 희박한 농촌 지역을 타깃으로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미리 경고한 후 전술핵탄두를 터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작은 핵탄두라 하더라도 광범위한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폭발점의 높이에 따라 방사능 낙진이 나토 회원국은 물론 러시아 국내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 푸틴이 내건 명분대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나치스로부터 해방한다'면서 핵무기 공격을 가하는 것도 이상하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의 핵 사용에 대한 반대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프리드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핵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85년 "핵전쟁은 승리할 수 없으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Nuclear war cannot be won and must never be fought)"고 선언한 바 있다. 푸틴도 지난해 6월 바이든과 함께 이를 재확인했다. 푸틴의 핵 공격 위협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의 존 커비 대변인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푸틴의 위협을 "심각하게(seriously) 받아들이고 있다"며 "푸틴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분명히 패배하고 있는 전쟁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말(핵 공격 위협)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의 핵능력을 모니터하고 있으며, 현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적 핵억제 자세를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아무런 지표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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